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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여자

최현숙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단 몇시간에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지만, 읽어내기 어려운 무거운 작품이기도 하다. 더럽고 불쾌한 환경뿐 아니라 너절한 쌍욕이 넘실대고 감수성 높은 독자에겐 버거울 성적 묘사며 인간과 사회의 깊은 어두움을 구태여 건드리는 시선까지가 하나하나 그러하다. 소설이 단 한 줄 적고 있는 문제로도 책 한 권이 거뜬히 나올 만한 구석이 여럿이다. 최현숙이 과감한 결단으로 적을 것과 적지 않을 것을 구분하며 거침없이 나아간 결과로써 단촐한 외양을 얻었을 뿐이다. 구술생애사인 저자의 역량을 한껏 펼쳐 소설이 아닌 취재기를 적었다면 100페이지가 아니라 1000페이지도 거뜬했을 테다. 읽는 이의 수는 그 무게에 반비례했겠지만.

읽는 일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독서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효과적 수단이란 것이다. 인간은 익히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그리하여 알지 못했던 세계의 실존을 책을 통해 접한다. 이 책이 해내는 바가 꼭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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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잘 나와서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커선지 실망도 컸다. 그래도 나는 다정하기로 했으니 좋은 점을 적어본다.

하나는 엔딩. 같은 규격 프레임으로 진행되는 영화보다 엄마의 얼굴이 한 장 가득 펼쳐지는 만화의 감흥이 훨씬 더 크다. 여운이 길다.

미추의 구분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만화가 겨냥한 게 내 바깥 세상이 아니라 읽고 있는 내 안에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모를 것 같으냐고, 아름다움은 존경받고 추한 건 멸시당한다'고 말하던 맹인의 말 또한 인상 깊다. 가만 보면 그러하다. 못보는 이일 수록 보여지는 것에 집착한다. 추한 이가 아름다움에, 어리석은 이는 지혜로움에 매달린다. 나조차도 어리석어서 지혜를, 매정하여 다정함을 구하려 든다. 억지로 작은 나를 부풀리려 하기보다 제 못남을 직면하는 게 먼저여야 하겠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다. 상호와 성호는 그렇게 달라도 나는 홀로 그를 좋아라 한다.

얼굴

연상호 지음
세미콜론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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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뉴스는 선별적으로 접하는 나는 매일 아침 1년 전 뉴스를 일률적으로 듣는다. 미래를 예견한 책도 신간보다 10년쯤 지나 읽길 즐긴다.

2017년 쓰인 이 책도 마찬가지. 파리기후협약 뒤 포스트 2020 기후체계가 새 패러다임이 될 걸 의심하는 이는 얼마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딴판. 저자의 예측 대다수가 빗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적 합의를 두 차례나 깬 미국과 그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국제사회를 맨 정신으론 예상할 수 없었던 지성인의 한계다.

이로부터 독자가 가져야 할 태도가 비웃음이어선 안 될 일. 인류는 불과 10여 년 전 파리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세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 각국의 퇴행적 전원믹스는 그 약속이 실질적으로 무너졌음을 보인다.

이 책으로부터 내가 구하려 한 건 현실이 되지 못한 기회, 그를 뒤집어낼 아직은 남은 희망의 단서다. 아쉽게도 충분치가 못하였다.

새로운 에너지 세계

조석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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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둘러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풀어가는 방식만으로도 저자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일부는 동의한다. 진실 앞에 겸손하지 못한 인간은 온 세상을 왜곡하기 십상. 비좁은 눈에 비친 비틀린 풍경에 모두를 짜맞추다보면 언젠가는 저 자신조차 비트는 날이 오겠지.

물론 이성도 인간을 배신한다. 퇴행처럼 보이는 것도 진화의 일환일 수 있듯, 오늘 진보라 부르는 것도 절멸에 다가서는 길일 수 있다. 그러나 실패의 위험에도 범주를 짓고 이름을 붙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다가서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므로.

데스조가 비열한 놈인 것과 물고기에 대한 열정은 다른 문제다. 별개의 문제를 관련된 것처럼 의미지은 이 책의 결말이 스스로 비판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분류학적 구분과는 별개로 물고기는 존재한다. 책이 내게 와닿지 않은 건 나는 물고기가 존재하는 이유에 더 관심이 있는 까닭이겠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지음
곰출판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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