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꽃잎들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 민음사 펴냄

피의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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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8

페이지

7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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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재미 없을 때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독재 #비판 #식민 #투쟁

상세 정보

케냐는 낯설지만, 식민주의는 나름 아는 우리에게
완전한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울리는 경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9권. 매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 응구기 와 시옹오는 1938년 케냐에서 태어나 케냐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피의 꽃잎들>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가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이다. 1977년, 식민주의자들과 결탁한 신식민주의자들의 문제를 파헤친 이 작품을 발표한 후 당시 부통령이자 1982년부터는 대통령이 되어 이십 년 동안 장기 집권한 대니얼 아랍 모이의 분노를 사고 투옥되었던 것이다.

투옥 가능성을 감수하고 써 내려간 <피의 꽃잎들>은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농민과 지식인의 처절한 삶을 기록하고, 식민 지배자였던 백인 세력과 야합하여 민중을 배신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고발한다.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 규정했던 응구기이기에 이 작품 역시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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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__lee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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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코멘트]

# 20세기 아프리카 내 신식민주의의 폐해를 보여주는 역사 + 추리 소설
응구기 와 시옹오의 『피의 꽃잎들』은 제국주의의 광풍이 휩쓸고 간 아프리카 대륙이 어떻게 신식민주의의 기형적 자본주의로 재편되었는지를 고발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케냐의 작은 농촌 마을 '일모로그'가 투기 자본이 침투한 신도시 '뉴 일모로그'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재계 거물 3인의 방화 살인 사건을 추리극의 형태로 펼쳐낸다.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장르적 흡입력을 주면서도, 텍스트의 심층에 백인 지배자들의 자리를 고스란히 꿰찬 채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흑인 신흥 엘리트 계급의 변절과 탐욕을 담았다. 독립 후 케냐는 물리적 식민 지배는 종식되었으나 자본과 권력, 종교가 결탁해 민중의 정신과 육체를 더욱 교묘하게 착취하는 신식민주의의 비극적 굴레에 얽매였다.

# 희망을 나타내는 ‘피의 역설’
하지만 작품이 짙은 허무주의로 침잠하지 않는 이유는 제목이 함의하는 역설에 있다. 짓밟히고 꺾이면서도 대지에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고 붉게 타오르는 '피의 꽃잎들'은 어떤 억압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케냐 민중의 생명력과 꺾이지 않는 투쟁의 불씨를 상징한다. 저자는 소설에 아프리카 구전 문학과 고유의 문체, 풍자를 융합했다. 아프리카 저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의 배경은 외세의 수탈과 기형적 근대화를 거친 한국의 현대사와도 맞닿은 점이 있어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발췌한 책 속 문장]

p25 “여기 젊은이들은 우리를 떠났소. 반짝이는 쇠가 그들을 불렀소. 그들은 떠나고 젊은 여자들만 이따금 돌아와서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긴다오. 땅을 파 먹고살다가 이미 늙어버린 할머니에게 말이오.”
=>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낳은 이농 현상과 전통적 혈연 공동체의 붕괴를 보여준다.

p34 배가 나오고 몸집이 큰 네 번째 남자가 볼을 치지 못하고 계속 골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세 명의 아프리카 인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찢어진 옷을 입은 남자 캐디들이 골프채를 메고 공을 든 채 적당한 거리에 서 있었다.
=> 피부색이 같다는 민족적 동질성은 계급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부서진다. 독립 이후 새로운 지배자로 군림한 흑인 엘리트들이 과거 백인 식민 지배자들의 오만한 사치를 완벽하게 답습하며 동족을 하대하는 씁쓸한 풍경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p38 그들에겐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주님에 대한 복종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그를 이제키엘리 형제, 그리스도 안의 형제라고 불렀다. 그들은 일이 끝나면 뜰에 모여서 기도를 하고 감사를 드렸다. 물론 급료를 올려 달라고 선동하거나 농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 악마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도 가끔 있었지만, 그들은 해고당했다.
=> 제국주의와 함께 유입된 서구의 종교가 어떻게 피지배층의 각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하는지 찌르는 대목이다. '주님에 대한 복종'이라는 명분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악마적 선동'으로 매도하며 착취를 정당화하는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적 통제 수단으로 기능했다.

