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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북스토리 펴냄

"여자랑 일하기 싫으면 스모협회나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지 그래. 안 그러면 어디를 가나 여자들이 있을 테니까. 보호받아야 하는 가냘픈 여자애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는 여성들 말이야."

"나, 스물여덟 땐가 런던 지점에 2년 동안 파견 나가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 생각 나?"
메구미가 빵을 뜯으며 불쑥 물었다.
"응. 기억하지."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그때 갈걸 하고 말이야. 그때는 결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여서 2년씩이나 이곳을 떠나 있을 용기가 없어 포기한 거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스물여덟이면 아직도 한참 여유가 있을 때잖아. 그런데 그때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결국 자기 혼자서 나이에 얽매여 이미 늦었다는 둥,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둥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게 제일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해."
"맞아. 나도 동감이야."
"지금은 '벌써 서른넷'이지만 5년이 지나면 '그때는 아직 서른넷이었지'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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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이 아니야. 나는 출동을 나가서 매일 사고 현장을 목격해. 부주의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도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 자다가 말벌에 쏘여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는 살아남고, 아무 잘못 없는 가족이 사망하는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져. 그런 현장을 수두룩하게 겪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신도 없고 인과응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무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는 걸, 뜻밖의 사고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급류

정대건 지음
민음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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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와 묵호가 꿈을 꾸는 동안, 나더러 더 꿈같은 삶을 살아달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나니 너희가 눈을 떴을 때 내 삶이 한 편의 해피엔딩 영화 같았으면 싶더라. 그래서 정말 부단히 열심히 살았어. 나 사랑하는 상대는 못 찾았어. 사랑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더라, 나는. 대신 집을 샀고, 운명같이 찾아온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됐어. 취미로 발레를 시작하면서 내내 나를 괴롭히던 목 디스크도 없어졌어. 이렇게 설명하니 참 시시하네. 그런데 너도 알지? 이 시시함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얼마나 악을 쓰고 버텨야 하는지. 이 모든 시시함, 별일 없이 무난한, 어제인지 오늘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특색 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거. 시계를 보지 않아도 노을로 하루의 때를 알게 되는 거. 어떤 기척에도 불안을 느끼지 않게 되는 거.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흐른다고 여겨지게 되는 거. 그 기저에는 소용돌이를 버티는 쇠몽둥이 같은 단단함이 있어야 하잖아. 그렇게 살았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 날, 그 고요한 시시함 속에서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너랑 묵호한테 바로 말해주지 못하는 게 얼마나 억울하던지.

아빠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행동하지 않았다면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는 죄가 될 수 없다는 거다. 마음마저 순결한 사람을 적어도 아빠는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다. 단지 순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열매 같은 거란다. 씨앗은 같지만 어떤 과육은 싱그럽고 어떤 과육은 썩어 있지. 또 어떤 것은 달기도 하고 어떤 것은 쓰기도 하지. 떫기도 하고, 혀를 아리게 만들기도 해. 같은 씨앗이 모두 같은 맛을 내지 않는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중요한 건 씨앗보다 과육이야. 마음보다 보이는 모습이 어떤지가 더 중요한 법이야. 아빠가 늘 말했잖니. 사람들의 친절은, 그냥 친절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그 속에서 어떤 안타까움이나, 어떤 우월함이나, 어떤 기만이 들어 있다고 한들 우리가 그것까지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고.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 엄마는 그저 종일 누워 하늘만 바라볼 뿐이니까. 그러니, 엄마가 심심해할 거라고, 위로워할 거라고, 슬퍼할 거라고 생각해서 너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지 말기로 아빠랑 약속했잖니.
밖에 있는 저 괴물들도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분명한 건 저들이 우리를 위협한다는 거야. 그 사실 하나만을 생각하자. 아빠는 저들로부터 너와 엄마를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할 거야. 저들을 죽여서라도......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허블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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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omoon

"인간은 참 별로에요. 그릇은 깨끗하게 씻으면 되는데, 옷은 잘 빨아서 말리면 새것처럼 되는데, 사람은...... 그게 안 돼요. 한번 부서지고 망기지면 되돌릴 수 없어요."
"하영아, 살아가면서 어느 한구석 망가지고 부서지지 않은 사람은 없어. 구멍난 곳은 꿰매고 금이 간 곳은 테이프로 붙이고, 그렇게 살아. 그런 게 사는 거야."
희주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하영은 이럴 때 거리감을 느낀다.
희주가 말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일상의 자잘한 흠집 정도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
그들은 아빠가 건넨 독약으로 엄마를 죽여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런 아빠라도 함께 살고 싶어서 외조부모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고, 지붕까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누군가 짜증나게 해도 상대의 목이 꺾이도록 계단으로 밀어버리는 짓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신들은 누군가를 죽이는 게 얼마나 짜릿한 경험이었는지 말하는 목소리를 머리에 집어넣고 살지 않는다.

나에게 없는 것

서미애 지음
엘릭시르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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