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펴냄

주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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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6.6.24

페이지

300쪽

상세 정보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2회 연속 최우수상 등 2021년 활동 시작 이래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청예의 장편소설 《주와 연》이 출간되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선보이며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주목받은 청예는 그만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입증해왔다. 그간 SF와 오컬트,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의 구애 없이 서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철학적 화두와 특유의 재미를 동시에 담보해온 청예. 그가 이번에는 죽음과 환생, 삶의 본질을 되묻는 오컬트미스터리로 독자들과 만난다.

17세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후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환생한다. 오직 복수라는 두 번째 삶의 목표를 끈질기게 실행해나가던 연린. 그의 앞에 자신과 유사한 결핍을 지닌 ‘박은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필사적으로 파괴하며 점차 비틀린 관계를 맺는다. 그토록 바라던 복수가 완성된 후 좀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린 앞에, 예기치 못한 인연이 등장하면서 연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한다.

《주와 연》은 ‘복수와 사랑’이라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며, 복수를 마친 이후 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용서의 완성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금 자문해보게 한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다루었던 무속신앙과 인간의 원형적인 욕망이라는 요소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됨으로써 소설에 뚜렷한 깊이와 몰입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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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지

@user720254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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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래빗홀 펴냄

읽고있어요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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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상어

@chaekikneunsangeo

인연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청예의 『주와 연』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복수로 흘러간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은 ‘복수’보다는 ‘인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를 위해 시작된 관계들이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들이 다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포함---

특히 주희라는 인물을 생각하면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인연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주희는 스스로를 재앙이자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연린이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연린이의 삶에서 이어진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주희였다. 주희가 아니었다면 은정과 이현을 만날 일도, 그들과의 관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이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연린이의 몸을 빌려 살아가고 있는 주희는 자신을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여섯 번째 손가락’처럼 여기지만, 결국 그 삶 속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낸 사람 역시 주희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주희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여섯 번째 손가락’으로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결말이 좋았다. 물론 마지막의 은정은 끝까지 은정다웠다. ‘너와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또 다른 선택을 해버리는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얼마나 비틀려 있었는지를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린이가 앞으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를 과연 온전히 자신의 아이로 바라볼 수 있을까? 만약 그 아이에게도 윤회와 인연이라는 것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이어받은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연린이와 이현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작품이 완전히 답을 제시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난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독자가 그 이후의 인연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와 연』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들은 업보와 윤회였다. 특히 윤회라는 개념처럼 한 번 맺어진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이어지고, 서로 엮이는 과정이 오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인연은 단순히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사랑과 의존은 어디에서 구분되는 것일까.

나는 이 작품에서 은정은 연린이를 ‘의존’했고, 이현은 연린이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은정과 연린이의 관계는 결핍과 복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계로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은정에게 연린이는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자신의 추악한 마음까지 받아들여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린이를 놓으면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을 것이고, 그 불안이 연린이에 대한 의존과 집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궂은 날씨에 연린이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던 행동도 그런 의존의 한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귀찮게 행동하더라도 너는 나를 위해 와줘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연린이가 자신을 데리러 와주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여전히 이 사람에게 중요한 존재다’라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했을 수도 있다.

반면 이현은 연린이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기보다는 자신이 연린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헤어진 이후에도 힘들어했고, 다시 만났을 때도 연린이를 쉽게 모질게 내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의 차이를 보면서 의존에는 집착이 수반되고, 사랑에는 의지가 수반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가 나에게 계속 필요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것이 의존이라면, 상대가 필요할 때 자신을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랑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관계가 끝나면 그 관계의 의미도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그 관계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계가 끝나는 순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까지 모두 무의미해진다면, 그 사람과 보낸 시간들은 결국 전부 허송세월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 시간을 살아온 나 자신에게 너무 잔혹한 일인 것 같다.

