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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에서 한 달 살기 (300만 원으로 해외에서 맘껏 먹고, 쉬고, 놀며 보내는 완벽한 한 달)의 표지 이미지

아이와 발리에서 한 달 살기

김승지 지음
블루무스 펴냄

몇 걸음 걷다가 간신히 머리만이라도 비를 피할 곳이 나타나 잠시 멈춰서 기다리기로 했다. 덩굴이 길게 내려앉은 좁은 도로에 라이트를 켠 차와 오토바이들이 씽씽 달리고 있었다. 플립플롭을 신고 간 탓에 두 발가락에 힘이 꽉 들어가고 다리 뒤쪽은 흙탕물이 튀어 엉망이었지만 매력 가득한 그 길은 너무 낭만적이고 멋있었다. 갑자기 내린 장대비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행복이 북받쳐 올라 조증 환자마냥 목을 젖히고 껄껄 웃어댔다. 여유로운 여행이 주는 우연이라는 선물, 장기여행의 이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p.158)

아, 이 말 너무 좋다! 정말이지 나는 이 부분을 읽다 말고 혼자 소리 내어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라. 내리는 장대비를 맞아본 기억이 있는가? 있었다면 얼마나 과거의 일인가? 또 그 비를 맞으면서 웃은 적이 있던가? 특히 여행길 가운데서 멈춰서 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여행 스타일에 가능한 일인가? 이 모든 물음에 대부분은 “no”를 택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의 여행은 국내든 국외든, 마치 다시는 못 올 테니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고 갈 것이라고 다짐이라도 한 듯 꽉꽉 채운다.그러다 보니 제대로 그 공간을 즐기기보다는 “인증샷”만 찍고 돌아서는 것이 흔한 일이다. 아이가 없을 땐 나도 그랬다. 이 타국을 언제 또 오겠냐며, 혹은 이 지역을 언제 또 오겠냐며 꽉 찬 일정을 힘겹게 소화했다. 그래서 돌아보면 그 장면만 마음에 남을 뿐, 그날의 감상이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저자의 이야기는 완전히 그 곳을 즐기고, 마음을 그대로 남겨두고 온 이야기다. 어쩌면 이게 진짜 여행이다. 그들이 나눈 대화처럼, 정말 3박 4일이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행복이었을 테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문장으로 느껴졌다.

최근 아이를 데리고 영덕여행을 갔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해맞이공원을 다 걷지도 못했고, 해변도로 길을 완주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느리게 걸으며 비 오는 바다를, 나무 위의 달팽이를 구경했다. 아이는 우산을 쓰고 뛰어들어간 “목공 체험장”이 제일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만든 것은 평소에도 몇 번이나 만든 평범한 목걸이였음에도, 아이는 “비오면 뛰면 안 되는데, 엄마가 뛰었어요. 나 비 맞아봤어요” 하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자랑도 했다고.아이의 말에서도 행복의 포인트를 엿볼 수 있다. 원래는 뛰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엄마랑 해서 좋았다는 것. 원래는 맞으면 안 된다고 하는 비를, 엄마랑 맞았다는 것.

이 쨍한 색감의 책에서(사실 책으론 흔치 않은 형광 표지다.) 난 파스텔톤의 햇살을 얻은 기분이다. 그 끈적한 더위의 “더운 나라” 소식이 아닌, 바스락대는 호텔 침구에서 느끼는 햇살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물론 나는 당장 발리를 여행할 계획이 없어 감상적인 포인트로 이 책을 읽었으나, 만약 당장 발리를 여행할 사람이라면 정말 다양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을 책이다. 발리 유명 학교의 서머스쿨 입학정보부터, 예산이나 숙소 등의 이야기와 마켓이나 약국 등의 생활정보, 서핑 등의 즐길 거리, 요가나 마사지 등 엄마를 위한 정보까지 꽉꽉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아니라 단순히 여행을 가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가며 필요한 정보든 다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문득, 아이와 이렇게 훌쩍 한 달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이 부러움에는 시간적 여유나 금전적 여유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의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아무리 돈이나 시간이 있어도, 마음을 낼 수 없는 자는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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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양파 껍질을 벗기듯 나를 하나씩 벗겨 내야 했다. 수시로 눈물이 흘렸다. 나를 글로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했다. 어떤 날에는 짧은 문장 하나에 아픔이 또렷해졌고, 어떤 날에는 길게 이어진 문장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불편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책을 쓰는 이유는 작은 조각들로 어지럽혀진 내면을 청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혼자 끙끙거리며 감춰 두었던 과거의 상처를 글로 꺼낼 때 쓰라린 약을 발라 현재를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88)



글짱작가님과 알고 지낸지가 몇 년쯤 되었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에도 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출판사의 서포터즈를 함께 한 인연으로 시작해 인스타로 간간히 서로의 소식을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어느날 그녀의 dm이 왔다. 자신의 책이 나왔고, 서평을 부탁한다는. "매일 포스팅에 하트 누르며 내 책도 새평해주셨으면 했는데, 소원이뤘습니다^^" 라는 그녀의 예쁜 말에, 또 같은 워킹맘끼리 응원했던 마음에, 내 마음이 다 설렜다. 그렇게 "인친"에서 "작가님"으로 신분변화를 가지더니, 꾸준히도 책을 내신다. 어떤 책은 나를 울리기도 하고, 어떤 책은 나에게 힘을 준다. 『평일 오전의 작은 기적』은 나에게 힘을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한번쯤 나도 내 이름 적힌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생각하듯, 나 역시 그런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늘 바쁘다와 재능이 부족하다로 끝난 꿈이지만, 『평일 오전의 작은 기적』은 또 한번 마음에 슬쩍 꿈을 심어주고, "읽기와 쓰기"를 수십년간 이어온 내 자신에게 기특하다는 말을 하게 했다. 그녀 역시 서평단 활동과 블로그를 통해 정체성을 얻고, 인생을 바꾸는 기회를 얻었듯, 분명 나도 그 읽고 쓰며 보내온 수많은 시간들이 날 더 단단하게 만들고, 나를 키워왔을리라 생각이 들었다.

