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p
산사태와 같이 쏟아져 내리는 흰 모래에 쇼고의 세계는 새하얗게 표백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이 문장을 적은 저자가 초록색 액체를 뿜는 악당 레슬러라면 믿겠는가.
25p
“붙어보지도 않고 질 생각부터 하는 바보가 어딨냐!”
신일본 프로레슬링의 주역이었던, 은퇴 후에도 여전히 간판으로 군림하는 안토니오 이노키의 명언이다.
=> 신일본 프로레슬링을 일본 최고의 단체로 만든 것도, 이노키즘으로 프로레슬링을 종합격투기라는 야생에 내몰며 위상 하락에 일조한 요인은 이노키의 도전이었다.
29p
생에 처음으로 지금, 타인으로부터 모멸도 조롱도 아닌 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로 인해 자신이 무언가가 된 듯한 감각이다. 어쩌면 프로레슬러는 이 감각을 채우기 위해 링 위에 오르는 것 아닐까?
=>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종사자는 인기와 그를 잃음으로써 발생하는 공허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30p
의지가 있으면 시험조차도 신나는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쇼고는 생전 처음 깨닫는다.
42p
험상궂은 얼굴의 외국인이 모두를 즐겁게 하고 있다. 추남이 다른 이를 웃길 수 있다니!
=> 불량이라 낙인찍기 전, 어떻게든 장점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44p
어머니는 아버지가 재기하여 대박을 내리라 믿고 결혼했지만 터무니없이 꽝이었다는 사실을 어머니의 일상적인 불평불만으로부터 살펴 짐작하고는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평생 품어 온 상경의 꿈을 이번에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걸어볼 것이라 예상했다.
=> 남편과 아들을 물질로 본, 겉도 속도 모두 추했던 이의 비극.
45p
다이사쿠는 어머니가 실은 아들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도 어딘가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는 점에서 나와 같다. 못난 얼굴로 태어난 열등감을 성불시켜 주는 세상으로.
=> 못난 얼굴로 살아감으로써 쌓인 열등감엔 동정하지만, 열등감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66p
떠나고 싶어 떠난 이는 거의 없다. 다이사쿠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지금도 꿈의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다.
=> 꿈의 지척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아니, 지척도 주관적이다.
79p
그래서 누구나 무언가가 되겠다고 열심히 노력하잖아요. 그런 노력이 쌓여 세상은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 현재도 노력은 쌓이고 있다.
101p
그러니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싸워 나가야 해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까지.
=> 누군가에게도 긍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도 양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놓아선 안 될 것.
105p
그러는 다이치 자신은 실은 고토에와 결혼 후 몇 명의 상대와 바람을 피웠다. 그러나 아내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 ‘고토에 주제에 건방지게!’ 적반하장이었다.
=> 문학 독서의 장점. 불륜이 얼마나 역겨운 것이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해준다.
137p
뚱뚱한 남자를 포함 마모루 티셔츠를 입은 여러 팬이 무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초라한 패배자들의 선망이 담긴 눈빛이라고 다이치는 생각했다. 우월감을 만끽하며 무시했다.
=> 정작 자신이 초라한 패배자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얄팍함.
145p
“마모루짱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뭔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것 아냐?”
=> 호가호위
153p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자기 만족을 채우려고 하지마, xx 같은 xx!”
=> 호가호위의 말로는 대개 공허의 결말로 이어진다.
154p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려다 실패하고 군중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발겨진 주술사를, 풀숲 그늘에서 서서 우연히 목격한 주술사 아내의 얼굴이었다.
160p
어쩌면 사람은 진정으로 무언가 되기를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다른 이의 평가를 구하고 칭송받고 싶어 하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 진정으로 무언가 되기를 원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도 대단한 게 아닐까.
162p
확실히 일정 연령이 지난 사람들은 목덜미의 탄력을 쉬이 잃었고, 주름이 지고는 했다.
193p
“그러나! 인간은 그런 나약한 자신과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길을 열리지 않아요!”
195p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그 사람에 관한 진실일까? 인간 누구에게나 이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세상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평가하는 그런 자신을 계속해서 연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 소설의 문장이지만 저자의 고뇌가 느껴져 자전적 에세이도 겸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문장.
226p
“꿈을 좇는 건 너야. 남이 아니야. 그러니까 전부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232p
“꿈을 좇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 시간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꿈을 좇는 것은 나태.
244p
꿈을 좇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멋대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결말도 세상에 존재한다.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
254p
“무언가 이루지는 못했어도, 도전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
소년과 링 아저씨
타지리 (지은이), 강경민 (옮긴이) 지음
언제나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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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꽃
[발췌한 책 속 문장]
9P
그러나 전문가가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는 때로 융통성 없는 편협한 견해를 고집하기 쉽다. 또한 새로운 발전이나 아이디어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위협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 전문가들의 개척과 전문가들의 몰락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세계.
27P
전쟁 중에는 적을 나쁘게 깎아내리는 것은 쉽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보는가를 적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 2026년에도 이 전제를 무시한 국가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았다.
61P
그러나 패전에 이르러 천황을 비판에서 배제한 것이 일본의 목소리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무너진 일본인들의 마음에서 ‘천황’만은 빼앗지 말아다오.