좋게 끝난 관계든 나쁘게 끝난 관계든 그 관계 속에서 느꼈던 감정은 모두 진실이었다. 함께 나누었던 대화나 소소한 행동들도 당시에는 온 마음을 다해 했던 것들이다. 심지어 악연이 끝난 뒤 느끼는 ‘속 시원하다’는 감정조차 그 관계가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립고 애틋한 관계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어떤 형태로든 뒷맛이 남는다면, 그것은 이미 내 삶에서 의미를 가진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주희와 은정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한 이후에도 주희는 은정을 떠올렸고, 첫 번째 엄마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관계가 되었음에도 엄마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관계는 끊는다고 해서 칼로 자른 듯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연린이의 삶을 보면 이러한 점이 더욱 선명해진다. 교습학원 선생님부터 친부모, 주희의 친모, 할머니, 그리고 은정까지 연린이의 삶에 등장한 사람들은 대부분 연린이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계획한 관계였다. 복수가 끝나면 더 이상 그들과 관계를 이어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희에게는 미약한 죄책감과 기억이 남았다. 만약 관계가 끝나는 순간 그 관계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이라면, 복수가 끝난 이후에도 주희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관계가 끝나더라도 그 관계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은 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가 흐릿해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억을 잃지 않는 한 언젠가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 그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까지 모두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심리상담사나 프로파일러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읽는 것’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이야기를 듣고 ‘아, 그래서 그렇게 행동했구나’라고 납득하는 것이다. 나는 납득과 이해는 꽤 다르다고 생각한다.

주희도 은정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은정 역시 주희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현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너를 이해해’라는 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와 연』의 인물들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했다기보다 서로를 전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관계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결국 『주와 연』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게 된 인연은 반드시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를 의미하지 않았다. 인연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 과정 자체일지도 모른다. 관계는 끝날 수 있고, 사람은 서로의 삶에서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했던 시간과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인연을 끝까지 붙잡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남은 인연의 흔적을 인정하고, 그 흔적을 품은 채 그 관계와는 별개의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결국 주희가 마지막에 선택한 것도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

복수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복수의 완성이 아니라 인연이 남긴 흔적과 그 이후에 살아가야 할 자신의 삶이었다.

주와 연

청예 지음
래빗홀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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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죠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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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래빗홀 펴냄

읽었어요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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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2회 연속 최우수상 등 2021년 활동 시작 이래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청예의 장편소설 《주와 연》이 출간되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선보이며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주목받은 청예는 그만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입증해왔다. 그간 SF와 오컬트,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의 구애 없이 서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철학적 화두와 특유의 재미를 동시에 담보해온 청예. 그가 이번에는 죽음과 환생, 삶의 본질을 되묻는 오컬트미스터리로 독자들과 만난다.

17세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후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환생한다. 오직 복수라는 두 번째 삶의 목표를 끈질기게 실행해나가던 연린. 그의 앞에 자신과 유사한 결핍을 지닌 ‘박은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필사적으로 파괴하며 점차 비틀린 관계를 맺는다. 그토록 바라던 복수가 완성된 후 좀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린 앞에, 예기치 못한 인연이 등장하면서 연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한다.

《주와 연》은 ‘복수와 사랑’이라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며, 복수를 마친 이후 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용서의 완성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금 자문해보게 한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다루었던 무속신앙과 인간의 원형적인 욕망이라는 요소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됨으로써 소설에 뚜렷한 깊이와 몰입감을 더한다.

