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허태준 (지은이) 지음 | 호밀밭 펴냄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경계의 시간, 이름 없는 시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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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11.22

페이지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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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의 안전문제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현장실습생과 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들의 언어를, 이들의 목소리를 가져간 것은 아닐까.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는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 당사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최초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 너머에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자신과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일들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인 담담함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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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te777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고 세상과 마주할 아이들에게

얼마 전 마이스터고 입시 설명회장에 다녀왔습니다.
입시설명회와 마이스터고를 견학하면서 떠올랐던 책이 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만났던 허태준 작가님의 책이었습니다.
당시 작가님을 뵈었을 때 참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단단하고 건강한 가치관, 그리고 책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다정한 눈빛이 참 따뜻했거든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하실 때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툴고 거친 문장 속에서도 아이들 각자가 품은 빛나는 가능성을 먼저 알아채고, 다정하지만 묵직하게 생각을 틔워주던 그 지도 방식이 참 좋았습니다.

책과 사람을 그토록 아끼던 그분이 쓴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가 절실하게 생각나 서가에서 책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다시 펼친 책 속에는 여전히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라는 울타리를 넘어 거친 산업 현장으로 나아간 열여덟·열아홉 청춘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레 독립영화 〈3학년 2학기〉가 겹쳐졌습니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벗기도 전에 기름때 묻은 작업복과 헐렁한 안전모를 쓰고 나선 현장실습. 영화 속 아이들이 느끼는 막막함과 고단함은 허태준 작가의 문장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특히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대목은 바로 '경계에 선 아이들의 혼란'이었습니다. 교복을 벗었으니 마냥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온전한 대우를 받는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 캠퍼스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또래 친구들과도, 거친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내는 베테랑 어른들과도 온전히 섞이지 못한 채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일까" 방황하는 그 정체성의 혼란이 너무나 아프게 와닿았습니다. 아직 삶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도 전에, 어중간한 어른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쓸쓸한 그림자였습니다.

그리고 책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가장 비극적인 현실, '어린 노동자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배우러 간 현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망조차 없이 홀로 위험에 노출되다 스러져간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차가운 기계 틈에서, 열악한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그 비극 앞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몇 번이고 멈춰 섰습니다.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소비하고, 위험마저 가장 어린 노동자에게 떠넘겨온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비극의 나열이나 분노의 고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학교에서 마주했던 작가님 특유의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문장 바닥에 단단히 깔려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허태준 작가님은 구조적인 부조리와 참혹한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적어 내려갑니다. 땀 흘려 기술을 익히고 정직하게 일하는 청춘들의 노동 그 자체를 결코 불쌍한 동정의 대상으로 격하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일구어가는 정직한 땀방울과 자부심을 누구보다 온전하게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글쓰기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언어로 당당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던 작가님처럼, 이 책 역시 세상의 편견과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직업계고 아이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힘 있는 자기 목소리를 돌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외로운 작업장에 홀로 방치되지 않기를, 경계의 불안 속에서 스러지지 않고 안전하고 존중받는 노동 속에서 온전한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교복 위에 작업복을 덧입고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로 나설 준비를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등을 든든히 지켜주어야 할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다시 한번 깊이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남는 구절>>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거리 가득한 축제 분위기에서 자꾸만 우리를 소외시키는 것 같았다.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던 열아홉의 나는 수고하지 않았던 걸까? … 열아홉 할인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공장에서 일하던 나에게.”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10대의 통로로 여기는 '입시'와 '대학'이라는 정해진 레이스 밖에서, 교복을 채 벗기도 전에 거친 일터로 뛰어들어야 했던 청년 노동자의 솔직하고도 뼈 아픈 심경을 대변합니다. 그러면서도 사회가 호명하지 않던 이름 없는 시절의 노고를 ‘열아홉 할인’이라는 소박하고도 쓸쓸한 비유로 표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던 모든 청소년과 청년 노동자의 존재를 깊이 있게 일깨워줍니다.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허태준 (지은이) 지음
호밀밭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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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노동 현장의 안전문제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현장실습생과 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들의 언어를, 이들의 목소리를 가져간 것은 아닐까.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는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 당사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최초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 너머에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자신과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일들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인 담담함으로 들려준다.

