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슬픈, 어쩌면 현실적인 단면들을 보여주는 단편집.
하루종일 내내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은 다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고 공감해야하는 이야기들.
이렇게 말하면 넌씨눈 소리를 들으려나 - 오늘도 나의 삶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고, 내일을 기대하며 사는 현재의 나의 삶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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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취향 공동체, 경제 공동체가 맛과 지출, 건강에 합의한 ‘지향’의 찌꺼기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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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는 ‘일단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 찝찝한 후회나 반추를 안 하게 만드는 사람. 상대에게 자신이 판별당하거나 수집당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사람. 근본은 따뜻하되 태도는 선선한 술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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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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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는 맑은 얼굴로 저녁 산책을 나온 이들이 보였다. 지수는 ‘저 사람들, 어쩌면 저렇게 자기 삶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얼굴로 거리를 누빌 수 있지?‘ 어리둥절해했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오늘을 믿고, 내일을 기대하며 지낼 수 있지?’
#. 해설 중에서
“변역중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실과 누락”과 “체지방을 줄인 담백한 몸처럼 한정된 어휘가 만드는 문장만의 매력”을 모두 인정하는데, 특히 후자에서 체지방만 나가는 게 아니라 뜻밖의 진심이 들어오기도 한다는 건 번역-대화에서 생겨나는 작은 신비다. 그런 대화에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자문하거나 실제로 상대에게 묻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전하려면 어떤 말을 써야하나?‘ 마음에 맞는 말을 찾느라 마음과 말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일이 거꾸로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알게하는 경험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 해설 중에서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습니까?‘ 이웃을 사랑한다는 건 그저 그렇게 묻는 일이라는게 베유의 생각이다. 오늘의 우리는 한국어로 이렇게 묻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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