출판사 책 소개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정세랑 이희주 권김현영 추천★

죽음과 환생, 증오와 사랑의 원형을 꿰뚫는 강렬한 목소리
한국과학문학상,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수상자 청예 신작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2회 연속 최우수상,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등 2021년 활동 시작 이래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청예의 신작 장편소설 《주와 연》이 출간되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선보이며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주목받은 청예는 그만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입증해왔다. 그간 SF와 오컬트,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의 구애 없이 서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철학적 화두와 특유의 재미를 동시에 담보해온 청예. 그가 이번에는 죽음과 환생, 삶의 본질을 되묻는 오컬트미스터리로 독자들과 만난다.
17세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후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환생한다. 오직 복수라는 두 번째 삶의 목표를 끈질기게 실행해나가던 연린. 그의 앞에 자신과 유사한 결핍을 지닌 ‘박은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필사적으로 파괴하며 점차 비틀린 관계를 맺는다. 그토록 바라던 복수가 완성된 후 좀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린 앞에, 예기치 못한 인연이 등장하면서 연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한다.
《주와 연》은 ‘복수와 사랑’이라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며, 복수를 마친 이후 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용서의 완성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금 자문해보게 한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다루었던 무속신앙과 인간의 원형적인 욕망이라는 요소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됨으로써 소설에 뚜렷한 깊이와 몰입감을 더한다. 죽음과 환생, 증오와 복수, 사랑 사이의 공백들을 통찰력 넘치는 사유로 채우는 이 소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며 “모든 일의 시작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감에”(작가 인터뷰) 있음을 깨닫는 길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오직 복수만을 바랐던 두 번째 삶
비틀린 욕망으로 시작된 운명의 저주


언뜻 보편적인 가족의 가식과 허위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소설로 보일 수 있으나, 대단원을 앞두고 짜릿한 방향 전환이 일어난다. 이 과감한 전환을 직접 경험하고 경악에 빠져보기를 권한다._정세랑(소설가)

( )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 이때 괄호 안엔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까? 오주희는 그 자리에 복수라고 적고 다시 태어난 여자다. 흥미진진한 전개 끝에 만나는 저주와 인연의 우로보로스._이희주(소설가)

타락한 세계에서 나였던 것과 나인 것과 나일 것 그 모든 것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아내지 못한 이들은 회귀의 원 안에서 돌아버리기를 선택했다. 천륜을 거스르는 불쾌한 쾌락의 맛이 대단하다._권김현영(여성학자)
 
청예는 2023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당시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완주한 것이 이번 심사 과정의 보람”(소설가 구병모), “시종일관 유머가 흐르고 활력감이 있다”(소설가 김성중)라는 평을 받으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통해 현실을 초월한 통쾌하고 애틋한 작품들을 발표한 청예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확인했다.
《주와 연》에는 저주와 인연이 뒤얽히며 예기치 못한 삶을 맞닥뜨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번째 삶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태어난 연린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영특함을 뽐내며 각종 경시대회 수상을 휩쓴다. 대단한 자식을 두었다는 기분에 도취된 부모는 그들의 뻔뻔한 욕심을 거름 삼아 연린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두 사람의 통잔 잔고가 줄어들수록 자신이 준비한 복수를 성실히 완성해가는 연린. 이 과정에서 전생의 악연이 ‘흉한 인연’이 되어 돌아오는가 하면, 우연한 만남이 거스르지 못할 인연으로 변화하면서 연린은 뜻밖의 고뇌에 휩싸인다.
천륜마저 스스로 선택한 주인공의 삶에는 복수라는 열망이 뜨겁게 자리해 있다. 파멸로 치닫던 이 소설은 생을 향한 깊은 성찰을 경유하며 멸망과 구원의 기로에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파격적인 세계관과 매혹적인 문장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 소설은 서늘한 쾌감을 자아내며 청예표 미스터리의 진가를 또렷이 재확인시킨다.

욕망의 지평을 확장하는 대담한 상상력
통념을 뒤집는 파란만장한 복수극


“이깟 신분증, 몇 번이고 재발급하면 그만이야.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살 텐데 어떻게 복수가 돼. 복수는 말이야, 당했다는 사실을 평생 못 잊게 만들어야지. 복수는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p. 95)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주 오래전 동화에서 봤는데요.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를 가해하며 살잖아요. 그러니 살아감은 형벌이고 죽음만이 축복이래요. 매일 삶을 소진하고 죽음에 가까워진다면, 사실은 매일 축복을 받고 있는 거죠.” (p. 275)

