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지음 | 비룡소 펴냄

기억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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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07.5.18

페이지

310쪽

상세 정보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미래사회의 어느 마을, 주인공 소년 조너스는 열두 살 생일날,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부여받는다.

기억 보유자는 마을에서 과거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으로서 원로 중의 원로이다. 선임 기억 보유자는 이제 '기억 전달자'가 되어 조너스에게 과거의 기억을 전해 준다. 이 과정에서 조너스는 완벽한 사회를 위해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극단적인 통제와 질서추구는 결국 비인간성을 낳게 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이 작품은 차이와 평등, 안락사, 장애인, 산아 제한, 국가의 통제 등 현대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한다.

작가에게 두 번째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 상을 안겨 준 그녀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만 3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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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상태:카뮈)

@smlee682

‘같음’이라는 단어가 미덕이 되는 세계. <기억 전달자>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 낯선 가치 체계에 오래 붙잡혀 있었다. 조너스가 사는 공동체는 색을 지우고, 감정의 기복을 약으로 눌러 없애고, 가족마저 배정한다. 누구도 지나치게 행복하지 않고, 그래서 누구도 지나치게 불행하지 않다. 선택이 사라진 자리에는 안정이 들어서고, 차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평등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단순히 잘못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로만 읽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좋은 사회의 조건이라고 말하는 평등과 질서, 안정과 안전을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갈등과 함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까지 사라질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기억이었다. 조너스의 공동체 사람들은 전쟁도, 굶주림도, 상실도 알지 못한다. 반대로 눈 내리는 언덕을 썰매로 내려가는 기쁨이나 햇빛의 따뜻함,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감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 모든 기억을 오직 한 사람, 기억보유자만이 대신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설정을 보면서 기억한다는 것이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책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공동체가 평온할 수 있는 건 고통스러운 기억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할 기억의 무게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평온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만큼 가벼워졌지만, 동시에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도 함께 잃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갈 때가 있다. 역사의 끔찍한 장면이나 누군가가 겪은 오래된 고통을 기록자나 연구자, 혹은 당사자들에게 맡긴 채 나는 그것을 모르는 채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누군가 대신 기억해준다고 해서 내 몫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모두가 져야 할 짐을 누군가에게 떠넘긴 사회는 편안해질 수는 있어도, 그만큼 세계를 납작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너스가 처음 색을 보게 되는 장면은 이 소설 전체를 압축해놓은 순간처럼 느껴졌다. 손에 든 사과가 잠깐 다르게 보이고, 얼마 뒤 그는 그것이 빨간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을 단순히 색을 되찾는 순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것들을 서로 다르게 볼 수 있게 되는 순간으로 읽었다.

색이 없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이 비슷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공동체는 평등을 위해 차이를 지웠지만, 평등과 같음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평등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그 다름을 가진 채 같은 존엄을 인정받는 것이지만, 같음은 아예 그 차이 자체를 없애버린다. 조너스가 빨간 사과를 본 순간 그는 하나의 색을 얻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보기 시작한 셈이었다.

그리고 한 번 차이를 보기 시작하면 이전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임무 해제’의 진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그랬다. 공동체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훨씬 부드럽고 사무적인 말인 ‘해제’를 사용한다. 단어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행위의 잔혹함은 놀랄 만큼 희미해진다. 심지어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언어가 현실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실을 가리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견디기 불편한 일을 마주했을 때 그 일의 이름부터 순하게 바꾸곤 한다. 이름이 부드러워지면 현실도 조금은 덜 잔인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조너스가 기억을 통해 얻게 된 것도 결국 이런 감각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죽음을 죽음이라고, 잔혹함을 잔혹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각. 그는 사물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될수록 공동체의 언어 안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없게 된다. 진실을 본다는 건 결국 그 진실을 더 이상 다른 말로 덮어두지 못하게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너스가 게이브리얼을 안고 공동체를 떠나는 결말도 단순한 탈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 장면에서 안다는 것과 행동한다는 것 사이의 차이를 생각했다.

기억전달자는 오랫동안 인간의 고통과 사랑, 전쟁과 죽음, 아름다움과 상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기억을 품고도 공동체 안에 남았다. 진실을 보관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진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아니었다. 반면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은 뒤 결국 떠난다. 한 번 알게 된 것을 다시 모르는 척하며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차이가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라고 느꼈다. 무언가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책임을 다한 것일까. 우리는 어떤 부당함을 알고, 누군가의 고통을 알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알면서 종종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자신의 몫을 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알고 난 순간부터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

조너스는 그 무게를 내려놓는 대신 품고 밖으로 걸어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도 결국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삶은 정말 좋은 삶일까. 아무것도 잃지 않는 대신 아무것도 간절히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분명 불행의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의 반대편이기도 하다. 상실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소중히 여길 수 있고, 다름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하나뿐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다. 기억이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만큼, 그 기억은 우리가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증명하기도 한다.

어쩌면 <기억 전달자>가 끝까지 지키려 한 것은 고통 없는 세계가 아니라, 고통까지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평온하지만 아무것도 깊이 느끼지 못하는 세계와, 아프고 다르고 불완전하지만 사랑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할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그 질문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남았다. 나는 지금 어떤 불편한 진실을 편안함이라는 이름으로 ‘해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고, 어떤 기억의 무게를 누군가에게 대신 맡겨둔 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언젠가 나도 조너스처럼 어떤 진실을 알고 난 뒤 더는 이전처럼 살 수 없게 된다면, 그때 나는 그 무게를 안고 정말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지 오래 생각하게 됐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지음
비룡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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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이 가득 차는 것도 느꼈다.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무엇이 자신이 될지 알지 못했다.

📃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 “하지만 저도 가끔씩 색깔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브리엘도 색깔을 볼 수 있어서 우리 가족이 빨간색, 노란색 물건을 양손에 들고 가브리엘이 그중 더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요. 똑같은 색깔의 물건 대신 말이에요.”

“잘못 선택할 수도 있겠지.”

조너스가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사실 아기 장난감은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중에는 아주 큰 문제로 나타나겠죠? 우리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기억 전달자가 물었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조너스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안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사람들이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다면요?”

계속해서 조너스는 마치 자기 말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말했다.

“아니면 이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기 직위를 스스로 선택한다면 말이에요?”

📃 그런데 지금 조너스는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아마도 굶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간단명료한 사실이었다. 한때 조너스는 선택을 갈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잘못이었다. 떠나기를 선택한 것 말이다. 그 결과 지금 자신은 굶어 죽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면…….’ 

조너스는 계속 생각했다. 

만약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다른 것에 굶주렸을 것이다. 감정, 색깔, 사랑 등에 굶주리면서 평생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가브리엘은? 가브리엘은 마을에서는 절대로 생명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 이제 조너스는 자신이 어쩌면 가브리엘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울었다. 더 이상 자신을 걱정할 수조차 없었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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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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