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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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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_ 김화진

_지금 그 모임은 사라졌고 우리는 전부 흩어져 뜨문뜨문 연락을 주고받지만 나에게는 아직 현우가 남았고 언니들과도 사랑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주고 받았다.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울게 되었던 것. 사랑이 아니라면 약점을 주고 받았을 텐데 나에게 사랑은 약점이므로 결국 사랑이지 싶은 것. p.20

_나로서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우연히 얻은 일상을 열심히 지키는 일. p.102

_한쪽이 벽이면 한쪽은 담쟁이덩굴 같아야지,언니. p.123

_지원씨 저는 풍력발전기를 좋아해요. 가까이 가면 너무 크고 모르겠는 것이 멀리서 보면 잘 돌아가는 게 너그럽고 다정해 보여서요. 해가 지는 무렵에 먼 곳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그립고 든든하고 그래요. p. 215

_”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전부라고 애써 믿으면서도 그 안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는 일“(43쪽)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고백하는 이유는 이 막막한 헤아림 없이 타인에게 다가갈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말해주지 않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그 마음을 헤아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꺼려지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른다. p.218/추천의 말 중

_소설을 쓰며,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225/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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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gunnaa

p.96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하지 않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랑에 보답받지 못하면 불만을 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길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신이 그래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않았어. 내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니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때때로 당신이 나로인해 행복하거나 당신에게서 유쾌한 애정의 눈빛을 느꼈을 때 황홀했어. 나는 내 사랑으로 당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내 애정에 참을성을 잃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는지 언제나 조심했어. 대부분의 남편들이 권리로 여기는 걸 나는 호의로 받아들였어. “

p.125
그는 그녀를 너무나도 절실하게 사랑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난 지금, 그가 보여줬던 수많은 애정 표현이 그녀에게 새록새록 다가왔다. 프랑스 식 표현대로 말하자면 그의 하루 날씨가 좋고 나쁨은 전적으로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p.178
“설명하기 힘드네요. 오늘 수녀원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곳에 모든 일들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너무나 끔찍했고 수녀들의 자기 희생이 너무나 경이로워요. 어리석은 여자가 당신에게 부정을 저질렀다고 해서 당신이 괴로워한다는 건, 당신이 내 말을 이해해주면 좋으련만, 부질없다는 생각, 쓸데없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하기엔 난 너무나 무가치하고 하찮아요. “

p.266
“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 삶. 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 입니다.“

p.336
키티는 사랑의 상처를 극복한 후에야 비로소 성장한 듯 하다. 늙고 지친 아버지를 보며 지금까지 받기만 했던 애정을 되갚고 싶다는 심경의 변화는 강함 속에 내재한 허약하고 애처로운 남성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원했던 아버지에게 화해와 애정을 바라는 키티의 모습은 진정으로 남성을 사랑할 준비가 된 여성을 상징한다.
여성성은 헌신과 순종, 다산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유롭게 변신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강인함 또한 여성성의 일부다. 진정으로 성장한 여성은 남성의 진실한 모습을, 남성에게서 강인함과 허약함을 모두 갖춘 한 인간을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성이 아닐까?

인생의 베일

서머셋 모옴 지음
민음사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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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gunnaa

_사람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핑계를 줄였다. 줄이는 건 버리는 게 아니었다. 밀도를 높이는 거였다.
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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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n_Naa님의 그해 봄의 불확실성 게시물 이미지

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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