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 민음사 펴냄

시지프 신화 (Le Mythe de Sisyp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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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6.17

페이지

320쪽

상세 정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권.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카뮈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 대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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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상태:카뮈)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수민(상태:카뮈)

@smlee682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시지프 신화>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다시 읽으면서 나는 카뮈가 왜 하필 여기서부터 철학을 시작했는지를 오래 생각했다. 존재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철학에는 언제나 더 거대하고 오래된 질문들이 있었을 텐데, 카뮈는 그 모든 것을 건너뛰고 삶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어쩌면 그에게 철학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일이기 전에,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살아 있기로 결정하지 않은 사람에게 진리도 존재도 결국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지프 신화>는 처음부터 사유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결단에 관한 책처럼 읽혔다. 세계의 의미를 먼저 알아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미도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 그럼에도 살아갈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 카뮈의 철학은 답을 찾아낸 뒤 삶으로 돌아오는 대신, 답이 없는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부조리라는 말도 다시 읽으니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부조리를 세계 자체가 지닌 어떤 결함처럼 생각한다. 세상이 원래 불합리하고 무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이 고통받는다고. 하지만 카뮈에게 부조리는 세계 안에도, 인간 안에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를 요구하는 인간과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는 세계가 마주치는 순간, 그 사이에서 비로소 부조리가 태어난다.

나는 이 정의가 이상할 만큼 서늘하면서도 동시에 위로처럼 느껴졌다. 세계가 나를 속인 것도 아니고, 내가 무언가를 잘못 살아서 이런 감각에 도착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유를 묻고, 세계는 침묵한다. 부조리는 그 둘이 부딪칠 때 생기는 마찰에 가깝다. 그렇다면 삶이 부조리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반드시 삶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가 아직 세계를 향해 질문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에게는 세계의 침묵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

시지프가 받은 형벌도 그런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됐다. 신들이 그에게 내린 벌은 단순히 무거운 바위를 끝없이 밀어 올리는 노동이 아니었다. 더 잔인한 것은 그 노동의 결과가 매번 지워진다는 사실이었다.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방금까지의 노력은 처음부터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힘든 일도 끝에 무언가가 남는다고 믿을 수 있다면 버틸 수 있다. 몸이 닳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것이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계속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지프의 형벌은 바위의 무게보다, 자신의 노력이 끊임없이 무효가 되는 광경을 바라봐야 한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카뮈는 바로 그 절망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뜻밖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바위가 다시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 뒤, 시지프가 그것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시간. 나는 이 짧은 순간이 <시지프 신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대담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바위를 밀어 올리는 동안 시지프는 자신의 형벌 안에 갇혀 있다. 하지만 산을 내려가는 동안만큼은 잠시 그 형벌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운명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그는 곧 다시 바위를 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일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의 의식은 더욱 중요해진다. 형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견딜 뿐이지만, 자신의 형벌을 끝까지 알고도 다시 그곳으로 걸어 내려가는 사람은 어느 순간 그 형벌보다 커진다.

여기서 카뮈가 말하는 자유는 상황을 바꾸는 능력이 아니었다. 시지프는 바위를 없앨 수도 없고 산을 떠날 수도 없다. 신들의 판결을 뒤집을 수도 없다. 그에게 주어진 세계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운명을 어떤 표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이 지점에서 자유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자유를 흔히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상태, 원하지 않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뮈에게 자유는 오히려 바꿀 수 없는 것을 정확히 바라본 뒤에도 자신의 태도를 세계에 넘겨주지 않는 데 가까웠다. 시지프는 바위를 선택하지 못했지만, 그 바위 앞에서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문장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끝없이 같은 노동을 반복하는 사람을 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절망을 애써 낙관으로 바꾸려는 말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중요한 것은 ‘행복하다’보다 ‘상상해야 한다’ 쪽이었다. 카뮈는 시지프가 실제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그렇게 상상하라고 요구한다. 세계가 행복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도 자신의 삶을 끝내 세계의 판결에 맡기지 않겠다는 결단. 그 문장은 낙관이라기보다 반항에 가까웠다.

어쩌면 카뮈가 말하는 행복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바위가 이번에는 굴러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마음. 희망이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없어도 살아가기로 정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시지프의 행복은 기쁨이라기보다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마지막 존엄처럼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렸다. 아무리 해도 제자리인 것 같은 일들, 애써 쌓아 올렸는데 어느 순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들. 나는 그런 순간마다 쉽게 의미를 의심했다. 남는 것이 없다면 왜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은가.

하지만 시지프를 생각하고 나니 의미라는 것이 반드시 바위가 정상에 남아 있는 데서만 생기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삶에는 끝내 굴러떨어지는 바위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는 것, 매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결국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쌓아 올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산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안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도 다시 바위 앞에 선다.

