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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어떠한 부조리나 상황, 감정 등을 개인적 경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다정한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직시하게 도와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인종 차별에 대한 것, 현대 사회의 만성적인 외로움, 재정난과 여유의 상실을 조화롭게 풀어낸 이야기. 단편인 게 아쉬웠다. 남은 페이지 수가 줄어들수록 이 이야기의 끝이 나지 않길 바랐다. 라비우와 링과. 입술과 혀, 혹은 입술과 단어. 혀 끝까지는 미끄러지듯 단어가 풍만하게도 넘실대는데. 왜 입술 밖으로 발화되는 순간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사랑이 싹트기도 하는 것인지. 왜 생각과 (발화 시점, 변질되는 뜻) 같지 않은지. 고질적으로 앓아온 외로움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김서해만이 도출해낼 수 있는 답을 읽었다.

“나는 가끔 내가 실망으로만 이루어진 사람 같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15p)” 화자가 나와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그와 같이 궁핍하지 않으나. 내 수많은 후회와 고민, 인연의 누락, 관계로부터의 상처들만이 나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 같으므로. 약간은 무례할 수 있는 동질감. 그리고 (기간제였던) 브라질 친구 이네스. 이들이 일구어내는 관계가 내겐 너무 소중해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내게 소중한 관계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던 날들이 생각났고—물론 현재진행형이다—그와 더불어 문제의 해결에 필요할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나는 관계에 의존하는 법을 버릴지도 모른다. 그 관계에서 얻어낸 것들은, 관계의 끈이 내게서 떨어져버리더라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에. 내 불안과 함께 내 몸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게 남겨질 부속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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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이해할 수 없고 부정해야만 하는 지점이 존재했으나, 그러한 요소까지 포함해서야 작가가 적고자 한 걸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내용이었다. 개인의 신념과 삶-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방식과 의지, 단지 생명이라고 정의내릴 수만은 없는 단 한 사람들을 위한 책.
설명 불가한 미지의 것들로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한 게 인상깊었다.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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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과의 관계도 조금은 더 비중있게 다뤘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나 종교 얘기를 왜 꺼낸 건지 의뭉스러웠던 것 말곤 괜찮게 읽었다.

세상의 모든 죽음은 경시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삶이란 단어를 뒤따르는 죽음은 어찌 보면 삶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한 죽음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안락사.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제가 많을 테지만, 이 소설은 말 그대로 안락하게 안락사한 이금래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문지혜라는 이금래 씨의 손녀의 시야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따뜻해졌다. 죽음을 얘기하는데 따뜻한 감정을 느끼다니. 은모든 작가가 새삼 대단했다.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고 했는데, 조금은 슬펐다. 안온하고 주체적인 죽음과 그것을 수용한 가족들. 이상적이다. 현실은 이보다 어렵겠지만서도… 이러한 글을 이상적이라고, 동화적이라고 여기는 현실이 이 내용을 동경하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안락

은모든 지음
arte(아르테)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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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마음. 읽히고픈 마음과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허투루 소비되지 않아야 할 마음. 그것들을 끌어안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의 숙명.

건조하고 강박적인 슬픔 뒤에 엄마가, 소녀가. 짓무른 상처가, 거대한 흉이.

너 내가 죽어가듯이 읽고 쓴다 그랬지 얼마 못 버틸 거라 그랬지 근데 사실 죽기 싫어 읽는 거야 살려고 아등바등 쓰는 거야
지금보다도 어린 시절에 나는 이 시인의 유년기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아이였으므로,

내가 나를 투영할 수밖에 없는 문장에 이끌리는 것처럼
나는 백은선에게 매료된다

백은선 지음
난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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