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득이한 이유로 삶이 바빠져 독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잡생각이 끼어들어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진짜 괜찮은 작품임에도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듯하다.
아무튼 이 책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특이하게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가지 심리 검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효과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 저자가 가장 흔히 사용한 실험은 실제 환경과 유사한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피험자가 시뮬레이션 장치에 탑승해 운전을 하는 동안 컴퓨터가 말을 걸어 피험자의 반응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피험자는 실험 당시의 감정 상태, 또는 세팅된 컴퓨터의 음성(활발한 혹은 침울한)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곤 했다.
예컨대 유쾌한 기분을 느낀 피험자는 활발한 컴퓨터 음성을 들었을 때 운전 효율이 상승한 반면, 우울한 기분을 느낀 피험자는 활발한 음성보다 침울한 음성을 들었을 때 운전 효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우리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 까닭에, 관계의 본질은 상대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똑같이 느끼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청과 공감의 중요성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만 적절한 리액션을 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관계 구축의 핵심은 경청과 공감이다.
사실 내 경우가 좋은 사례다.
아내의 말을 잘 경청하고, 아내의 감정 상태에 적극 공감하면서부터 부부싸움이 확 줄었으니까 말이다.
경청, 경청, 경청!
공감, 공감, 공감!
이것만 잘 기억하고 습관화한다면 인간관계로 인해 크게 상처받는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관계의 본심
클리포드 나스 외 1명 지음
푸른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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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먼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저자는 이를 소설 속 현실로 구현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첫 번째 특징은 모든 등장인물에게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그저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경을 낀 여자', '안대를 한 남자'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장치를 사용한 이유는 짐작건대, 독자들이 소설 속 사건을 특정 민족이나 국가만의 비극으로 한정 짓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기 위함인 듯하다.
두 번째 특징은 모든 대화문에 따옴표가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왜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글로 써진 대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대화 문장에 따옴표가 없는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았는데, 책을 펼쳤을 때 다소 답답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소설 속 눈먼 자들이 느꼈을 혼란과 답답함을 독자에게도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하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처럼 독특한 형식의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운전 도중 갑자기 눈이 먼다.
그로 인해 도로 상황은 엉망이 되고, 제삼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남자는 아내와 함께 안과 병원으로 달려간다.
남자를 진료한 의사는 눈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의아해하지만, 뾰족한 치료 수단이 없어 부부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집에 돌아온 의사는 밤늦게까지 관련 논문을 살펴보다 잠에 든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의사를 포함해 첫 눈먼 남자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차례로 멀기 시작한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부는 눈먼 사람들을 모아 수용소에 격리시킨다.
의사의 집에도 요원들이 찾아온다.
의사는 아내를 안심시키며 혼자 떠나려 했지만, 아내는 요원에게 자신도 방금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남편과 동행한다.
오직 아내만이 눈이 보이는 유일한 존재였던 것이다.
초기에는 눈이 보이는 의사 아내의 숨은 도움 덕분에 어느 정도 질서가 유지되었으나, 수용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용소는 곧 아수라장이 되고만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남편과 사람들을 돕던 의사 아내도 지독한 악취와 배설물, 시체들 사이에서 점차 절망해 간다.
식량을 미끼로 각종 악행을 일삼는 범죄자 무리가 생겨나는 등 수용소는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한다.
견디다 못한 의사 아내는 범죄자 무리를 응징하고자 결단을 내리고, 수용소에 불을 지른 뒤 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탈출하여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수용소 바깥세상 역시 눈먼 자들로 넘쳐나는, 더 거대한 수용소에 불과했다.
의사 아내의 희생 덕분에 간신히 집에 도착한 일행은 빗물로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식탁에 둘러앉아 맑은 물을 들고 건배를 한다.
눈먼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처음에는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 듯 재미있을 것 같다는 철없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런 우월감이 과연 며칠이나 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 것도 사실이다.
혼자만 모든 비극을 눈으로 목도해야 하는 고통에 금방 지쳐 쓰러지거나, 모든 것을 내팽개친 채 은둔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비로소 나 또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법이다.
내 그릇의 크기만큼, 일단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웃들의 건강과 행복부터 기원해야겠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해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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