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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이라면,
특히 스탈린, 우생학, 생체실험이란 소재를 가지고 온 팩션이라면
더 그로테스크한 생체실험을 상정하는 것이 장르적 매력을 키울 수 있지않나?하는 삐딱한 시각으로 소설의 초반부를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단 하루만에 소설의 마지막장을 읽어냈다.
색채의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회화적 묘사와 상징, 복선을 한데 엮어내는 구성, 글의 초반부에 뿌려둔 힌트를 글 후반부에 거둬가는 글의 짜임새, 오감의 전이를 자극하는 묘사, 주인공의 뿌리에 대한 열린 해석을 만들어내는 장치 등 이 소설의 매력은 너무 많다.
사이언스 팩션, 스릴러적 장르물인데 이렇게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나는 문체라니.. 하루 반나절이면 문과 이과 매력의 동시에 찍먹할 수 있다.
- 모든 것이 멈춘 찰나가 영겁을 빠져나오자 후작이 팔을 거두고 시선을 내렸다.
- 어둑한 마당에 하늘 커튼에서 떨어져 나간 오로라 조각 하나가 하늘하늘 춤추고 있었다. 그것은 붉은 머리의 리자였다.
- 땅에서 솟아난 붉은 일렁임이 하늘에서 늘어뜨린 붉은 커튼과 맞닿았다.
- 한숨이 훑은 자리로 침묵이 앉았다.
- 진흙과 눈이 어지러이 얼어붙은 연못가는 몹시 지저분했다. 모든 것이 얼어 죽은 와중에 갓난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수도원의 3층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담은 소리가 쫓아오지 못하게 두 눈을 질끈 감고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숲속을 향해 냅다 뛰었다.
— 임야비, 『악의 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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