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 팔로우
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의 표지 이미지

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현대지성 펴냄

분노는 자식들에게는 죽음을, 자신에게는 빈곤을, 가문에는 몰락을 가져옵니다. 미친 사람이 자신의 광기를 인정하지 않듯, 분노한 사람도 자신의 분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분노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들의 적이 되고,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됩니다. 그들은 법도 무시한 채 오직 해칠 궁리만 하며, 사소한 일에도 동요하고, 그 어떤 말이나 호의도 다가갈 수 없게 됩니다.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 들며 기꺼이 칼을 들고 남을 해치거나 자신을 상하게 합니다. (...) 분노가 지배하지 못하는 정념은 없습니다. (P.113)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과거에는 분명 세네카의 철학이 그리 마음에 닿지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어떤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마흔이 넘어 만나는 세네카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한마디 한마디가 맞는 말 같아서 끄덕거리느라 목이 다 아플 정도였다. 우리가 흔히 세네카 전집이라 부르는 『화에 대하여』와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를 한꺼번에 만났는데, 정말 살며 마음에 담아두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 가득했다. 특히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화에 대하여』와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라틴어 완전 완역본이라 보다 정확하고 명료하게 세네카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사실 처음 『화에 대하여』를 만나면서는 내가 여전히 세네카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그런 다음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적을 심하게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분노라는 무기는 바로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p.109)”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분노는 결국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서, 스스로를 좀먹는 일임을 깨달았다. 사실 요즘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딱하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는데, 문득 그러한 모습들이 떠오르며 세네카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익혀 나는 그런 모습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 타인의 모습에서 불편함을 느꼈을 때 그저 싫다고 피해버리던 나인데, 세네카 전집을 읽으며 나는 내 안의 화를 잘 다스려봐야겠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를 수십 번 다짐하게 된다. 아마 이조차 조금은 나이를 먹고, 조금은 커가고 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화에 대하여』에서 세네카는 화라는 존재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고의 악이며, 무지와 오만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와닿은 표현은 애정조차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표현이었다. 또 반대로, 모든 미덕은 처음에는 약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해지고 견고해진다는 말이 무척이나 힘을 주었다.

화를 미리 살펴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인간이기에 그것을 다스리고 억제해야 한다는 그의 이론을 읽으며, 이제야 겨우 이성의 적이 “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사람이 비이성적인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함이라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이제야 마음에 제대로 담아본다. 그러며 생각한다. 화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악마인지를 알면서도, 화의 반대편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는 얼마나 무지한지를. 하지만 이제라도 세상이 나를 화나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 전에, 나 스스로 그런 화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0

책읽는엄마곰님의 다른 게시물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우리는 참 다양한 시절을 겪고 산다. 똥기저귀차던 시절 올림필을 겪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로 만나기도 했으며,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초등학교로 졸업하는 신기함에서부터, 경제가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할 무렵 IMF를 겪었다. 교복을 입고 2002년 월드컵에서 탄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한반도에 열광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멈춰진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오래도록 회자 될 "계엄의 밤"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날 미친듯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내가 지금 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엮은 책으로,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을 123명의 증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정치인·시민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위기와 저항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사실 정치적 편견이나 견해를 갖지 않고 이 책을 읽고자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집단의 증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기자나 보좌진, 국회 관계자, 시민 등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조각들을 하나의 책을 엮으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계엄령을,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살려낸다. 물론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분석적이거나 학술적이라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을 볼 수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으며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학생이나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강렬한 체험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의 체험이 주가 되다보니 객관적인 검증이나 사건의 전모 등에 대해 조금 다루었다면 더 좋았지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닌, 민주주의의 의미와 시각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유종훈 외 1명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1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김묘정의 에세이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불안, 상처, 자기 의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니라 마주 앉은 이들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꽤 덤덤한 말투로 이어진다.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그런 점이 더욱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잘난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차분하고 덤덤한 친구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또 개인의 경험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경험할 만한 감정이라 더욱 나를 투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짧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울림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순간에도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래"하고 덤덤히 건내는 위로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위로와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강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고 채우는 순간들에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좀 느꼈던 것 같아서 그 담백한 위로에 마음이 동했다. 혹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김묘정 지음
필름(Feelm) 펴냄

1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나는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쓰리게 했을 공허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은 대체로 이렇게 허하고 절망적이라 조금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늘 읽으면서도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그의 문장을 다시 이해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앞서 몇 권이나 읽은 "문장의 기억" 새 시리즈가 무려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다자이의 문장은 늘 차갑고 절망적인데, 그러면서도 어디인가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그의 글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지않나. 그런데 박예진의 해설이 덧붙여지면서, 채 소화하지 못했던 문장들까지 소화하게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몇 권의 다자이 오사무 책을 읽었으나, 그의 문장에 짙게 깔린 정체성 고민이나 사회적 소외, 내적 공허함 등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가며 더 이해하게 되곤 하는데, 이번에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다시 읽으며, 그의 문장에 담긴 힘이나 의미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사실 종종 그의 문장에 상처받아오곤 했는데, 박예진 작가의 해설덕분인지 그의 문장이 아프기보다는 이해로 다가왔고, 그 울음 뒤의 시원해짐이랄까 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원문 전체를 읽는 깊이는 없지만, 핵심문장들을 곱씹어 보는 매력이 있지 않나. 나 역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읽으며 작가의 해설로 조금 더 깊은 이해, 현대 사회와 연결짓는 통찰 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나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 있기에 작가의 해석이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끄덕여지기도 하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은 단순한 문장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다자이의 고독과 절망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요즈음, 작가로 인해 조금 더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문장을 맛보는 계기가 될테고, 이미 그의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다자이 오사무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1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