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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정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의 표지 이미지

따뜻한 냉정

박주경 지음
파람북 펴냄

(내가 한 권의 책을 놓고 두 개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나의 “성향”으로 인해 마치 이 책도 같은 성향의 것이라고 이유 없는 미움을 받을까이다. 이 것은 나 개인의 생각이니 이 책은 부디 선입견 없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단죄란 보복과는 다른 차원이다. 물어야 할 채임을 확실하게 묻는 일이다. 다시는 그런 정의롭지 못한 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보복이라는 주장은,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인용하는 레퍼토리다. 그 궤변에 휩쓸려 단죄를 소홀히 하면, 결국 능욕이 돌아온다. (P. 114)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요즈음”에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그들을 향해 하고 있는 것은 “보복”이 아니라 “단죄”다. 그들이 저지르고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을, 우리의 소중한 생명,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아무렇지 않게 도둑질하고서도 다른 방향으로 “보복”하고 있는 것을 “단죄”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하나가 되어야 하고, 더 끈질기게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래야만 내 아이에게 치욕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잘못된 협정으로 피해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아버지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자기 멋대로 용서한다고 하는 딸을 욕하는 것도 물론 맞겠지만, 그 욕보다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이 아닐까. 그 해결을 위해서는 일종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언젠가 한번은 짚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양상이 잠시 끓다 끝나지 않도록,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때와 지금은 “합의자”가 다르다. 그렇기에 그때와 결론도 다르기를 바래본다. 결과 역시 우리가 다르게 만들어야 함도 분명하다.




용서란 피해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제 3자 누구에게도 용서의 권한이 없다. (P. 117)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작가님은 알까. 나는 아직도 당시의 뉴스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앵무새처럼 “청와대의 입장”을 읊어대던 언론인들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오해 하나가 풀렸다. 적어도 단 한 명의 언론인이라도 그 날의 기가 막힘을 함께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트위터에 “피해자는 용서 안 했는데, 가해자는 속죄를 선언하는 것, 영화 밀양이 생각납니다. 반성에 시효가 있을까요? 상처엔 시효가 없습니다. 수요집회는 그래서 계속 되었습니다.” 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래, 많은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입을 닫은 상황에서 그의 트위터 몇 줄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목소리라도, 피해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들이 맞는 비를 같이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신과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의를 따르길 바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겨두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좋아질 수 없다. 역으로 흐르는 물에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 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혐오와 폭력의 세상에서 어떤 답을 찾을 것이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 등 긍정적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나를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연마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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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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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다양한 시절을 겪고 산다. 똥기저귀차던 시절 올림필을 겪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로 만나기도 했으며,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초등학교로 졸업하는 신기함에서부터, 경제가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할 무렵 IMF를 겪었다. 교복을 입고 2002년 월드컵에서 탄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한반도에 열광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멈춰진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오래도록 회자 될 "계엄의 밤"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날 미친듯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내가 지금 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엮은 책으로,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을 123명의 증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정치인·시민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위기와 저항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사실 정치적 편견이나 견해를 갖지 않고 이 책을 읽고자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집단의 증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기자나 보좌진, 국회 관계자, 시민 등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조각들을 하나의 책을 엮으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계엄령을,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살려낸다. 물론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분석적이거나 학술적이라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을 볼 수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으며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학생이나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강렬한 체험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의 체험이 주가 되다보니 객관적인 검증이나 사건의 전모 등에 대해 조금 다루었다면 더 좋았지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닌, 민주주의의 의미와 시각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유종훈 외 1명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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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정의 에세이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불안, 상처, 자기 의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니라 마주 앉은 이들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꽤 덤덤한 말투로 이어진다.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그런 점이 더욱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잘난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차분하고 덤덤한 친구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또 개인의 경험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경험할 만한 감정이라 더욱 나를 투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짧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울림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순간에도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래"하고 덤덤히 건내는 위로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위로와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강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고 채우는 순간들에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좀 느꼈던 것 같아서 그 담백한 위로에 마음이 동했다. 혹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김묘정 지음
필름(Feelm)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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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나는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쓰리게 했을 공허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은 대체로 이렇게 허하고 절망적이라 조금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늘 읽으면서도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그의 문장을 다시 이해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앞서 몇 권이나 읽은 "문장의 기억" 새 시리즈가 무려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다자이의 문장은 늘 차갑고 절망적인데, 그러면서도 어디인가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그의 글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지않나. 그런데 박예진의 해설이 덧붙여지면서, 채 소화하지 못했던 문장들까지 소화하게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몇 권의 다자이 오사무 책을 읽었으나, 그의 문장에 짙게 깔린 정체성 고민이나 사회적 소외, 내적 공허함 등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가며 더 이해하게 되곤 하는데, 이번에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다시 읽으며, 그의 문장에 담긴 힘이나 의미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사실 종종 그의 문장에 상처받아오곤 했는데, 박예진 작가의 해설덕분인지 그의 문장이 아프기보다는 이해로 다가왔고, 그 울음 뒤의 시원해짐이랄까 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원문 전체를 읽는 깊이는 없지만, 핵심문장들을 곱씹어 보는 매력이 있지 않나. 나 역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읽으며 작가의 해설로 조금 더 깊은 이해, 현대 사회와 연결짓는 통찰 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나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 있기에 작가의 해석이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끄덕여지기도 하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은 단순한 문장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다자이의 고독과 절망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요즈음, 작가로 인해 조금 더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문장을 맛보는 계기가 될테고, 이미 그의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다자이 오사무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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