p39 그래서 그는 집으로 가서 자신을 하느님한테 바치는 속죄의 의식을 치르기로 결심했다. 그는 성냥 한 통을 훔치고 풀과 마른 쇠똥을 모아 그가 하느님한테 죄를 저지른, 카미리소애 있는 아미나의 집 모형을 만들고 불을 붙였다. 불길을 바라보니 자신이 정말로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왜곡된 종교적 신념이 빚어낸 개인의 광기가 방화라는 파괴적 행위로 이어지는 후반 결말에 대한 복선이 이미 초반에 있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하는 독서 되새김의 장점.

p42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자, 안는 반은 엄격하고 반은 꾸짖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 독선적이고 성경만 읽고 날마다 기도만 하는 탓에, 아름다울 수도 있었을 아내의 얼굴엔, 감각적인 것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 영혼의 차가운 빛만 남아 있었다.
=> 광신적인 믿음은 사람의 관상까지 변하게 한다.

p88 “그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하더군요. 그러고는 우스운 짓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자신은 내 아버지만큼이나 나이가 많다면서요. 그리고 자신은 기독교인이라고 했어요.”
=> 도덕성을 보증해야 할 '기독교인'이라는 타이틀이 타락과 위선을 방어하는 면죄부로 전락했다. 신앙적 우월성이 오히려 약자를 향한 착취를 은폐하는 기만으로 소비되는 신식민지 사회의 윤리적 붕괴를 고발하고 있다.

p121 그녀는 유럽인 농장에서도 일을 해야 했고, 자기 땅에서도 일을 해야 했으며, 집 안도 깨끗하고 화목하게 유지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키운 것에 대해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보통의 경우, 남편이 그것을 가져다가 그들의 지주인 유럽인 농부에게 팔았다. 지주는 자기 마음대로 값을 매겼다.
=> 20세기 중반 케냐의 여성들은 제국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라는 가혹한 삼중의 착취 사슬 밑바닥에서 고통받았다. 백인 지주에게 억압받는 피식민지 남성조차 가정 내에서는 여성을 수탈하는 지배자로 군림했다.

p140 지금 우리는 기찬디, 리퉁구, 응야티티의 시인들과 극작가들에 의해서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 전설에 의존할 뿐이다. 최근의 고고학적, 언어학적 연구가 그것을 보완해 주고, 지난 수세기에 걸친 식민주의 모험가들, 특히 19세기 모험가들이 남긴 기록의 행간에서 조금씩 그것을 찾아낼 뿐이다.
=> 식민 지배는 물리적 영토의 침탈을 넘어 민족의 고유한 언어와 기억마저 철저히 말살했다. 약소국이었던 케냐는 침략자들의 기록을 더듬어 파편화된 역사를 복원해야만 했다.

p142 목자들과 농부들은 자기들이 주인이었고 자기들이 통치했던 땅에서 신분증을 갖고 다니는 노동자로 전락했다.
=> 대지와 함께하던 이들은 시스템에 등록된 '관리 대상'이자 부속품 같은 노동자로 전락했다.

p378 수많은 자극과 수많은 동기에서 촉발된 지극히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고, 영혼이 영원한 괴로움과 상실, 죄의식과 잔인함에 시달리도록 저주를 하고, 때로는 모든 이해력을 넘어서는 사랑을 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 무슨 계획이나 법칙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결국 무수한 개인들의 욕망과 우연이 교차한 결과임을 말한 문장이다. 지구의 역사는 수많은 나비효과와 함께한다.

p384 유럽의 산업혁명을 창시한 유명인들에 견줄 만한 좋은 예라고 했다. 그들이 우리의 크루프이고 록펠러이며 포드라고 했다.
=> 예시로 든 기업인들이 악덕 경영으로 명성(?)을 떨친 사람들임을 고려하면, 피부색만 달라질 뿐 약자의 피를 쥐어짜 부를 축적하는 자본의 무자비한 포식성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복제되었지 않았는가.

