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 팔로우
라비우와 링과의 표지 이미지

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라비우와 링과』. 책 제목이 이게 뭔가 싶어서 읽기 전에 고민해봤다. 마법을 부리는 주문인지, ‘라비우’와 ‘링’이라는 두 인물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일단 들어가 보자 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소설 중반쯤 읽을 땐 제목은 이미 멀어진 후였다.

이후에 인물의 입을 빌려 제목을 풀어준다. 포르투갈어로 ‘라비우’는 ‘입술’을, ‘링과’는 ‘혀/언어’를 뜻한다고 한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프랑스어로 ‘lèvre’와 ‘langue’라는 것. 둘 다 라틴어를 뿌리로 둔 언어들이라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나를 2016년 프랑스로 데려간다.

2016년,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전 세계의 학생들과 ‘빙 둘러앉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상냥하게 대화하는’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이 소설처럼 어느 정도 기간을 함께 보내며 가까워진 브라질 친구도 있었다. 그땐 “두 유 노 강남스타일?”의 시대였으므로 그렇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각자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책 속 ‘주영’이 ‘열심히 뭉뚱그려놓고 감히 슬프지 않냐고 투덜’댔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 무지로 실례를 범하진 않았을까 염려가 된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이후 내 세계를 넓혀준 큰 자산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걸 알면서도 더 솔직할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외국인 신분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친절을 기본값으로 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한 것 같아 머리가 띵했다.

외국어를 계속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내게 이 소설은 「안녕이라그랬어」를 잇는 훌륭한 소설이 된다. 내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들을 여기서는 매우 잘 풀어준다.

끝으로, 캠프 선생님을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하며, 그 기억으로 ‘그날의 해와 바람, 수면의 반짝이는 빛을 떠올리면서 내가 나로서 잘 존재했다고 믿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 부분이 참 좋았다. 나 역시 그때 스쳐갔던 많은 인연들로부터 온정과 친절, 작은 배려들을 배워가며 잘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0

다솜님의 다른 게시물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언젠가 읽어야지 미뤄두고 있다가 최근에 문학이 안 읽혀서 넘어왔는데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 『떨림과 울림』. 제목이 참 좋다. 과학자가 인문학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훨씬 다층적이었다. 멋진 에세이에 과학이 조금 버무려졌다기보다,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풀어주는 과학 교양서에 멋진 비유들이 토핑처럼 얹혀진 느낌.

양자역학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이중성’이 꽤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 보면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심지어 이렇게 과학적으로도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양자역학은 나아가 결국 모른다는 것까지 멋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질적인 무지가 주는 위로가 있었다.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8시간 전
0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이 책 골때린다. 처음엔 제목에도 경찰이 나오고 강도살인으로 시작해서 범죄물인가 생각했는데, 점점 읽으면서 ‘약 잘못 먹고 꾼 꿈’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소설이니까 허상과 허구의 인물이 등장할 순 있는데,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의 철학자나 평론가들이 주창한 개념들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자세히 보여준다. (각주에 진짜 참고문헌처럼 자세히 적힌 게 킥이다.)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이상하다. 내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잃은 앨리스가 된 것 같아 그냥 탈출하고 싶었다.

다행히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나는 심지어 제목의 함의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 했는데 책 뒤에 해설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솔직히 나에겐 쉽게 읽히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주 전
0
다솜님의 프로필 이미지

다솜

@dasom_caritas

도입부부터 인생이 일회용이라고 묘사된 것에 무릎을 쳤다. 그래, 나는 인생을 너무 무겁게만 생각해 왔던 걸지도. 다른 멋진 비유들도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결론은 단 한 번의 삶에서 내게 주어진 것과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한 최선의 조합으로 좋은 칵테일을 만들어 내고 싶다. 잘 모르겠다. 어렵다 어려워.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복복서가 펴냄

2주 전
0

다솜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