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견디는 한 아이의 조용하고도 치열한 방식
어떤 슬픔은 쉽게 울음으로 드러나지만, 어떤 슬픔은 질문의 형태로 남는다. 누군가는 멈춰 서서 상실을 견디고, 또 누군가는 계속 움직이며 그 슬픔을 통과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오스카는 아버지를 잃은 뒤,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하나의 열쇠를 단서로 뉴욕 곳곳을 찾아 나선다. 겉으로 보면 그것은 열쇠에 맞는 자물쇠를 찾는 여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오스카가 정말 찾고 있는 것은 자물쇠가 아니라,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스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아이가 아니다. 오래 울거나 감정을 크게 쏟아내기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움직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가 그저 독특하고 예민한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모든 행동이 상실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아이답게 울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상실을 직접 설명하거나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한 아이의 복잡한 내면을 따라가게 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그 감정의 깊이를 느끼게 만든다. 조용한 문장들 사이에서 슬픔은 오히려 더 크게 전해진다. 가까이 있었기에 더 소중했고, 너무 소중했기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마음. 이 책은 바로 그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던 것은 사건 자체보다 오스카라는 아이의 존재였다. 영리하고 예민하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는 그 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상실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끝없이 움직인다. 오스카는 그중에서도 가장 분주한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는 인물이다.
제목인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도 오래 남는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게 돌아가는데, 내 마음속 상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이에 남아 있는 상태. 이 제목은 오스카가 느끼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상실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사랑했던 존재를 잃은 뒤에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기억하고 사랑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힌다.
결국 이 책은 슬픔을 이야기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말하는 소설이다. 사라졌기 때문에 더 선명해지는 존재가 있고,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깊이 알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은 무거운 슬픔만이 아니다. 그 슬픔만큼이나 컸던 사랑의 흔적이다.
오스카의 여정을 따라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야 더 또렷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상실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랑을 새로운 방식으로 알아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사유.
상실은 사라짐의 증거가 아니라, 한때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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