출판사 책 소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올해는 스물두 살의 나이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가 되는 해이다. 우리의 현실은 그때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작 열여덟, 열아홉 살 나이의 청년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고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나도 나 몰라라 하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은 별로 달라진 바 없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가 재조명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사고가 다를 바 없이 반복된다. 어떤 삶은, 죽음을 통해서라야 겨우 제 존재를 드러내지만 그마저도 곧 신문과 뉴스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는 정보로 남을 뿐이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노동 담론 안에서도 더 잘게 계급화 되고 있는 오늘날의 노동 문제 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 삶을 버텨야 하는 이들은 어쩌면 10대의 고졸 노동자들일지 모른다. 전태일 열사는,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처연하게 독백했지만 지금은 대학 진학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흔한 시대다. 그럼에도 집안 형편을 비롯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마이스터 고등학교 진학을 거쳐 곧바로 사회로 나오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개개인의 사연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국가 정책과 그 속에서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아이들. 이들이 맞닥뜨리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첫 사회생활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과 적성을 고민할 틈도 없이 공장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해야 하는 반복되는 일상. 늘 누군가가 죽을 때라야 주목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여러 환경과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는 우연히(?)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커다란 아픔이 있음을, 더 나아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사회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이십 대는 다 대학생이었고, 직장인은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나 전해지는 동화 같았다.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가늠해보는 게 최선이었고, 그마저도 모호하고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 본문 中

노동 현장의 안전문제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현장실습생과 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들의 언어를, 이들의 목소리를 가져간 것은 아닐까.『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는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 당사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최초의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죽음 너머에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자신과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일들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인 담담함으로 들려준다.

“‘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쓰자’라고 생각한 건 2년이 넘은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청년노동자이기도 했고, 당시에 일어났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을 보면서 현장작업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자연스레 그 이유가 뭘까, 왜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나도 사람들은 이리도 냉정할까 고민하게 됐죠. 사고를 당한 사람한테는 목소리나 이야기가 없어요. 비극적 존재로, 불행의 서사로, 그냥 박제되는 거죠. 그 이야기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삶에 대해, 아주 사소한 사건이나 마음의 변화에 대해, 우리가 함께 지나온 시절에 관해 쓰고 싶었어요.” - 저자 인터뷰 中

일하는 청(소)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 대, 군인이 아닌 군 복무자로 살아온 경계의 시간
저자가 보고 들었던, 이름 없는 시절에 관한 이야기


대학생이세요?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 셋이에요. 군대는 다녀온 거예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어요. 네? 방위산업체 비슷한 거예요. 그런 건 근무 조건이 나쁘지 않아요? 그냥 일반 사원이랑 비슷해요. 아, 그렇구나.

저자는 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생을 거쳐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역 중소기업에서 3년 7개월간 근무했다. 저자는 그 시절 자신에겐 명확한 이름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특성화/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입학해 현장실습생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후 같은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하여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청년노동자’라고 묶어 부를 수도 있었지만 그 뒤로는 역시 긴 설명이 따라와야만 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내가 써도 괜찮은 건지에 대한 부담이 많았어요. 저라는 사람이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청년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글이 어떤 ‘필요’를 가지고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렇다면 조금 더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자, 당사자로서 보고 들었던 사소한 사건 혹은 나와 주변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조금 더 드러내보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담이나 걱정도 있었지만, 솔직한 글이 가장 좋은 글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실제로 그것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 저자 인터뷰 中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다. ‘대학생’, ‘군인’,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라는 말 안에는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의 서사가 녹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럴 수 없었다. 일하는 청(소)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 대, 군인이 아닌 군 복무자였던 저자는,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채 경계 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그렇게 마주할 때면, 나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다. 여기에 삶이 있다고, 우리 모두 분명하게 살아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당신도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당신의 목소리를 가져갔을까. 누가 당신에게서 언어를 가로챘을까. 나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돌려주고 싶었다. 당신과 내가 함께 지나왔을 그 시절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 본문 中

