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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 (최숙희 그림책)의 표지 이미지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

최숙희 지음
책읽는곰 펴냄


우리 아이는 본성이 순하고 무른 아이다 보니, 자신이 기분이 상하는 순간에도 싫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순간에 참고 양보하다 울컥 감정이 터지고 마는 것. 그런 아이가 안타까워 더 어릴 때는 표정 스티커를 붙이게 해 대화를 나누었고, 요즘에는 '감정 상자'라는 곳에 편지를 쓰게 한다. 나는 아이가 잠든 밤 왼손으로 그 편지에 답장을 쓰곤 하는데, 이 편지를 얼마나 더 주고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 한 계속 이어가고 싶다. 아이가 혼자 속을 끓이다 곪지 않도록 말이다. ⁣

최숙희 작가님의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를 보며 내 마음이 이토록 울컥한 것은 우리 아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서도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라도 표현하고, 이것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은 우리 아이처럼 싫은 소리를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당연하고, 아직 감정표현이 서툰 모든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터. ⁣

설렘, 수줍음, 신남, 두근거림, 알쏭달쏭함, 외로움, 포근함 등 아이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다. 주목할 점은, 아이들의 수준에서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표현해준다는 것. 사실 어른도 종종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지 않나. 아이들에게도 무척이나 어려울 수 있는 감정들을 '왜 나랑 안 놀고 쟤랑 노는 거지? 화를 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등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림책에서 자신이 감정을 찾는 활동으로 시작하겠지만, 이것이 수련되다 보면 도움 없이도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런 연습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또 반대의 과정도 좋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늘 일러스트를 먼저 보는 편이기에, 이 책 역시 글씨를 가려두고 이 색깔은 어떤 기분일지 이야기하게 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했고, 아이가 꺼내기 어려워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도 있었다. 다른 부모님들도 이 책의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아이와 기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신다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으실 터.⁣

아이들의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알록달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기분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신나는 것도, 두근거리는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외로운 것도-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라고 아이들이 받아들인다면 그런 마음을 지혜롭게 꺼내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 자꾸 달라진 수많은 기분이 모두 나라는 문장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 아이도 매일매일 자신이 만나는 수많은 기분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더 많이 보듬어주고 사랑해야지. ⁣

오늘 우리 아이가 감정 상자에 적어놓은 편지에 갈색으로 답장을 썼다. 최숙희 작가님의 표현처럼 포근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23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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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다양한 시절을 겪고 산다. 똥기저귀차던 시절 올림필을 겪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로 만나기도 했으며,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초등학교로 졸업하는 신기함에서부터, 경제가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할 무렵 IMF를 겪었다. 교복을 입고 2002년 월드컵에서 탄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한반도에 열광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멈춰진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오래도록 회자 될 "계엄의 밤"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날 미친듯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내가 지금 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엮은 책으로,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을 123명의 증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정치인·시민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위기와 저항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사실 정치적 편견이나 견해를 갖지 않고 이 책을 읽고자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집단의 증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기자나 보좌진, 국회 관계자, 시민 등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조각들을 하나의 책을 엮으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계엄령을,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살려낸다. 물론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분석적이거나 학술적이라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을 볼 수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으며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학생이나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강렬한 체험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의 체험이 주가 되다보니 객관적인 검증이나 사건의 전모 등에 대해 조금 다루었다면 더 좋았지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닌, 민주주의의 의미와 시각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유종훈 외 1명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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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정의 에세이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불안, 상처, 자기 의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니라 마주 앉은 이들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꽤 덤덤한 말투로 이어진다.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그런 점이 더욱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잘난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차분하고 덤덤한 친구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또 개인의 경험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경험할 만한 감정이라 더욱 나를 투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짧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울림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순간에도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래"하고 덤덤히 건내는 위로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위로와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강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고 채우는 순간들에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좀 느꼈던 것 같아서 그 담백한 위로에 마음이 동했다. 혹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김묘정 지음
필름(Feelm)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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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쓰리게 했을 공허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은 대체로 이렇게 허하고 절망적이라 조금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늘 읽으면서도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그의 문장을 다시 이해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앞서 몇 권이나 읽은 "문장의 기억" 새 시리즈가 무려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다자이의 문장은 늘 차갑고 절망적인데, 그러면서도 어디인가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그의 글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지않나. 그런데 박예진의 해설이 덧붙여지면서, 채 소화하지 못했던 문장들까지 소화하게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몇 권의 다자이 오사무 책을 읽었으나, 그의 문장에 짙게 깔린 정체성 고민이나 사회적 소외, 내적 공허함 등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가며 더 이해하게 되곤 하는데, 이번에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다시 읽으며, 그의 문장에 담긴 힘이나 의미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사실 종종 그의 문장에 상처받아오곤 했는데, 박예진 작가의 해설덕분인지 그의 문장이 아프기보다는 이해로 다가왔고, 그 울음 뒤의 시원해짐이랄까 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원문 전체를 읽는 깊이는 없지만, 핵심문장들을 곱씹어 보는 매력이 있지 않나. 나 역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읽으며 작가의 해설로 조금 더 깊은 이해, 현대 사회와 연결짓는 통찰 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나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 있기에 작가의 해석이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끄덕여지기도 하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은 단순한 문장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다자이의 고독과 절망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요즈음, 작가로 인해 조금 더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문장을 맛보는 계기가 될테고, 이미 그의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다자이 오사무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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