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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정세랑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읽었어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근데 뭘 먼저 시작해야하는지, 관련 강의를 들어야하는지,
막연하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안되겠다’ 마음을 접었는데
책은 나의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어떻게 써야하는지, 시작해야하는지가 설명이 되어 있었다.
다정한 독려와 응원도 함께.

시작이 반이라는데 일단 무언가라도 끄적여볼까.
그러다보면, 쓰며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그러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러다 그쳐서는 안될 생각을 오늘도 해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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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limhyo

이 책은 비범한 수학적 재능을 지닌 룽진전이
신비롭고 은밀한 특수 기관 701에 발탁되어
암호 해독이라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한 천재의 삶이 국가의 이념과 필요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이렇게 고독한 인물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천재의 삶을 다룬 작품을 볼 때마다 ‘진짜 미쳐야 미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축복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 재능 때문에 평범한 삶에서 멀어지고
자신도 원하지 않았던 세계로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그때 다행히 퍼플코드 해독 팀이 은밀히 룽진전을 배제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퍼플코드를 못 풀었을 수도 있었죠. 세상일은 이처럼 오묘합니다. 원래 그를 배제한 것은 그에게 불공평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니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겠네요.’(p.229)

이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정국장은 결과적으로 룽진전을 배제한 일이 그에게 도움이 된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순간이 룽진전의 불행이 시작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룽진전이라면 그때 배제되지 않았더라도 결국 암호를 해독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무거웠다.
그의 재능은 결국 그를 다시 그곳으로 데려갔을 테니까.

어쩌면 책을 읽으면서 룽진전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 결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재라는 이유로 한 사람의 삶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호출되고,
그의 재능이 한 인간의 삶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생각보다 마음 아팠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고독한 천재의 삶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룽진전의 말로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중국 작가는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책 진짜 재밌다.

암호 해독자

마이자 (지은이), 김택규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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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limhyo

전쟁과 혼란 속에서, 50여 년 동안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번역 작업을 혼자 계속해온 알리야.
그녀의 하루는 독서와 번역, 그러니까 문학으로 가득차 있는데
아무도 요청하지 않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사회에 쓸모가 있고,
무언가를 생산해내야만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알리야의 삶은 어쩌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삶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학으로 가득 찬 그녀의 하루가
전쟁과 상실 속에서도 삶을 견디게 하고,
외로운 노년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엄을 만들어주었다면
그 시간을 과연 무쓸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불필요하다’, ‘무쓸모하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세상에는 누군가에는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한 사람의 삶을 견디게 하고 지탱해주는 것들이 있을테니까.

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뮤진트리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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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limhyo

그래서 대체 ‘오브리 부모를 죽인 범인이 누구야?’로 시작해
‘벤을 죽인 범인은 또 누구야?’로 끝나는 이야기.
계속 궁금증을 유발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는 거의 다 갖춘 책이었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 작가,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촘촘하게 잘 쓴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의 시점이 오가고,
하나같이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 등장하니
읽는 내내 ‘그래, 범인은 너구나’를 몇 번이나 외쳤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던 인물들이 하나씩 빗나갈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의심하게 되고, 그러다 오브리 부모를 죽인
범인이 밝혀졌을 때는 정말 놀랐는데, 그 놀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벤을 죽인 범인이 등장했을 때는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마도 정말 의외의 인물들이 범인으로 등장해서겠지.
아무튼 범인을 맞히는 재미와 내가 그렇게 확신했던 추리가
계속해서 틀리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재미였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잘 속이고 완벽하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결국 잘못된 일은 밝혀지기 마련이고,
감춰둔 과거는 언젠가 현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끝은 결국 좋지 못할 것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마땅한 정의가 아닐까.

알리바이의 해부학

애슐리 엘스턴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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