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 팔로우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의 표지 이미지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박지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곰-사냥-인간』만큼 재밌는 발상이었는데 아예 다른 결이라 색다르게 재미있었다. 전반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되는 이 조치의 타당성을 설명하는데, 마냥 판타지가 아니라서 제법 솔깃했다. 특히 웃음을 자아냈던 부분은, 무생물을 지망해도 삶의 이력에 따라 반려될 수 있고 자연 상태의 무생물을 지향할 경우엔 갚아야 할 빚이 없이 온전히 홀가분한 상태여야 한다는 세계관이다.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경우엔 ‘쓸모’ 있는 물건으로 일정 기간 생을 보내야 한다. 생을 전환하고자 해도 쓸모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생각도 못 해본 타자기의 생에 매료되었다. 한 글자씩 적히는 애틋한 마음부터 기록에 남지 않은 치욕과 수치의 흔적들까지 오롯이 품어내는 삶, 타인의 이야기에 온몸을 내어주는 삶. 타자기라는 무생물에게 이런 뜨거움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인간일 적 ‘승혜’는 뜨거운 적 없이 한 생을 적당히 선선하게 살아오며 사랑도 의도적으로 피하는 존재였지만, 생애전환으로 타자기가 된 이후에는 역설적이게도 비로소 뜨거운 피가 흐르는 진짜 삶을 사는 존재 같았다.

마지막 승혜가 남기는 말은 ‘있다.’ 다음으로 ‘잊다’가 줄바꿈되어 이어지고, 결국 마침표로 끝이 난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그 단어가 ‘잇-다’로도 읽혔다. 서로 그렇게 존재하고, 잊어가면서도, 승혜가 바라듯 어떻게든 그렇게 이어질 수 있다고 의미부여도 해보았다.
0

다솜님의 다른 게시물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이 책 골때린다. 처음엔 제목에도 경찰이 나오고 강도살인으로 시작해서 범죄물인가 생각했는데, 점점 읽으면서 ‘약 잘못 먹고 꾼 꿈’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소설이니까 허상과 허구의 인물이 등장할 순 있는데,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의 철학자나 평론가들이 주창한 개념들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자세히 보여준다. (각주에 진짜 참고문헌처럼 자세히 적힌 게 킥이다.)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이상하다. 내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잃은 앨리스가 된 것 같아 그냥 탈출하고 싶었다.

다행히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나는 심지어 제목의 함의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 했는데 책 뒤에 해설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솔직히 나에겐 쉽게 읽히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1주 전
0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도입부부터 인생이 일회용이라고 묘사된 것에 무릎을 쳤다. 그래, 나는 인생을 너무 무겁게만 생각해 왔던 걸지도. 다른 멋진 비유들도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결론은 단 한 번의 삶에서 내게 주어진 것과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한 최선의 조합으로 좋은 칵테일을 만들어 내고 싶다. 잘 모르겠다. 어렵다 어려워.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복복서가 펴냄

2주 전
0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나는 미술관을 좋아하고 여행을 하면 미술관은 들러보는 편이다. 미술관에서는 마음이 편해진다. 말없이 나와 작품 사이만 집중하면 되니까.

이 책을 고른 건 우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 보고 싶기도 하고, 캐나다 어느 미술관에서 내 옷차림과 감상 태도가 멋지다고 해주셨던 경비원 선생님과의 가벼운 일화도 생각나서였다.

책은 내 생각만큼 역동적으로 흐르진 않았고 (사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이런 느낌으로 흘러가거나 에피소드가 많을 줄 알았으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구절들이 많았다.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지만 예술을 감상할 때라도 조금 더 여유가 있어야겠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주 전
0

다솜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