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 외 1명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예스리커버]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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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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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국어로 번역, 전 세계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출간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앵무새 죽이기』의 리커버 에디션이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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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d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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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 외 1명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20시간 전
0
이수민(상태:카뮈)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수민(상태:카뮈)

@smlee682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의 작은 마을 메이콤이 배경이다. 화자는 어린 소녀 스카웃인데, 엄마 없이 오빠 젬이랑 변호사 아빠 애티커스, 가사도우미 캘퍼니아랑 같이 산다. 처음엔 그냥 유쾌한 남매의 성장담인 줄 알았다. 옆집 은둔자 부 래들리를 둘러싼 아이들의 상상이랑 장난, 여름날 소소한 모험들이 편안하게 흘러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스카웃의 아빠 애티커스가 흑인 청년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으면서, 소설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톰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선다. 증거를 하나씩 따라가 보면 그가 무죄라는 게 거의 분명했다. 애티커스는 최선을 다해 그 사실을 배심원들 앞에 하나하나 짚어냈고, 재판 내내 배심원들의 표정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도 결국 유죄 평결이 내려진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숨이 막혔다. 증거와 논리로는 도저히 뒤집을 수 없을 만큼 진실이 선명했는데, 배심원들은 결국 그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이미 정해놓은 답을 골랐다. 흑인이 백인을 상대로 유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 마을은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다. 그러니까 이 재판은 처음부터 증거를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에 증거를 끼워 맞추는 자리였던 셈이다. 재판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사람들이 확인받고 싶었던 건 진실이 아니라 자기들이 이미 믿고 있던 세계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깊게 생각하게 된 건 역시 제목이었다. 앵무새는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그저 노래만 부르는 존재라서, 그런 새를 쏘는 건 죄악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근데 이 말을 곱씹을수록 이게 단순히 새 한 마리 얘기가 아니라는 게 점점 선명해졌다. 부 래들리도, 톰 로빈슨도 결국 이 앵무새였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위협적이라고 낙인찍은 존재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무해했다는 것.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이해 못 하는 존재, 자기랑 다르게 생기거나 낯설게 사는 존재한테 아무렇지 않게 총을 겨눈다. 그 총이 실제 총알이 아니라 소문이고 편견이고 판결이라는 게 오히려 더 무서웠고 끔찍했다. 총알로 사람을 쏘면 적어도 재판정에 서고 형벌을 받는다. 누군가는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근데 소문이나 편견으로 한 사람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건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들 그냥 말 한마디, 시선 한 번 정도만 보탰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요즘 직장 내 괴롭힘이 유독 무섭다고들 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 같다. 딱히 누구 하나가 결정적으로 큰 폭력을 휘두른 게 아닌데, 다수의 미묘한 배제와 뒷말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한 사람을 완전히 고립시키고 무너뜨린다. 근데 그 과정을 되짚어봐도 누구 하나 이건 내 책임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총알로 쏘는 살인보다 이런 형태의 폭력이 더 끔찍한 건, 가해가 이렇게 눈에 안 보이게 분산되어 있어서 아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건 소설 속 재판정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고 배제할 때마다 조용히, 아무도 죄책감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소설은 정의가 항상 이기는 건 아니라는 걸 냉정하게 보여준다. 나도 살면서 옳은 쪽이 늘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여러 번 체감했다. 노력한다고,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결과가 늘 그에 맞게 따라오는 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허무해지고, 그냥 적당히 흐름에 맞춰 사는 게 더 편한 게 아닐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근데 애티커스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이 재판에서 자기가 이길 거라고 믿지 않았다. 오히려 질 걸 거의 알고 있으면서도 변호를 맡았다. 그러니까 그가 싸운 이유는 승리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그게 옳은 일이었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옳은 자리에 서 있고 싶었던 거다. 처음엔 이게 너무 순진하거나 이상적인 태도처럼 보였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오히려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였다. 세상이 늘 정의롭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만이, 결과에 기대지 않고도 옳은 걸 밀고 나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태도는 재판에서는 졌지만 완전히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았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스카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진 재판, 마을 사람들의 비난,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태도를 곁에서 지켜본 아이는 그걸 그대로 마음에 새기고 자란다. 결국 이 소설의 진짜 결말은 법정 안이 아니라, 그 법정을 지켜본 다음 세대의 마음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당장 결과로 증명되지 않는 옳음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조용히 씨앗처럼 남아서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걸 다시 믿게 됐다. 그래서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다고 해서, 옳다고 믿는 걸 계속 밀고 나가는 일이 헛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 외 1명 지음
열린책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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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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