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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마리아, 내가 그렇게 강해 보이니? 게다가 팍치도? 있지, 팍치가 왜 언제나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지 알아?”
선생님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선뜻 베트남 사람이니까, 라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사미도 저렇게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때까지 짧은 시간이 걸렸어.”
문득 고개를 드니 팍치와 사미가 이번에는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추프도 가세해서 서로 장난을 쳤다. 꺄악꺄악 하고 신난 팍치 씨의 아름다운 아오자이 자락이 노을에 녹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으니 조금쯤 흘분이 가라앉았다.
“나도 걸핏하면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성질 급하고, 겁도 많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선생님은 언제나 긍정적인 분이고, 뭐든 할 수 있는 완벽한 분이잖아요.”
언제나 느끼고 있던 것을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갑자기 깔깔깔 웃어댔다.
“마리아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니까. 내가 뭐든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너희보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야. 실패한 경험이 무진장 많거든. 게다가 그렇게 느낀 것은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가 아닐까?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거든. 그 삶이 좋으면 점점 호감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아나 나도 너희들과 있을 때는 평소의 나보다 수준을 높이는 걸거야.”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
그러나 확실히 나도 오노데라와 살던 시절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건 제대로 한 것 같다. 너무 수준 차이가 나서 부끄럽지만.
“뭐,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선생님은 소녀처럼 발딱 일어났다. 나 때문에 선생님 슬리퍼가 완전히 흙투성이가 됐다.
“지금 이렇게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이 멋진 게 아닐까? 마리아도 그렇고, 지금 여기 있다는 자체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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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 저같이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면을 후루룩거리며 머리를 숙이자, 남자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난 쓰레기라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하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쓰레기라고 한탄하지 않거든. 그리고 허접쓰레기 같은 놈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자책할 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어."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너는 네가 야요이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그게 정답이야."
"...그렇지만, 위선자 소리를 듣는 건 정말 끔찍해요."
할머니의 얘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한편으로 그것 그냥 허울 좋은 말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야요이와 친하게 지내면 점점 더 외톨이가 될 거 같아요..."
"가령 그게 진정한 고립이라면, 나는 그렇게 돼도 좋다고 생각해."

“난 서예교실에서 정성을 다하면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다고 가르쳤단다. 그런데 어느날 한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구나. 자기가 쓰고 싶은 글씨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쓰는 글씨가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가 시범을 보여준 대로 쓴 글씨에는 자기 진심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구나.”
할머니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아이한테 네가 쓰고 싶은 글씨를 자유롭게 써 보라고 했어. 그랬더니 며칠 후에 그 아이가 감정과 의지를 담아 쓴 글씨를 들고 왔단다. 기술적으로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그 글씨에는 그 아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어. 나는 그때 깨달았단다. 글씨를 잘 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참된 마음과 의지를 담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라는 것을.”
“...”
“그때부터 서예 교실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신을 속이지 않는 마음가짐이란다. 남의 시선만 신경 쓰고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게 되면, 글씨를 아무리 잘 쓰더라도 그걸로 진심을 표현할 수는 없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을 내버리게 되면, 정말 절망적인 외로움을 맛보게 된단다.”
그 말을 듣자, 내 마음을 가리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씩 옅어졌다.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모모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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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저씨의 책상 앞에 앉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저씨는 가게 카운터로 쓰이던 이 연갈색 나무 책상에서 매일 두껍고 큰 책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처음엔 그 책이 큰 글자 성경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스페인 소설 『돈키호테』였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풍차로 돌진하는 미치광이 늙은 기사로만 알던 나는 실제 책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언제 다 베껴요?”
“필사를 하는 거란다.”
“그러니까 왜 필사하는 거예요?”
“그건 말이다. 음…… 돈키호테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지. 그리고 대한민국에 그 누구도 『돈키호테』를 필사한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건 한국어로 된 최초의 『돈키호테』 필사본이지.”
“하지만 그걸 누가 알아줘요? 스페인 사람들이 알아주려 해도 한국어로 된 거면 알아보지도 못하지 않나요?”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 안 그러니 솔아?”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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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불빛이 켜졌다고 꼭 된다는 건 아니야."
"될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둘 다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우리가 알 방법은 없을까?"
"그런 건 없어."
기비 물음에 리지가 말했다.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책읽는곰 펴냄

읽었어요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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