p393 학식 있는 역사가들의 눈에 식민주의 이전의 케냐 역사는 방랑벽과 의미 없는 전쟁의 역사였다. 지식층들은 결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의미를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을 건드리는 것은 오직, 폭력적인 저항의 행동들을 섬뜩한 살인으로 묘사할 때뿐이었다.
=> 그들의 과거 역사가 사라지는 건, 신식민주의에 물든 지식인들의 탓도 크다. 독립 투쟁을 야만적 살인으로 격하하고 식민 지배를 근대화로 포장하는 지식층의 비겁함이 저자가 꼬집은 ‘정신적 식민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p547 뉴 케냐였다. 뉴 일모로그였다. 공짜는 아무것도 없었다.
=> 전통 공동체의 일모로그는 모든 것이 화폐 가치로 환산되는 ‘뉴’ 일모로그로 변했다.

p549 또 1실링, 2실링, 5실링이 나가는 술을 다양한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사람들이 그안에 든 독을 호주머니에 수비게 갖고 다닐 수 있게 했다.
=> 술은 노동자들에게 봉급을 안겨주면서도, 그들의 돈과 건강을 잡아먹는 족쇄가 되었다. 접근성이 좋은 술은 노동자들이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체제 유지 수단이 되었다.

p555 “제 생각에 이 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 같아요. 자신들의 비참한 상태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무슨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죠.”
=> 그럼에도 술은 원시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과 함께하고 있다. 술을 싫어하는 본인으로선 지긋지긋할 따름.

p597 나중에 카레가는 모든 운동이 신도들에게 십일조를 내게 해서 많은 돈을 거둔 미국 교회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의 일부가 나중에 하람비 교회 건설 운동에 대한 미국 교회의 기부의 일환으로 되갚아질 예정이었다.
=> 구호와 기부를 빙자한 서구 교회의 자본은 개발도상국의 정신적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투자 행위였다. 대한민국 개신교의 극우주의 행태의 기원은 미국 개신교임을 드러내는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가.

p647 그것은 그가, 즉 무니라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법에 적극적으로 복종하여 그것을 수행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지상에서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조롱하는 매음굴을 불살라 버리라는 명령이 그에게 내려진 것이었다.
=> 무니라는 자신의 끔찍한 방화 살인을 '신의 명령'이자 '법'으로 정당화했다.

p652 결국 관광 산업은 이 나라의 최대 산업 중 하나였다. 부정적인 것들이 없는 곳이 어디 있던가. 경찰관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안정과 법과 질서가 유지되도록 돕는 것이었다. 거기에 모든 산업과 외국인의 투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었다.
=> 공권력이 자국민의 안위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작동했다. 기형적인 산업 구조와, 그 체제를 지켜야 하는 종복의 기괴함.

p656 어머니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들이 작당을 해서 케냐에 있는 돈의 자기 몫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완자뿐이라고 했다. 갑자기, 지폐를 꺼내던 그녀의 손이 굳어 버렸다.
=> 배금주의의 독기가 천륜과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돈에 대한 집착은 자녀로서 마지막 정마저 사라지게 했다.

p673 작가는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속으로 태어나 그 역사를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작가가 어떤 역사 속으로 태어났느냐 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p676 그가 한국 집권층의 타락을 풍자한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얻어 『십자가 위의 악마』를 쓰게 된 것은 이듬해까지 이어진 감옥 생활을 통해서였다.
=>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후에 고 김지하 시인이 한국 집권층에 의탁한 사실을 작가가 알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p677 그런데 ‘피의 꽃잎들’이라는 제목은 궁극적으로, 벌레들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결국에는 그것에 맞서 싸우는 용기와 기개를 갖게 되는 민중의 생명력과 저항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p680 흥미로운 것은 살인 사건의 전모를 풀어헤치는 과정에서 케냐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소설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식민 지배와 자본의 구조적 악을 규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 소설과 추리 소설의 성격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p680 스토리는 일모르그라는 작은 농촌 마을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모로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케냐라는 나라의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p681 작가는 그들이 정치적으로 눈을 뜨는 과정을 풍자와 해학, 우화, 구전의 요소들을 적절히 섞어 가며 감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이 왜 케냐, 아니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인지를 증명해 보인다.
=>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다른 훌륭한 작품들도 아프리카 문화권에 많을 텐데, 지금까지도 큰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p681 현실에 대한 분노나 정의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예술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오히려 두 가지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발휘한 것처럼 보인다.
=> 시대 상황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작가에겐 큰 만족을 줄 수 있지만, 독자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p682 그리고 전에도 이 소설을 읽었지만 번역을 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번 읽으며, 케냐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우리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번역하는 작업은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 식민주의, 자본주의의 폐해, 지배 수단으로 사용되는 개신교 등 우리나라의 근대사와 겹치는 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피의 꽃잎들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민음사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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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승

