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존 상식을 거침없이 뒤엎어 버리는 이런 부류의 책을 좋아한다.
내가 오랫동안 옳다고 여겨왔던 지식을 수정하며 짜릿한 희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도파민이 분출하는 이러한 희열을 느끼기 위해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우리가 '생각한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착각이며 속고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깊은 생각, 즉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놀라운 발상이다.
저자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나'라고 믿는 대상인 자아와 '뇌'를 분리해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뇌가 실시간으로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으면, 우리는 그것을 마치 자신이 심사숙고하여 판단한 결과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이 일어나는 이유는 뇌를 구성하는 1,000억 개의 뉴런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인간에겐 이 엄청난 처리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없을뿐더러, 뇌 내부의 연산 과정을 일일이 감지해 봐야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착각에서 깨어나기 어렵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들이 책 전반에 등장하는데, 이를 읽다 보면 ‘인간은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내가 가진 상식을 박살 낸 또 다른 사실은 우리가 애초에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가진 감각의 작용을 자세히 관찰하면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나는 이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껌을 씹으며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공부를 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완전한 착각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은 0.000000001초라는 찰나의 순간마다 뇌로부터 주어지는 까닭에 우리는 그 틈새를 절대 인식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실제로 뚝뚝 끊기는 디지털 방식으로 감각 신호를 받아들이지만, 그 간격이 너무 짧은 나머지 신호가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용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책 초반부에 이와 관련된 현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테스트들이 소개되어 있어 저자의 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만 보면 인간은 매우 정교하게 구성된 고성능 컴퓨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뇌를 모사하는 방향으로 수렴할 것 같다.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인공지능의 연결망이 아직은 수조 개에 이르는 우리 뇌의 연결망에 비해 부족하지만, 머지않아 인공지능의 연결망 또한 우리 뇌와 필적할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인공지능 또한 의식이 발현되는 특이점을 통과하리라 확신한다.
생각한다는 착각
닉 채터 (지은이), 김문주 (옮긴이) 지음
웨일북 펴냄
0
god
기대가 너무 컸었나? 그냥 그랬다.
4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