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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 『파쇄』 독서노트 🐗🔫
* 『파과』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각은 본래 버리는 패였다. 그런데 먹이로 던져 준 쥐가 고양이를 물었다. 고작 부엌일을 조금 도울 수 있을 뿐인 군식구보다는 확실한 미끼가 필요했고, 그저 그런 미끼보다는 방역 조수가 쓸만했다. 류가 편리한 도구로 조각을 들였음은 자명하다. 처음에는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죽을 길을 가리키는 사람에게 목매는 일이, 조각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가늘게 뜨도록 만들었다. 『파쇄』를 마저 읽고 나서야 조각의 심정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다는 개념에도 상대성이 있을까?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쥐면 터질까 안달복달하는 행위의 절댓값이 아니라, 스스로 돌보는 것보다 실낱만큼이라도 더 염려하는 마음이라면 류는 조각에게 조심스러웠다. 어린 조각은 자신을 물건 취급했다. 유용하면 쓰이고, 가치가 다하면 버려지는. 처음부터 거기 없었던 것처럼 묻어둬야만 하는 감정이 새어나가면 곁에 머물 수 없기에 망가져도 상관없다고 말했고, 류는 조각을 사지로 떠밀지언정 적어도 스스로 보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이었다.
건강한 애정은커녕 짓무른 과육처럼 염증마저 느껴지는 관계임에도 조각이 류를 추억하는 이유는 의도된 공백일 것이다. 조각의 세계는 이어지지만, 류는 멈춰 버린 시간에 있다. 처음에는 이미 지켜야 할 세계가 있어서, 그것을 잃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지킬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류는 조각을 구하고 죽었다. 이제 그 이유는 누구의 입으로도 들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은 조각의 안에 있는 류의 모습을 끊임없이 재구성했고, 이제는 사랑했던 한 남자가 아니라 일종의 행동 규범으로 남았다.
류는 조각에게 칼 쥐는 법, 피하는 법 하나까지 가르쳐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조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류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흔적은 그 이상으로 생활 전반에 퍼져 있다. 별 의미 둘 것 없는 상투적인 표현인데도,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가 싫다고 억지를 부리던 류가 떠오른다. 누군가 ‘어머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누가 당신 어머니야’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조각은 분명 류를 닮았다.
여기까지 돌아보고 나니 60대 조각의 사연이 달리 보였다. ‘내게도 은퇴하고 평범한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을까?’ 조각의 고민은 흔한 자격 강박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이었다. 평생에 걸쳐 쓸모를 증명해야만 했던 삶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방역뿐인데, 그마저도 내려놓은 자신이 계속 살아가도 되는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들 눈에 어설프게 보일지언정 오색찬란하게 치장하고, 버릇없게 보여도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아는 아이를 보고 흐뭇해하기도 하는 일상의 사소한 페이지가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조각은 류를 떠올리며 읊조린다, 아직은 당신에게 갈 시간이 아닌 모양이라고.
추천 음악: 이고도-M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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