어쩌면 카뮈가 끝내 말하고 싶었던 자유는 바로 그 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위가 굴러떨어지지 않는 삶을 얻는 것이 아니라, 굴러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다시 손을 얹는 것. 아무 의미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끝내 그 반복을 자신의 삶이라고 부르는 것.

바위는 매번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밀기로 결정하는 나는,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2주 전
0
Clairvaux🦋님의 프로필 이미지

Clairvaux🦋

@ungeziefer

what if we gave a smiley sticker to sisyphus every time he reached the top of the hill? :(
like the ones your teacher gave you every time you conformed to the absurdity of the norm.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1개월 전
0
이수민(상태:카뮈)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수민(상태:카뮈)

@smlee682

시지프 신화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이방인을 쓴 카뮈가 같은 해에 발표한 에세이라는 사실이었다. 두 작품은 1942년에 나란히 세상에 나왔는데, 그래서인지 뫼르소가 어렴풋이 몸으로 살아냈던 부조리를, 이 책에서는 카뮈가 직접 논리로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소설에서 느꼈던 감정의 잔상을 이 에세이가 이론으로 설명해주는 듯해서, 두 책을 이어 읽으니 이해가 한층 깊어졌다.

책은 인생에서 가장 진지한 철학적 질문이 자살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처음엔 다소 극단적인 도입이라 생각했지만, 읽어보니 그 말의 무게를 알 것 같았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란,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갈망과, 정작 아무 답도 주지 않는 침묵하는 세계 사이의 어긋남이다. 우리는 늘 '왜'를 묻지만 세계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그 어긋남,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균열이 바로 부조리다. 나도 문득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열심히 이유를 찾고 의미를 붙이려 해도, 결국 세상은 아무 대답이 없다는 걸 깨달을 때. 그 공허함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부조리구나 싶었다.

인상 깊었던 건 카뮈가 부조리를 깨달은 인간 앞에 놓인 선택지를 두 가지로 좁혀놓는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자살, 다른 하나는 그 부조리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카뮈는 단호하게 자살을 거부한다. 그에게 자살은 부조리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고, 종교가 말하는 내세의 희망 역시 마찬가지로 삶을 직시하지 않는 도피에 불과하다. 대신 그는 반항과 자유와 열정, 이 세 가지를 부조리에 대한 응답으로 제시한다. 신이나 가족, 국가 같은 외부의 이유에서 살아갈 근거를 찾지 말고, 실존 그 자체를 살아갈 이유로 삼으라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방인의 뫼르소가 떠올랐다. 그는 세상이 요구하는 의미들, 슬픔이나 사랑 같은 감정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뫼르소식의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지프의 이야기. 신들에게 벌을 받아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인간. 바위는 정상에 닿는 순간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는 또다시 산을 내려가 바위를 밀어 올린다. 무의미한 노동의 무한 반복, 그보다 잔인한 형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카뮈는 이 신화를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뒤집는다.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질 때, 시지프가 다시 그것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벅차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마지막 문장,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 됐다. 저렇게 무의미한 반복 속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지.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건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무의미함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바위를 미는 그 순간에 몰두하는 것. 그게 카뮈가 말하는 진짜 자유였다.

나는 이 부분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우리 모습이 겹쳐 보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이면 지쳐 잠들고, 다음 날 다시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각자의 바위를 밀고 있는 시지프다. 그런데 그 반복을 절망으로만 볼지, 아니면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낼지는 결국 나의 몫이라는 걸 이 책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방인이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자신을 마주했다면, 시지프 신화는 그 죽음까지 가지 않고도, 지금 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셈이다.

두 책을 나란히 읽고 나니, 카뮈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였던 것 같다. 삶에는 원래 주어진 의미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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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권.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카뮈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 대한 열정이다.

출판사 책 소개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신화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사상적 단초가 되는 실존적 문제에 대한 강렬한 통찰
부조리에 반항하는 진정한 방법으로서의 ‘긍정’과 ‘행복’을 역설한 철학적 산문시


박칼린과 서태지의 만남, 뮤지컬 [페스트]의 원작자 알베르 카뮈

7월 개봉 예정인 뮤지컬 [페스트] 소식에 공연계뿐만 아니라 음악계, 출판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프랑스 문단의 신화로 불리는 작가 알베르 카뮈의 대작 <페스트>를 유명 뮤지컬 감독 박칼린과 한국 음악계의 신화 서태지가 뮤지컬로 선보이는 덕분이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역대 최연소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다. 20세기 문학이 담긴 기념비적인 작품 <페스트>는 1947년 출간되어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판매되었고, 그 해 '비평가 상' 수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프랑스어 판만 5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기의 스테디셀러로서, 20세기 이후 발표된 의미 있는 문학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방인>의 철학적 단초를 제시한 <시지프 신화>
<이방인>,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루는 작품


