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어디에선가 들어봤다. 급한 사정이 생겨 끊어놓은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동명이인을 찾아 그에게 티켓을 선물했던 특별한 사건이자 미담.
그런 사람이 21세기 한복판에 존재한다고? 아니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동화 속에는. 현실에도 있을 수 있지. 다만 나나 내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은 아닐 뿐이다. 반대로 내가 김민섭 씨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니 타인에게 양보하는 것이 맞나. 하지만 그렇다고 번거로운 일- 모집하고 선별해서 보내주는 일까지-을 자처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도 든다.
최근 김민섭 씨가 쓴 책을 읽어보니 그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감히 책 한권 읽어놓고 그의 사람을 다 이해한다고 하는 건 너무나 큰 자만이다.) 이기와 과욕이 판치는 세상에서 남들과 다른 결정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힘이다. 조금씩 덜 양보하는 건 결국 내가 조금이라도 더 손해보고 싶지 않아서인데. 물론 여기에는 상대적 개념이 작동한다. 남들보다라는 끊없는 비교.
저자가 말하는 다정함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고 행동해야 하는 것.
누군가의 잘못조차 이해하려는 생각.
어떠한 조건 없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내면서 타인의 삶을 보듬어낼 줄 아는 것.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말을 아끼는 것.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는 연습.
나라는 존재는 누구의 자녀, 누구의 엄마, 회사의 누구, 마을의 누구이기 이전에 나 그 자체로 존재한다. 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살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삶 속에서 하루에 한번쯤 다정함을 슬쩍 내보이며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은 어떤 다정함을 누구에게 내비쳐볼까.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김민섭 지음
어크로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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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일상을 보낼까.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일이랑 어떨까를 마주하는 현실은, 너무도 막연한 상상의 영역이었다.
소위 ‘필‘ 받으면 며칠 밤을 꼬박 세워 줄줄이 쓰다가 영감이 오지 않으면 허탕치기 일쑤인 하루를 보내는 백수같은 삶일까.
눈 뜨면 러닝하고 늘 같은 시각에 식사하고,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루틴을 매일 미루지 않고 실천하는 수험생같은 삶일까.
우리동네 도서관에서 글쓰는 작가의 삶을 언뜻 들여다보니 위 2가지가 적당히 배합된 상태인 것같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여기에 있다. 분명 ’용’을 찾아 떠나는 고구려 사람들과 용을 그려야 하는 화가의 이야기같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현실적인 고뇌와 고충을 담은 작품이다.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고 편집되어 오락가락한다.
어떨 때는 보지 못한 것은 그리지 못하는 화가의 이야기가 들어왔다 정작 글을 써야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글을 쓰지 못하고,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적대는 작가의 이야기가 다가온다. 그런데 고구려 화가와 작가가 일치되기도 하고, 고구려의 용이 현실의 용이 되기도 하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작가가 현실에서 소외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제 독자라고 여기여, 연민의 감정을 품는 지점에서는 가슴에 먹먹해진다. 부록의 작품을 읽다가는 내내 머금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만다. 인류애라기엔 조금 거창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작가의 시선이 참으로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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