그들은 우리 사회의 청년이자 노동자였다
항상 연결되어 있는 우리가 함께 지나왔을 그 시절의 이야기


또래들이 요약 노트, 암기 노트 등을 만들어 입시를 준비할 때 저자는 범용 선반, 복합 밀링, 탁상 드릴링 머신, 고속 절단기, 탁상 그라인더, 공구 연삭기, 용접기 등 낯선 기계와 마주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업무일지를 작성했다. 저자는 열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쇠를 깎고, 욕설과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관계 속에서 억울함을 꾹 참으며 힘겹게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을 사정이 있어 집으로 모두 보내야 할 때마다 저자는 온갖 지식이나 경험, 기회 등을 갖지 못한 자신에게 돈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ATM기 앞에서 울적이며 심란한 마음을 한참이고 삭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이 당했던 부조리, 억울함, 서러움을 토로하며 특정인을 저격하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 혹은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며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끊임없이 서로를 구분 짓고 경계하기보다는, 같은 결을 따라 유사한 형태의 폭력과 상처를 보듬어나가는 사회를 꿈꾼다. 타인을 구하는 일이 결국 자신을 구하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저자는 나와 당신은 다르지 않다는 말을 조금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며 비난 너머에 있는 한 줌의 온기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어느새 20대 중반이 되어 사회에 하나둘 자리 잡아가고 있는 또래와, ‘산업 역군’이라는 교묘한 단어에 가려진 채 오늘도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는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들을 글로서 지키고 싶다는 저자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쓰는 이유는, 어쩌면 글쓰기가 그들을 지켜줄지도 모른다고, 홀로 상처받는 이들에게 한 줌의 다정함을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나는 당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글을 쓸 것이다. 글은 내가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오해가 오해를 만들더라도, 그 속에서 영원히 아파한다고 해도, 우리가 마주 잡은 손은 따뜻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강해질 필요는 없다. 더 약해져도 괜찮다. 그저 부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당신이 긴 새벽을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본문 中

책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현장실습생’으로 겪은 혼란과 학창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 책에서 가장 감정적이고 치기 어린 부분이다. 하지만 ‘불안’은 저자의 어린 시절을 관통하는 중요한 정서 중 하나였다. 그만큼 저자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2장에서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저자가 회사에 다니며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과 갈등을 이야기한다. 관계도 사회생활의 일부라면, 우리 모두가 더 성숙한 태도로 타인을 대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자 한다. 더불어 군 복무 과정에서 마주했던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려 자세히 다루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문제가 얼마든지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현장실습생’과 ‘산업기능요원’이 다른 삶을 선택한 개인일 뿐이며 그들의 문제는 다소 특별하고 예외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우리 사회의 청년이자 노동자였고 그들의 문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었다.

“같이 고등학교에 다니며 취업을 고민했던 친구들. 지금은 직장이나 대학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 그들의 곁을 지켜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 기댈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작업자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다른 종류의 삶이, 어린 나이에 일을 하게 되는 친구들이, 도시 밖에 모여 있는 공업단지처럼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자 인터뷰 中

[편집후기]

저자와의 인연은 2018년 말, 출판계에서 셀럽이라 불리는 어느 유명 작가의 강연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유명 작가를 섭외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패기 넘치는 신입 편집자였던 나는, 작가에게 포스트잇으로 질문했다. “혹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꼭 써보고 싶은 글이 있나요.” 유명 작가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현장실습생을 다룬 글을 쓰고 싶다”고 답변했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저자가 스텝으로 있었다고 한다. (본문 113p) 당시 유명 작가는 은유 작가님이고 실제로 2019년 6월, 현장실습생 문제를 다룬 르포 인터뷰집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돌베개, 2019)이 출간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저자와의 첫 만남 이후 2년이 지났고, 그사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라는 책을 세상에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현장실습생을 경험하지 않은 편집자가 현장실습생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편집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특혜이자 권리라는 걸 깨닫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은 필연적이다. 그 불편함은 두려움으로, 부끄러움으로 번지곤 했다. 이러한 감정들은 한편으론 이 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게 한 강력한 동기이기도 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인간을 알게 되었고, 이는 곧 집단 혹은 숫자로 표현되는 동안 자연스레 삭제되었던 한 명의 개인을 복구시키는 일이었다. 책을 만들어 판매한 돈으로 밥을 벌어 먹고사는 편집자에게 일말의 쓸모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자신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누군가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일일 것이다. 이번 책의 첫 번째 독자였던 나는 스스로 느꼈던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며 책임을 전가하는, 이처럼 무책임한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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