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예술가, 비비안 그린의 명언이다. 물론 이미 여러 번 읽은 문장이지만, 이정민 작가의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의 표지에서 이 문장을 만나니, 괜히 울컥했다. 힘들었던 하루, “아, 오늘도 신나게 춤을 춘 하루였구나”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는데, 책 중반을 채 읽기 전에, 내 마음속은 불평이 아닌 “또 하루 잘 살아냈다”는 안도가 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의 오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꼭 기억하기로 했다.
항해 :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인생이 무거운 숙제인 것만 같았지만, 알고 보니 공짜로 온 선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한다. 지혜로운 이들은 이 문장을 큰 곤경 없이도 깨달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아파서야 느꼈던 것 같다. 버거웠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를 배워놓고도, 조금 살만해지면 그것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끝내 감사와 기쁨을 놓지 말라는 그의 말은 약간의 '찔림'도 주긴 하지만, “아, 그래! 나 오늘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지 알고 있었지!”하고 깨닫게 하더라. 우리가 삶을 항해할 때, 참고할 다섯 가지 항해법을 배우며 나의 바다는 내 것임을 기억하려 애썼다.
배 : 모든 인생은 '나'라는 배에서 출발한다..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의 첫 장에서는 '나'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첫 번째 단계는 나를 이해하는 시간. 내가 가장 아껴야 할 것이 누구인지, 내 속도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잘하고자, 열심히 하고자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하는 나에게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의 인생이 가치가 없는 것인가? 내 부족함이 보이고, 실패가 쌓이면 위축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그것은 나에게 더 알맞은 방향으로 나를 인도하는 신호거나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기폭제다. (...) 완벽한 나는 이 세상에 없지만, 여기까지 왔다. 놀라운 일이다. (P.54)”는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이 더 좋았던 것은 각 단락의 끝에 두어줄 더해진 작가의 문장들 때문이었는데, 그것을 통해 나는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를 격려하기도 했다.
목적지 : 내 안의 나침반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두 번째 장은 올바른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으로 “나다운 일, 나다운 성품, 나다운 삶의 방식, 나다운 철학과 유산은 무엇이고 또 그런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P.103)”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늘 생계와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문장이 많았다. 여전히 수없이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내가 충분하다 여기는 지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항로 : 내가 찍은 점들이 지도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안겨준 장이다. 앞의 장들이 내가 누구인지, 내 목표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면 “어떻게”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 즉, 가야 할 “과정”을 그릴 때 도움 될 이야기들이 많았다. 내가 나에게 준 응원과 격려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나에게 어울리는 키워드는 무엇이며, 또 나는 “나”라는 지도에 어떤 키워드를 달아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지나온 길이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지금 하는 일도 언젠가 미래에 돌아보면 내게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알게 될 것이다. (P.165)”는 문장은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나를 응원하게 했다.
선원 :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네 번째는 “내 배의 선원명단”을 적게 하는 장으로, 인생의 동반자를 현명하게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섬세히 이야기한다. “함께”의 가치를 떠올려보았는데,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처 줄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도 떠올리게 되더라. 내 인생에 폭풍이 칠 때, 함께 춤춰줄 사람, 아니 그저 기다려줄 사람들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폭풍에 있을 때, 함께 춤춰주며 멀리 함께 가야지, 하고 다짐했다.
항구 : 새로운 향해를 위한 새로운 시간
마지막 장도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사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이 부분을 잘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멈추고 쉬는 것도 항해의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인격은 고요함과 평화로움 속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풍과 파도가 거세게 긁고 간 자리에 분노, 무례, 미움, 원망 같은 부정적인 퇴적물을 쌓지 않고 인내, 용기, 회복과 사랑을 비축할 때 비로소 온유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된다(P.239).”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에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또 생각하게 되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고. 그래, 어느새 마흔. 더이상은 남을 신경 쓰면서 흔들릴 시간조차 없지 않나. 타인의 기준과 속도에서 휘청이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만드는 것에 전념해야지. 지칠 때면 멈추는 용기를, 또다시 살아낼 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마음에 구멍을 내지 말아야지.
내가 맞이할 오늘은, 나의 마음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
이정민(데비 리) (지은이) 지음
나무사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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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도둑이 하나 있어요. 이 도둑은 반짝이는 보석을 훔치는 도둑도 아니고, 미술관에 걸린 유명한 그림을 훔치는 도둑도 아니에요. 돈뭉치를 훔치지도 않고요. (아, 딱 한 번 훔쳤다가 되돌려놓은 이력이 있기는 해요. 그건 마음이 너무 슬픈 상태였기 때문이었어요.) 이 도둑은, 편지를 훔치는 도둑이에요. 아니, 정확히는 “편지씨앗”이요.
