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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영사 펴냄
읽고있어요
도발적인 제목에 이끌려 책을 뽑아들게 되었다.
‘기억이 착각이라고…?’
물론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생하게 느끼는 이 기억이 과연 얼마만큼 왜곡될 수 있는지 궁금해져 책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은 쉽고 재미있어 매우 잘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기억을 담당하는 특정 부위의 기능과 명칭, 그리고 연구에 관한 전문적인 어휘들이 많이 나오는 까닭에 종종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아무튼 이 책의 요지는 이렇다.
기억은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처럼 뇌의 특정 부위에 한 뭉텅이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부위가 상호 협동하여 만들어 내는 복합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해마는 특정 사건의 기록들을 보관하거나 재구성하는 역할을 맡고, 신피질에 있는 DMN(Default Mode Network,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은 건물의 설계도처럼 여러 사건에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억의 도면을 보관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컨대 일상생활의 배경이 되는 학교, 회사, 카페, 버스나 지하철 등의 세부 사항을 전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레고처럼 설계도만 있으면 언제든지 목적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일련의 도면만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기억할 때와 상상할 때 뇌의 동일한 부위의 활동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양자는 동일한 원리로 재구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기억 역시 상상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지기에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억은 해마와 DMN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면서, 현재의 상황과 가치관, 신념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나만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실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인간은 생명체가 아닌 컴퓨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감각 정보에 의해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 호르몬이 뇌를 자극하며, 호르몬에 자극받은 뇌가 근육 세포에 명령을 내리는 체계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 안에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가 설 자리가 있을까?
실제로는 없다 해도 나는 있다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이는 나의 독서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주 가끔, 전기에 감전된 듯 몸서리칠 때가 있다.
무언가 아주 강렬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인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뇌가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도파민을 마구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닌, 그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 삶이 너무 서글퍼진다.
그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과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는 나의 자유의지 덕분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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