67P
포로로 3년간 타이완에 억류되었던 전 필리핀 군의관 해럴드 글래틀리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미군 포로가 일본 병사보다 더 좋은 의료 조처를 받았다. 우리는 포로수용소에 있던 연합국 군의관들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일본군에는 의사가 한 사람도 없었다.”
=> 인적 관리의 차이로 일본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68P
일본인의 병력 소모 이론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이르게 한 것은 무항복주의였다.
=> 전쟁에서 잘못된 이데올로기는 국가를 패배에 이르게 할 수 있다.
70P
항복의 치욕은 일본인의 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전시 관례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76P
1940년에 일본이 독일, 이탈리아와 체결한 제3국 동맹의 전문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대일본제국 정부, 독일 정부,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만방이 각자 알맞은 위치를 갖는 것이 항구적 평화의 선결 조건임을 인정하므로”
=> 설령 그들이 이겼다고 최악의 가정을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저들끼리 내전이 있었을 것이다. 저따위 논리를 신봉하는 한.
87P
또 상류계급일수록 가문에 대한 책임은 가중된다. 가문의 요구는 개인의 요구에 선행한다.
=> 21세기, 동서양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 아무리 겉이 휘황찬란하더라도 그들의 행복도를 조사한다면 평균 이하의 수치를 생각보다 많이 발견할 수도.
94P
천민계급 가운데 가장 수가 많고 잘 알려진 것은 ‘에타’ 즉 터부시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청소부, 사형수를 매장하는 인부, 죽은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사람, 가죽 제조 등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불촉천민으로, 정확히 말하면 인간 축에도 들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 타자화, 악마화, 천민화는 만국 공통.
108P
쇠약해진 바쿠후를 전복시킨 것은 상인과 돈놀이꾼, 사무라이 계급의 동맹이었다.
=> 서양의 산업 혁명의 흐름이 1세기가 지나 동양으로 이어졌다.
115P
갓 태어난 메이지 정부의 이 같은 괄목한 만한 개혁은 대중의 뜻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1871년에서 1873년에 걸친 조선침략론이었다.
=> 이토 히로부미만큼이나 사이고 다카모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돌팔매를 맞아야 하는 사람이다. 19세기 후반 정한론을 현실화하는 것은 안 되었지만, 정한론을 주장한 인물이 일본에서 위인으로 숭배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탄할 노릇.
119P
1940년에 정치적 계층제의 수뇌부를 구성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천황을 배알할 수 있는 중신들, 천황의 직접적인 조언자 지위에 있는 사람들, 천황의 옥새가 찍힌 사령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었다.
=> 최상위 상급자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쇼와 천황은 이를 피했다.
136P
일본인은 스스로에게 요구한 일을 다른 나라에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143P
그러나 윗사람이 누구인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몇 세기에 걸쳐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인의 습성 속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63P
일본인은 양에서나 기한에서나 무제한적인 온에 대한 보답과, 받은 분량과 똑같이 갚고 특정한 기한에 끝나는 보답을, 각기 다른 규칙을 가진 별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197P
기리에 몰린 인간은 때때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진 부채의 변제를 강요당한다.
271P
로닌의 한 사람은 복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를 창녀로 팔아넘겼다.
=> 47인의 로닌의 실체를 직면하니, 그들의 실화를 낭만있게 여겼던 과거가 부끄럽다.
288P
마코토는 항상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사람을 칭찬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것은 일본인의 자기 수양 관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289P
우리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호일에 따라 경기한다. ‘호일에 따라서’라는 표현은 트럼프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무슨 일이나 ‘규칙에 따라서’, 즉 기존의 건실한 수법에 따라서 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렇게 관용구 하나를 새롭게 배운다.
409P
그래서 베네딕트는 인류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자료들, 예컨대 영화, 소설, 잡지나 일본 포로들의 대화를 통해 일본을 이해했다. 베네딕트를 계기로 인류학의 연구 대상이 대중문화, 잡지, 신문 영화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 이제 인류학의 과제는 자료들의 범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지 않을까.
412P
일본어를 배운 학생들은 한자도 읽을 수 있지만,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고전을 읽기 위해 또다시 한자를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 한자 학습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다. 한자는 9급도 응시하지 않는 본인.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지은이), 김윤식, 오인석 (옮긴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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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한 책 속 문장]
102P 국가를 이끌어가면서 재물을 쓰는 데에 힘쓰는 것은 반드시 소인에게서 나온다. 소인에게 국가를 다스리게 한다면 재앙과 해악이 함께 이를 것이다.
=> 미국에 있는 모 금치산자가 자꾸 떠오른다. 소인이라 칭하기도 아까운 존재. 그 존재의 해악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52P 자로가 강함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방의 강함인가? 북방의 강함인가? 아니면 너의 강함인가?”
=> 공자는 자로의 말로를 이미 예상했을지도.
172P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잡아당기지 않고, 자기를 바르게 하여 남에게서 구하지 않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없게 될 것이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아래로는 다른 사람을 허물하지 않는다.
=> 고대서부터 미래까지 인류의 평생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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