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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검은숲 펴냄

작가가 의도한 대로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처음부터 정독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반전 매력도 분명히 있지만, 나는 다른 점에 주안을 두고 의견을 말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주인공 입장에서 기술한 심리 묘사, 가치관, 행동양식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단순히 타인의 사고방식-개인의 배경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 그 중에서도 시시하지 않은, 늘 궁금했던, 그러나 어쩌면 살면서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그런 사람의 머릿속을 샅샅이 헤집어 보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늘 궁금했던 '그러한' 인간 부류의.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은, 주인공을 어떻게든 공감해보려는 시도 속에서 지극히 내 개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진정한 사랑. 그것을 내가 겪어보고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나름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때 미노루 시점의 글들을 한번 더 읽어보고 현재의 나와 비교해보고 싶다.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해준 독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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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느님

@readie

술술 읽혀서 좋은 킬링타임용 소설.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스토리 범위가 좁진 않아서 재밌었다.

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북오션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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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e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류의 작품은 아니다. 이런 장르, 특히나 주인공 조각과 그녀를 둘러싼 상황들의 흐름이 어떠한 특정 감정-내가 그닥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과 엮여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이 현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도 이런 아픔을 느끼는 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작품이 전개되면서 류와 조각이 약속했던 것. 더는 지킬 것을 만들지 말자는 그 말이 지켜지는 과정들이 하나하나 와닿았다. 조각에게 남겨진 것들이 하나씩 비워지는 그 순간들이 담담하면서도 아팠다.

그래서 사실 결말조차 내가 바라는 방향과는 멀었다. 비워진 감정에 겨우 적응하려던 즈음에 생각보다 밝게 마무리되어서 였을까.

그럼에도 이 작품은 분명 특유의 매력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작가의 필체가 꽤 독특하다는 점이다. 문장을 늘이면서 구체성과 입체감을 더하는 서체가 꽤 마음에 들었다.

지극히 마이너한 감성에서 벗어나 도전하는 기회를 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킬링타임용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파과 .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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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e

내 짧은 독서 인생에서 가장 감명깊은 일본 소설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제노사이드를 꼽겠다.

거시적 맥락을 다루는 방대한 서사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게 여운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과학,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역사, 철학.. 이 모든 분야를 한 권의 소설로 융합하여 도전과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 개척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만, 거대 서사가 다루는 글이 으레 그러하듯, 이 소설에서는 초반 진입 과정에서 수많은 전문 학술 용어-흥미를 가지는 분야에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짚지 않고 훑고 넘어가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로 인해 몰입이 조금 힘들었다.

독서를 마치고는 한 가지 더,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인물들도 초인류인들이 설계하던 계획의 일환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랑하던 장르-고자극 스릴러 공포물에만 집착하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음에도 끝까지 읽은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아마도, 나 역시 삶의 무한한 여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큰 감동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외면하고 있던, 그러나 나의 본능이기에 결국 마주보아야만 했던 이 감각을 다시 일깨워준 작품을 완독한 오늘이, 26년 나의 7월에 남을 테니까.

무엇보다 한없는 떨림을 느끼며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저자에게 매우 감사하다.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이 매우 놀랍다. 그만큼 깊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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