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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이름을 말해줘>는 여러모로 아쉬운 소설이다. 소설 내내 콜린은 자신이 거듭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를 표현하는 수학적 공식을 만들어 이후의 관계들을 예측하고자 하지만 이로부터 도달한 결론은 미래는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는 평범한 주제일 뿐이다. 미래는, 그리고 사람은 수학공식으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기에 우리는 미지의 세계를 직접 살아야 한다는 결말은 처음부터 쉽게 예견되며 가볍기까지 하다.

콜린은 이로부터 유레카를 외쳤지만 이와 같은 해답이 독자에게도 깨달음을 얻게 할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주인공은 사랑과 우정을 모두 얻었지만 독자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성장소설이 찾아야 할 답은 어쩌면 쉬운 사랑과 우정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게 아닐까? 존 그린이 무한경쟁의 궤도에 내몰린 한국의 청소년들 앞에서도 진정 사랑과 우정이 모든 문제의 답이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23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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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라디오를 밀어냈다. 무선통신은 유선전화를 사멸시켰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대체했다. 사라진 건 도구만이 아니다. 직업이었고 삶의 형태며 사고방식이었다.

한탸는 고아하다. 사고한다는 게 인간 아닌 신에 닿는 일이란 걸 이해한다. 폐기될 것 가운데 가치를 탐색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아름다움을 구한다. 칸트의 용도폐기 앞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이, 그가 있다면 폐지 쌓인 지하실도 보물창고다.

그는 안다. 라디오가, 아날로그가, 팩스가 사라졌듯 제 일 또한 달라지리란 걸. 일자리의 소멸만이 아니다. 편지 없는 시대가 기다림과 추억과 사색과 온건한 정서마저 앗아갔듯이 보물창고도 폐허가 될 테다.

지혜 앞에 어리석음을 택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 지혜에의 모욕이다. 불행히도 시대가 지혜를 모욕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단 이를 나는 말릴 도리가 없다.

한탸 없는 이 세상은 너무 시시하고 번잡하구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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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표준은 없다. 문명 또한 정답은 없다. 땅에 발 딛고 사는 나는 자주 그 사실을 잊는다. 내가 사는 꼴이, 내가 뻗치는 사고의 가지가 표준이고 정답이라 여긴다. 한심하게도.

저자는 나고 자란 한국과 배우고 겪은 독일 사회를 비교한다. 교육과 주거, 의료를 공공재로 다루고, 정치 뿐 아니라 사회민주화까지 이룬 독일의 모습이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 차이를 68혁명의 영향유무라 진단한 해석이 신선하다.

마침내 통일을 이룬 독일과 합의는 커녕 연락망 하나 지켜내지 못하고 대립하는 남북의 상황 또한 대비된다. 이번 세기 들어 구조개혁이랄 것을 거의 해내지 못한 한국의 민망한 현실을 보자면 희망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 건지 아연해지기도 한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키는 일. 빡대가리의 낙천이 아니라 현자의 낙관을 가진 강인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자.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해냄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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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큐멘터리가 뭔지는 안다. 그러나 이달 본 다큐라면 십중팔구 '인간극장' 같은 TV편성물, 아니면 그조차도 없게 마련. 방송국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제작한 다큐영화를 보는 사람은 길가에 심긴 포플러나무만큼 마주하기 힘든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영화연구자인 저자가 27명의 다큐인에게 현실적 물음을 던졌다. 대다수가 한국 다큐계 중추라 해도 좋을 인터뷰이들이 다큐를 지속하는 이유, 지향하는 목표, 현실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방송다큐와 독립다큐란 전통적 구분과 사회참여적 다큐와 팝다큐라 불리는 새로운 흐름의 대비 가운데 좁아져만 가는 다큐의 영역에서 희망을 모색하는 움작거림을 읽어본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과 분출하는 창작욕구, 스러지는 것들의 곁을 지키려는 책임감 사이에서 분투하는 이들. 이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카메라 안에 담아낸 풍경이 궁금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다큐멘터리, 현장을 말한다

형대조 (지은이)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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