@9chh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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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꽃잎들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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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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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stella38hr

식민시대를 거쳤지만 여전히 기득권들에 의해
또다른 억압을 받는 케냐인들의 이야기는
비단 케냐라는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는 실제 김지하의 오적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긴 소설은 케냐의 역사와 현실을 잘 표현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기시감이 들었다.
바로 우리나라도 겪었던 일이구나 하는 생각.

피의 꽃잎들

응구기 와 티옹오 지음
민음사 펴냄

2022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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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9권. 매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 응구기 와 시옹오는 1938년 케냐에서 태어나 케냐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피의 꽃잎들>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가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이다. 1977년, 식민주의자들과 결탁한 신식민주의자들의 문제를 파헤친 이 작품을 발표한 후 당시 부통령이자 1982년부터는 대통령이 되어 이십 년 동안 장기 집권한 대니얼 아랍 모이의 분노를 사고 투옥되었던 것이다.

투옥 가능성을 감수하고 써 내려간 <피의 꽃잎들>은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농민과 지식인의 처절한 삶을 기록하고, 식민 지배자였던 백인 세력과 야합하여 민중을 배신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고발한다.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 규정했던 응구기이기에 이 작품 역시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식민 지배 전후의 케냐 사회를 고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작가를 투옥당하게 만든 문제작 『피의 꽃잎들』


매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 『피의 꽃잎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9번으로 출간되었다. 응구기 와 시옹오는 1938년 케냐에서 태어나 케냐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태어나면서부터 서구 아프리카 식민 제도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그는 유년 시절과 십 대를 거쳐 이십 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식민지의 현실을 낱낱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식민주의와 독립 투쟁의 경험이 그의 초기 소설인 『울지 마라, 아이야』, 『샛강』, 『한 톨의 밀알』 등을 관통하고 있다. 또한 그는 1963년 식민 지배가 종식된 후에도 케냐에 밀어닥친 역사의 물결을 응시하며 그것에 부대끼며 살아왔다. 『한 톨의 밀알』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 즉 『피의 꽃잎들』, 『십자가 위의 악마』, 『내가 원할 때 결혼할 거예요』 등은 모두 식민 지배 전후의 케냐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피의 꽃잎들』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가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이다. 1977년, 식민주의자들과 결탁한 신식민주의자들의 문제를 파헤친 이 작품을 발표한 후 당시 부통령이자 1982년부터는 대통령이 되어 이십 년 동안 장기 집권한 대니얼 아랍 모이의 분노를 사고 투옥되었던 것이다. 투옥 가능성을 감수하고 써 내려간 『피의 꽃잎들』은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농민과 지식인의 처절한 삶을 기록하고, 식민 지배자였던 백인 세력과 야합하여 민중을 배신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고발한다.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 규정했던 응구기이기에 이 작품 역시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수감된 상황에서도 그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 『십자가 위의 악마』를 썼는데, 종이가 없어 화장지에다 써 내려갔다고 한다. 구체적인 기소나 재판 절차 없이 수감되어 있던 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석방 노력 덕분에 1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 후 1982년, 응구기는 기쿠유어로 썼던 『십자가 위의 악마』를 직접 영어로 다시 써서 출간한 후 홍보차 영국에 갔다가 케냐 독재 정권의 살해 음모를 알아채고 귀국하지 못한 채 유랑하게 된다. 이후 영국에서 한동안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예일 대학교, 이스트매사추세츠 대학교, 스미스 대학교, 미시건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객원 교수를 역임하며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 갔다. 2004년, 모이의 독재 정권이 종말을 맞자, 22년간에 걸친 귀양을 끝내고 가족과 함께 케냐로 돌아가지만, 또다시 봉변을 당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여전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식민주의 이후 배금주의에 물든 아프리카 사회,
계속되는 민중의 수난과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낙관의 이야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케냐의 작은 마을 뉴 일모로그, 정재계 유명 인사 세 명이 창녀촌 주인인 완자의 저택에서 한꺼번에 방화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무니라, 압둘라, 카레가를 구금하고 그중 초등학교 교장인 무니라에게 지난 일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게 한다. 무니라는 이들을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동안 일모로그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더듬으며, 방화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추적해 나간다. 10여 년 전, 미래는 꿈꾸지 못한 채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일모로그에 교사로 부임한 무니라는 또 다른 외지인 압둘라와 마음을 나누며 그럭저럭 적응해 간다. 여기에 아름답고 용기 있는 여성 완자와 젊은 교사 카레가가 합류하면서 일모로그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댄다. 백인들이 짓밟아 놓은 전통 문화를 되살리고 민족적 자부심 고양과 국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시련과 좌절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설은 중심 인물인 무니라, 압둘라, 완자, 카렌자가 세 명의 유명 인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들 중 하나가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범죄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살인 사건의 전모를 풀어헤치는 과정에서 식민주의, 무장 독립 투쟁,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신식민주의, 매판 자본 등 케냐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조명된다. 독자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케냐의 역사에 자기도 모르게 친숙해지게 되는데, 이것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으로 녹아들게 만든 작가의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독재와 탐욕, 매판 자본과 신식민주의에 신음하는 민중의 삶을 집요하게 형상화한 응구기의 작품 속에는 그러나 미래에 대한 깊은 낙관이 자리 잡고 있다. 민중이 정치적으로 눈뜨는 과정을 풍자와 해학, 우화, 구전의 요소들을 적절히 섞어 가며 감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이 왜 케냐, 아니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작가인지를 증명해 보인다.