1942년 첫 작품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소외와 반항을 그린 <이방인>을 발표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에 ‘문학적 사건’을 일으킨 알베르 카뮈. 그 후 그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공허함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프랑스의 지식인 사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 나가던 중, 1947년 발표한 대작 <페스트>로 허무에 빠진 현대인에게 연대 의식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1957년에는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라는 한림원의 평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번으로 새롭게 출간된 <시지프 신화>는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작업을 하며 사는데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만 부조리하다. 신들 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요, 무력하고 반항적인 시지프는 그의 비참한 조건의 넓이를 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올 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조건이다. 아마도 그에게 고뇌를 안겨 주는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182~183쪽

카뮈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 대한 열정이다. <시지프 신화>는 실존적 비극에 대한 ‘영원한 혁명’의 윤리로 독자의 뇌리에 깊이 남을 것이다.

부조리한 세계 앞에 선 인간의 세 가지 선택지 : 자살, 희망, 반항
시지프, 혹은 지옥에서의 행복


<시지프 신화>는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는 충격적이고도 공감 가는 구절로 시작한다. 카뮈가 이처럼 시작부터 분명히 하는 책의 주제를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해 보면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가 된다. 세계에 ‘내던져진’ 자아로서 현대인은 이 세계에서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찾지만, 부조리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흔히 자살은 공허에 대해 인간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해답이다. 카뮈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적 비관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신문에서는 흔히 ‘실연’이니 ‘불치의 병’이니 운운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날, 절망에 빠진 사람의 친구 하나가 그에게 무관심한 어조로 대꾸한 적은 없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그자가 죄인이다. 그것 한 가지만으로도 그때까지 유예 상태에 있던 모든 원한과 모든 권태가 한꺼번에 밀어닥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 본문 18쪽

카뮈에게 자살은 공허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앞에 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제1의 방안이다. 그러나 카뮈에게 그것은 올바른 해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삶을 직시하는 명철한 의식에서 빛의 세계 밖으로의 도피로 인도하는 이 치명적 유희”일 뿐이라는 것이다. 카뮈가 제시하는 제2의 방안은 ‘희망’이다. 그러나 희망 역시 “삶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거창한 관념, 삶을 초월하고 그 삶을 승화시키며 삶에 어떤 의미를 주어 결국은 삶을 배반하는 어떤 거창한 관념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속임수”일 뿐이다. 내세의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은 현세에 대한 기만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나는 부조리에서 세 가지 귀결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반항, 나의 자유 그리고 나의 열정이다. 오직 의식의 활동을 통해 나는 죽음으로의 초대였던 것을 삶의 법칙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자살을 거부한다. - 본문 97쪽

마지막으로 제3의 방안은 ‘반항’과 그와 동반되는 ‘자유’와 ‘열정’의 감각이다. 카뮈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안인 ‘자살’과 ‘희망’이 모두 삶을 직시하지 않고 망각과 무(無)로 도피하는 처사라고 한계를 둔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세계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것은 ‘반항’이다. 영원히 돌을 산 위로 밀어올리기를 반복하는 저주를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와 같은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내려는 반항적 의지와 저주를 한몸에 받아들어 감수하면서도 미소를 띨 수 있는 삶에 대한 열정인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 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 본문181~182쪽

우리 시대 최고의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
그의 명 번역으로 만나는 새로운 <시지프 신화>


김화영 교수는 1999년 우리나라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100여권이 넘는 프랑스 문학 번역서와 연구서로 명실공히 우리 시대의 가장 권위 있는 불문학자로 꼽힌다. 특히 평생을 알베르 카뮈 연구에 바친 김화영 교수는 <이방인>과 <페스트>에 이어 <시지프 신화>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하면서 기존 번역본을 새롭게 수정하여 독자들에게 더욱 완벽한 번역으로 선보이고자 했다. 그는 작품 해설을 통해 <시지프 신화>에 대해, “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혹은 삶의 착종된 모순들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의식한 내용은 자칫 추상적 이론이 되기 쉬운 이 책에 인간적 열정과 목소리의 밀도를 부여한다.”라고 평가하며, 작품이 가진 철학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카뮈 개인의 경험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세밀히 밝히기도 했다.
<시지프 신화>는 알베르 카뮈가 창조한 작품 세계의 사상적 근원을 파헤칠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인 동시에 철학사적으로도 실존주의의 한가운데 우뚝 선 카뮈만의 독특한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카뮈를 읽는 독자들에게 지적 지평을 널리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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