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2님의 프로필 이미지

죠2

@calientacabexax

+ 팔로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영미 동시출간 기념 한정 버블 에디션)의 표지 이미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북로망스 펴냄

개인적인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워주는 세탁소의 이야기. 심지어 마음을 지워주는 세탁소 사장 지은에게조차도 아픔이 있다.
소재 자체는 무척 참신하고 재밌어보였다. 다만 이걸 끌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중간중간 서술이 너무 부족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깊게 공감하고 그들의 상황에 대해 잘 생각해보기가 힘들다. 이건 이 책의 위로가 상투적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좋은 평과 바이럴에 비해 너무 아쉬운 책.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0

죠2님의 다른 게시물

죠2님의 프로필 이미지

죠2

@calientacabexax

[주제는 사랑]

내 책장에 아주 오래 꽂혀있던 책의 먼지를 털어냈다. 선명한 마젠타빛 표지에 수놓은듯한 질감의 식물들이 인쇄되어 있는 양장. 금박으로 박혀있는 파과라는 제목은 더는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된 과일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책의 주인공은 '파과'인 것일까, 생각하며 첫 페이지를 읽으면 구병모 작가의 흡입력있는 문체가 나를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들여보낸다. 긴 호흡의 문장과 섬세한 묘사는 책의 장면을 눈 앞에 펼쳐지듯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시간의 제약으로 끊어읽어야했지만, 언제 어느 부분을 읽든 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의 삶을 면밀히 엿보는 기분이 든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세계의 사람인가, 이 사람이 입에 올리는 '일상'이라는 단어가 과연 나의 것과 의미가 같을까. 조각은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일을 업으로 삼지만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사고 과정, 세계의 넓이, 소중한 것, 지키고 싶은 것 - 이 모든 것과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동일하다는 판단 하에 나는 조각의 사고의 흐름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파과는 살인을 방역이라고 부르는, 감정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역설적으로 주제는 사랑이다. 대부분의 전개가 조각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투우의 내면 묘사는 그리 세밀하지 않아서 나는 끝없이 투우의 내면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투우가 조각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뒤틀린 애착과 사랑일 것이다. 부모에게 대단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챙겨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일방적이더라도 애착이 형성될 것이고 그 사람이 내 부모를 죽이더라도 그 감정은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좀 뒤틀릴지는 몰라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 손으로 먹이고 재운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나는 깊은 사랑을 주진 않더라도 아이가 나를 의지한다는 게 느껴진다면, 애착이 생길 것이다. 잊으려 해도 기억 한 켠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둘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여실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건 분명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우는 조각이 자신이 기억하는 뛰어난 방역업자의 모습으로 계속 남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각이 인간다운 면모(사랑)을 드러내며 기억 속의 모습과 달라지고, 한 편으로는 그 사랑이 자신을 향하지 않으며 영영 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어느 정도의 독점욕으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각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의 손에 결정된 최후를 받아들였을 것이고 마지막엔 무릎을 내달라는 말도 꺼낼 수 있었을 것이며 그 요청을 받아들인 조각의 행동도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조각의 일상이 무너진 것도 사랑 때문이다. 강박사와 과일가게 노부부, 조각의 일상과는 동떨어져보이는 그들에게 느낀 감정은 사랑이다. 그걸 투우가 눈치챌 수 있었던 것도 사랑, 조각이 처음 일을 시작한 류에게 품었던 감정도 사랑. 담백하고 절제된 행간에 걸쳐있는 건 전부 사랑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을 빼고 논할 수 있을까. 두 단어가 자음 하나만 다른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파과를 재밌게 읽은 이유는 대단한 필력, 독특한 설정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닐까. 오랜만에 감정 흐름을 치밀하게 담은 책을 읽으며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담으로 ‘조각‘이라는 이름 때문에 읽는 내내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개월 전
0
죠2님의 프로필 이미지

죠2

@calientacabexax

  • 죠2님의 파과.. 게시물 이미지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0
죠2님의 프로필 이미지

죠2

@calientacabexax

개인회생 신청을 해 그리고 정신병원을 가
… 이게 최초의 감상이었으나
구와 담이 살고있는 세계의 넓이는 나의 세계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작을 것이다… 그들의 우물에선 스스로 내린 일련의 선택들이 최선이라 여겨졌을 것이고 이야기 밖의 방관자인 나는 그들의 행동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 우물 속에서 둘은 최선의 사랑을 했고, 최선의 도망을 했으며 최선의 장례를 치른 셈이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구가 개인회생 신청을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싶고 책장을 덮은 지금은 담이 정신병원에 가길 바란다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1개월 전
0

죠2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