내 말은 과거를 박물관으로 보존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오히려 그것을 환상 없이 비판적으로 보고, 미래와 현재의 전장에서 그것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그러나 과거를 무턱대고 숭배하는 것은 안 돼요. 어쩌면 나도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요. 그러나 나는 포장도로도 없고 전기밥솥도 없던 과거의 사원들과 자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세계를 계속 숭배하고 싶지는 않아요.―본문 중에서

‘피의 꽃잎들’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민중의 생명력과 저항 정신
정신의 탈식민지화를 위한 끈질긴 문학적 투쟁


응구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신의 탈식민화”라는 개념이다. ‘피의 꽃잎들’이라는 제목에는 그의 의중이 잘 나타나 있다. 제목은 일차적으로는 벌레가 먹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잎이 피처럼 붉은색을 띤다는 의미인데, 여기에서 벌레는 억압의 주체를 지칭한다. 따라서 제목은 벌레들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도 없고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도 없는 케냐의 현실을 암시한다. 이 제목은 궁극적으로, 벌레들의 습격(식민 통치)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민중의 생명력과 저항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피의 꽃잎들’은 권력에 억압당하는 민중을 지칭함과 동시에, 권력에 맞서 정신적 독립을 쟁취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저항적인 민중을 지칭한다.
그는 “아프리카 작가는 아프리카 농민과 노동자 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 즉 아프리카의 언어로 글을 써야 한다.”라고 믿고 그걸 실천하고자 했다. 그가 제임스 응구기라는 세례명을 쓰다가 응구기 와 시옹오라는 아프리카식 이름으로 개명한 것도 정신의 탈식민화를 위한 몸짓이었다. 또한 『한 톨의 밀알』을 발표한 이후 영어가 아니라 기쿠유어로 소설을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고, 『피의 꽃잎들』에서도 역시 기쿠유어 단어로 고유의 문화적 유산을 생생히 그려 냈다. 이를 통해 응구기는 언어라는 것이 사실은 피식민주의자의 정신세계를 식민화하는 문화 제국주의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저항했던 것이다.

조지프, 잘 들어라. 너는 미국 아이들이 읽는 백과사전과 성경을 읽은 거야. 그들은 아프리카인의 영혼과 마음을 훔치는 데 성경을 이용했다. 아프리카인이 모자를 접어 뒤에 들고 마냥 웃으면서 차관, 대부, 기아 구호라는 딱지가 붙은 작은 것들에 감사의 기도를 하는 동안, 큰 회사들은 금과 은과 다이아몬드를 수집하느라 바빴다. 그사이, 우리는 나는 쿠케인이다, 나는 루오인이다, 나는 루이아인이다, 나는 소말리아인이다……라며 싸우기만 했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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