『평일 오전의 작은 기적』을 읽는 내내 작은 기록들이 모여, 그녀를 만들어낸 힘을 느꼈다. 허세로 "책 한번 내볼까"하는 수많은 가짜 작가들 사이에서, 매일매일을 촘촘히 기록하고, 담아오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온 그녀의 문장들에 괜히 눈물도 핑 돌았다. 아마 그녀는 지금도 또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고, 나는 그녀의 다음책도 함께 울고 웃으며 읽고 있겠지. 그 시간들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사소한 행복과 사소한 성취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깨닫게 할 것이다.

그녀는 "기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살 그녀의 출간은 "기적"이 아니다. 스스로 하나씩 쌓아올린 "결과"다. 그래서 『평일 오전의 작은 기적』은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한줄평 : 또 하루를 잘 살아낼 용기를 주는 책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 꿈을 향해 한발 나아가고 싶은 사람

평일 오전의 작은 기적

글짱(장윤희) 지음
담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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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회사 아래의 식당에 갔다가 식당주인분께서 음료수를 주셨다. "화장실에서 만났던 분!"이라고 환하게 웃으시며. 같은 건물을 사용하다보니 오며가며 마주치곤 했는데, 화장실에서 문을 잡아드렸던 게 무척 좋으셨던 모양. 덕분에 나도 맛있는 음료수를 얻어 행복해졌다. 참 신기한게 타인에게 잘한 것도, 뭇한 것도 결국에는 다 돌아오더라.

문득, 이럴 때 『자꾸, 감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감사』는 "감사노트"지만, 단순히 감사일기가 아닌, 삶을 보다 투명하고 심플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보통 책은 읽는 것이지만, 이것은 "쓰는"책으로, 기록을 통해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하루하루를 보다 정교하게 살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자꾸, 감사』는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색부터 너무 예쁜 두 권의 책은, 순서에 관계없이 펼쳐 읽고 쓸 수 있으며, 그 날 그날 마음에 닿는 문장을 읽고, 마음을 기록할 수 있다. 또 각각의 페이지의 문구나 사진이 위로를 주기도 하기에, 『자꾸, 감사』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고마워", "미안해"를 잘하는 것은 무척 큰 달란트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감사를 기록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편안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감사할 일이 더 많고, 고마운 것들이 더 많아진다. 이렇듯 『자꾸, 감사』는 단순한 자기계발서로 끝나지 않는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쳐 한 줄이라도 적어보면 이미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자꾸 더 감사할 일이 생겨나기 때문.

만약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마음이 지쳤다면, 이 책을 만나보면 좋겠다. 분명 『자꾸, 감사』로 인해 또 감사할 일들이 꼬리를 이어 생길 것이니 말이다.



한줄평 :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주는 책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 내면을 단단하게 가꾸어 가고 싶은 사람

자꾸, 감사 스페셜 에디션 세트

윤슬 지음
담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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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까이하느냐가 결국 나를 만든다

어떤 사물을 가까이하면 그 사물을 닮게 됩니다.
꽃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 같은 삶이 됩니다.
이것이 우주의 조화입니다." - 봄날의행복론

우리는 누구와, 무엇의 곁에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얼굴과 말투, 생각까지 닮아 갑니다. 늘 서두르는 것들 속에 살면 마음도 날카로워지고 세상까지 재촉하게 됩니다. 반대로 꽃과 나무, 하늘빛을 자주 바라보면 말수가 줄고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자연 가까이 간다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내 곁에 둘 풍경을 고르는 일입니다.
장가의 화분 하나, 창밖 나무 한 그루, 퇴근길 노을 한 줄기가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듭니다. (P,209)



나는 가톨릭이지만, 스님들이 쓰신 책을 좋아한다. 그 안에 담긴 종교적 철학이야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사물을 정갈하고 선하게 바라보는 눈을 꼭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만나본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은 법정스님의 이야기로 위로를 얻는 것 같아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은 법정 스님의 책 구절이나 담화, 문장 등을 짧게 옮겨적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볼만한 문장들을 풀어낸 책이다. 이런 형태의 책은 필사하며 읽기에 가장 좋기에 종종 읽는 편인데,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이 단순한 명언집으로서가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준 것 같아 감사함을 느꼈다.

비움과 자유, 두려움과 신뢰, 일·돈·시간, 가족·사랑·갈등, 상실·죽음, 자연(숲·바람·침묵), 단련과 실천 등으로 나뉘어진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은, 법정스님의 문장을 다시 읽게 해주고, 이를 통해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이끌어주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정자세로 앉아 읽지 않아도, 그날 그날 마음에 닿는 주제를 찾아 읽는 형태로도 이 책을 감상하기에 좋기에 사무실 등에 두고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기 좋을 듯 하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 자극적인 것들에 쉬이 현혹당하는 요즈음의 우리들을 멈춰서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덜어내고, 잠시 멈추어 생각하며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정갈하게 다듬을 수 있기를.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법정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4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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