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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언젠가 꼭 읽겠다고 다짐했던 책, ‘전쟁과 평화’를 끝내 읽어냈다.
긴 여정이었던 만큼 뿌듯함도 크다.
4부는 모스크바를 떠나 본국으로 철수하는 프랑스 군과 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러시아 군의 모습을 배경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프랑스에 포로로 잡혔던 피에르는 극적으로 구출되고, 나타샤의 헌신적인 보살핌 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안드레이의 죽음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후 톨스토이는 에필로그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나타샤는 피에르와 결혼하고, 마리아 공작 영애는 니콜라이와 결혼해 각자의 방식으로 안정된 삶을 꾸려간다.
겉으로는 평온한 결말처럼 보이지만, 톨스토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피에르와 니콜라이를 통해 러시아 사회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대비시키며, 또 다른 갈등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에필로그에서는 자신의 역사관을 본격적으로 펼쳐낸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역사는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수많은 조건과 변수, 그리고 이름 없는 사람들의 선택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현실 정치가 떠올랐다.
우리는 종종 트럼프, 시진핑, 푸틴 같은 지도자들의 결정이 세계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정치적 결정 하나에도 국제 정세, 국내 정치 상황, 경제적 이해관계, 여론, 그리고 개인의 심리 상태까지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겉으로 보는 것은 ‘결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축적되어 있다.
결국 역사는 소수의 영웅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요소와 민중의 힘이 함께 만들어가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전쟁과 평화’는 단순한 전쟁 소설이 아니라, “역사는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라는 철학적 사유를 담은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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