『도둑 잼버리』는 잘못 쓴 편지, 몇 번이나 고쳐 쓴 편지, 쑥스러워서 보내지 못한 편지 등을 매일 밤 모으러 다녔어요. 버려진 편지 씨앗에는 '벌거숭이 속마음'이 속속들이 담겨있었거든요. 울퉁불퉁해도 솔직한 그 마음들이 너무 좋았던 『도둑 잼버리』였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편지 쓰길 무척 좋아했기에, 우체부들은 쉴 틈 없이 바빴고 잼버리는 풍족히 편지씨앗을 모을 수 있었어요. 그 씨앗들은 잼버리의 마음에서 알록달록한 꽃이 되어 “좋아, 좋군, 오늘도 참 좋았지”하고 곱씹을 수 있는 행복이었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요.
오랜만에 아이와 머리를 맡대고, 하루종일 같은 그림책을 읽은 날이다. 『도둑 잼버리』안에는 무척이나 많은 깨달음과 생각과, 감동이 숨어있었기 때문. 사실 처음 『도둑 잼버리』를 받아들고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쉬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림책이니 무섭고 기괴한 도둑은 아닐텐데 과연 무엇을 훔칠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훔치는 것이 편지 씨앗이라니! 『도둑 잼버리』의 첫 장을 읽을 때만해도 누군가의 “벌거숭이 속마음”을 훔치는 『도둑 잼버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저 외로움에 타인의 감정을 소중히 감상하는 딱한 사람일까 정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반, 자신의 우체통에는 편지가 들어있지 않은 시장님이 편지금지령을 내려버렸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짜 빌런(!)의 등장. 마을에는 더이상 편지지조차 팔지 않았고, 지금까지 받은 편지들도 모두 빼앗기게 되자 마을은 우울함에 가득찬다.
이 대목에서 아이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보고 싶어' 등의 마음이 오가지 않는 마을은 슬픔만 남는 다는 것을 알고도 잊고 살았던 것. 나와 아이도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요즘은 그 편지가 뜸했던 것을 깨달으며, 우리집에 『도둑 잼버리』가 돌아오도록 다시 편지 씨앗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고.
편지 씨앗이 없는 마을에서 더는 살 수 없던 『도둑 잼버리』는 마을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시장님은 모두의 마음을 훔칠 수는 없었는지, 『도둑 잼버리』가 실수로 흘린 편지씨앗로 인해 모두의 마음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핀다. 이때서야 마을사람들은 그 편지씨앗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좋아, 좋군, 오늘도 참 좋았지”하며 잠드는 밤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잼버리처럼.
마을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너무 아름답다. 시장을 몰아내거나, 따지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님을 마을에서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도둑 잼버리』를 읽는 내내, 우리가 쉬이 잊고사는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놓은 “울퉁불퉁한 마음”들을 “알록달록한 꽃”으로 피워 “좋아, 좋군, 오늘도 참 좋았지”하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면, 마음을 전해야만 한다는 것도. 점점 손으로 쓴 편지들이 사라지는 세상,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손글씨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부디 『도둑 잼버리』가 “좋아, 좋군, 오늘도 참 좋았지”하며 잠들 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많이 나누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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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아이에게 더하기를 가르칠 때, 대부분 가정에서는 “10이 되는 수”를 먼저 가르칠 것이다. 우리 집 역시 10칸짜리 플라스틱 통에 부지런히 과일을 채웠었지.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리 집같이 10을 위한 더하기(?)를 또 하는 예도 있었을 터. 아마 이 작가님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셨을까? 그래서 다른 꼬마들은 조금 더 쉽게 10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귀여운 책을 쓰신 건 아닐까?
안희진 작가님의 『십이 될 거야!』를 소개한다.
『십이 될 거야!』는 숫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교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왕좌왕 시끄러운 숫자들에 자리에 빨리 앉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선생님의 모습이 피식 웃음이 난다. 숫자들은 10칸의 상자에 숫자를 채워야 하는 미션을 받았는데, 남아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셋도 안되고, 둘이어야만 한다. “1등이라고 으스대며 나 하나만 알 땐 미처 몰랐어. 9해주고 양보하면 우리도 하나가 될 수 있는걸”이라는 멋진 문장과 함께 첫 10이 탄생하며, 숫자들은 하나둘 짝을 이룬다. 5의 멘트에서 아이는 “5가 너무 딱해”라며 속상해하기는 했지만, “진작에 이 책이 나왔으면 나도 더 쉽게 배웠을 텐데!”라며 동생들에게 참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물론 이미 꽉 찬 9살이 된 우리 아이에게는 『십이 될 거야!』로 짝궁수를 익히는 도움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십이 될 거야!』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채우는 마음은 배웠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꼬꼬마 친구들을 키우는 부모님들께 『십이 될 거야!』를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다. 연산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10이 되는 수를 배우는 학습적인 부분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에도,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아이가 좀 크다 보니 동화책 등을 읽느라 그림책을 읽는 양이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한 번, 그림책에서 배우는 세상을 느낀 것 같아, 그림책은 역시 평생에 걸쳐 읽는 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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