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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의 표지 이미지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현실문화 펴냄

읽었어요
‘버섯이 뭐 어떻다는 거야?‘무슨 책인지 사실 잘 모르겠어서
김겨울님의 해설을 듣고 해제도 다시 읽었다.

우선,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것이 자본주의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서 자본주의 얘기가 나오겠구나 싶었지만
정작 얘기 되는 건 송이버섯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왜 채집을 하는지다.
점점 이게 뭔가 싶다.그래서 자본주의와 송이버섯이 어떻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면 이것저것 얘기되는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얼추 보이는데 이런 거다.
자본주의가 맞고 틀리다, 환경 문제는 인간의 능력으로
극복 가능하다, 인간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것보다
인간에 의해 폐허로 변한 숲에서 송이버섯,소나무가 함께하는 세계,
소나무와 송이버섯 곰팡이가 연대하는 세계처럼,
이런 다종의 세계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자본주의 폐허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의 하나라고.

와..생태계, 환경, 자본주의부터 인간과 문화까지,
이런 걸 다 다룰 수 있는것이 문화인류학이라는 거구나.
진짜 어마어마하다 👍
2025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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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이 작가의 책 중 ’바다의 긴 꽃잎‘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여성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니베아는 편지에 “이렇게 많이 읽고 공부하는데 여자라고 사회 활동 공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세베로?“(p.54)

여성 참정권을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지속하는 니베아가 그렇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했던 아우로라도 그렇다.
온갖 차별과 억압이 난무하던 시대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시대가 정해놓은 여성의 자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이었을까.
그래서 이 책 속 여성들이 더욱 안심이 되고 반가웠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때로는 주어진 틀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의 니베아와 아우로라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전 여성들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지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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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잘 살아가고 있음을, 옳게 살아가고 있음을 늘 고민하고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나이다. 나라는 가면이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않은 나도 존재한다는 것을 하염없이 공원에 앉아 느낀다.’(p.74)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데 책 속의 ‘공원’은 그런 노력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답게 산다는 건 나를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채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늘 잘 살아내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그냥 너여도 괜찮다’는 말만큼 멋진 위로가 또 있을까.
그러니 이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만의 공원 하나쯤 찾아보자.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 Stadt der Morgenröte

천선란 (지은이), 이주향 (그림)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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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담담함 속에서 한의 정서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식민지 시대를 다룬 이야기임에도
그 시대를 참담하거나 암울하게만 그려내지 않고,
오히려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사람들은 그 소설을 또한 대단히 엄숙하게, 그리고 어떤 때는 높은 목소리로, 또 어떤 때는 낮은 목소리로, 어떤 때는 그지없이 명랑하게, 또 어떤 때는 대단히 우울하게, 반은 노래하듯이 낭독했다…(중략)…나는 자주 그런 집 앞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이곤 했는데, 그것은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우리나라에 아직도 평화가 깃들어 있던 나의 걱정 없던 유년 시절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단지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p.130)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난 사람에게는 평범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과 목소리마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그리워해야 할 기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3·1운동에 가담한 뒤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평생 그리워했을 고향,
그리고 타국에서 전해 들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담담한 문장 속에 그리움과 상실감으로 스며들어 더 크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회자되어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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