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시공간을 누비며 대담한 상상력을 펼친 청예는 이번 작품에서 복수와 사랑을 맹렬히 탐구하며 욕망의 지평을 폭 넓게 확장해 보인다.
환생 후 계모와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치밀하게 실행하던 연린. 그의 눈에 가족 누구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는 은정의 모습이 들어온다. 은정을 향한 동정, 그리고 전생의 자신을 보는 듯한 묘한 기시감을 품고 연린은 은정과의 거리를 착실히 좁혀간다. 은정이 연린의 복수를 함께하는 조력자로 거듭나며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파괴하는 나쁜 기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복수가 완성될수록 더욱 단단한 유대를 맺는 두 사람. 어느새 연린과 “한편”이 아닌 “한 몸”이 되기를 바라게 된 은정은 자신만의 맹목적인 사랑을 빠른 속도로 키워간다.
그러던 연린에게 또 다른 인연이 다가온다. 한평생 치열하게 복수만을 좇은 후 찾아온 알 수 없는 허무, 그리고 자신을 옭아매는 은정에게 지쳐 있던 차에 나타난 ‘이현’. 연린의 과거도, 두 번째 삶에서 갖고 태어난 여섯 번째 손가락도 그저 묵묵히 감싸며 곁을 내주는 그의 올곧은 사랑을 통해 연린은 은정과의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한 낯선 평화를 경험한다. 《주와 연》이 그려내는 사랑과 복수, 사과와 용서는 흉하고 지리멸렬하게, 투명하고 지극하게 시시각각 변모하며 욕망의 경계를 거침없이 허물어간다. 단일한 형태를 넘어 나아가고 머무르는 욕망 앞에서 우리는 이윽고 도식에서 해방된 감정들을 좀 더 선명한 해상도로 감각할 기회를 얻는다.
이 밖에도 《주와 연》에는 생과 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게 하는 독특한 질문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연린이 전생의 엄마를 위해 선택한 죽음을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지부터, 인간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해야 하는 숙명이라면 죽음이 이 고리를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살아감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지 않겠느냐는 물음까지. 이 파란만장한 복수극은 죽음에 덧씌워진 통념을 뒤집으며,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로 우리가 삶을 재정의할 때 어떠한 현실을 살아갈지 가늠해보도록 한다.

수많은 선택으로 쌓아 올린 생의 의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압도적인 전환


“네가 선택한 복수는 아주 구색이 좋은 변명이었다. 네가 정말로 네 어미를 위해 이 일을 선택했겠어? 그 근원에는 한 번쯤 차라리 그들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겠지. 더러운 개울물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다고 너무 오래 다짐한 사람은 그 두려움에 이끌려 더 바라보게 되거든.” (p. 212)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죽었느냐?’가 아닙니다. ‘그대로 사느냐?’는 더더욱 아닙니다. ‘의지가 꺾임을 경험하고도 살아가느냐?’겠지요. 죽음은 중요하지 않고, 그냥 살기만 한다고 의미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청예 인터뷰 중에서)

손 부적을 사용해 두 번째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윤회라는 불교적 관점으로 생의 다음을 그려보게 하며, 현실에서는 도달하지 못할 생의 장면을 압도적인 전개로 보여준다.
연린이 전생에 주희였던 시절, 엄마는 업보와 회귀를 은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택하려는 욕심이 있는 한 굴레를 끊을 수 없고, 선택을 포기하는 일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이라 말한다. 수많은 선택으로 쌓아 올린 것이 곧 삶임을 색다른 관점으로 환기시키는 이 소설은 각자가 현재의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기꺼이 타락의 불길로 돌진하던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의 선택으로 뜻밖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나아간다. 소설가 정세랑이 “이 짜릿한 방향 전환”을 직접 경험하고 경악에 빠져보라 말했듯, 복수를 숙명으로 탄생한 삶에는 광기 어린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불온함을 원동력 삼아 질주하는 이 소설은 마침내 독자들을 또 하나의 극락으로 데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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