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 민음사 펴냄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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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25

페이지

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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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노벨문학상 #대재앙 #연대의식 #운명 #자연재해 #전염병 #절망 #책임의식 #투쟁 #희망

상세 정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권. 페스트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2011년 현재까지 외국어 번역을 제외하고 오로지 프랑스어 판만으로 약 500여만 부가 판매되어 <이방인>을 바로 뒤쫓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언젠가부터 거리로 나와 비틀거리다 죽어 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부 당국이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자 무방비 도시는 대혼란에 빠진다.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마주하는 인간 군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불문학 번역가 김화영 교수가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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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상태:카뮈)

@smlee682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무관심한 와중에도 질병 앞에 놓인 이들은 수없이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오랑의 시민들은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페스트에 익숙해져간다. 바로 옆집에서 비명이 들려도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제 삶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이 불편했던 건, 그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포가 일상화되는 순간 연대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흐릿해지고, 인간은 너무도 쉽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쪽으로 미끄러진다는 걸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도 어렴풋이 알았다.

리유의 마지막 말도 오래 남았다. 페스트는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일상의 밑바닥에 잠복해 있을 뿐이라고. 코로나 이후의 삶이 그 말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 읽히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인물은 그랑이었다. 그는 페스트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오래전 떠나간 아내 잔느에게 바치는 소설의 첫 문장을 고쳐 썼다. 언젠가 완성해서 그녀에게 내밀겠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처음엔 그 반복이 좀 순진해 보였는데, 읽어갈수록 그게 페스트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와중에도 사랑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조용한 저항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가 결국 원고를 끌어안고 울다가 태워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건 원고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오래된 사랑의 형태를 내려놓는 거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랑은 살아남는다. 소설에서 페스트에 걸렸다가 완치되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카뮈가 그랑을 살려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재난 앞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는 것, 그 사소해 보이는 애정이 결국 사람을 버티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는 것, 페스트가 말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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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

@dasom_car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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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1개월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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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O

@gaon__lee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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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한 책 속 문장]

P26 시 당국은 아무런 제안도 마련한 것이 없었고 전혀 아무런 대채도 세운 것이 없었지만, 우선은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P57 유리창의 저 편에는 봄의 신선한 하늘이 떠 있었고 그 이편에는 아직도 방안에서 반향하고 있는 ‘페스트’라는 한마디 말이 있었다.

P94 말하자면 이 질병의 무지막지한 침범은, 그 첫 결과로서 우리 시민들을 마치 사적인 감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P95 이해와 정과 살로써 맺어졌던 사람들이, 이제는 겨우 열 마디 정도가 고작인 전문(電文)의 대문자 속에서 그 옛정의 흔적을 더듬어 보게끔 되었다.

P225 이처럼 외관적으로는 포위된 상태 속에서의 연대책임을 시민들에게 강요하던 질병은 동시에 전통적인 결합 형태를 파괴하고 개개인을 저마다의 고독 속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P237 페스트가 2단계에 접어들자 그들은 기억력조차도 상실해 갔다. 그 얼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이야기지만, 그 얼굴에서 살이 없어져 그 얼굴을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알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P239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

P251 천만에, 그는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인정으로 해서 그는 매일 스무 시간을, 살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이 죽어 가는 광경을 참고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인정으로 해서 그는 매일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에게는 꼭 그만큼의 인정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던 것이다.

P257 걷잡을 수 없이 물가가 상승하고 있었지만, 그때만큼 사람들이 돈을 낭비한 적은 없었으며, 또 대부분의 경우 생활필수품이 부족했던 때에, 그때처럼 사치품이 많이 소비된 적은 없었다.
=> 내일이 불확실해질 때 사람들은 낭비를 택했다. 소비로 절망을 달래는 모습.

P257 페스트는 고독하면서도 고독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공범자로 삼는다. 왜냐하면 그는 분명히 하나의 공범자이며, 그것도 즐겨 그러기를 원하는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P259 주민들은 자기들을 서로 가깝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것을 절실히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경계심 때문에 그런 요구에 감히 자신을 내맡기지 못하고 있었다.
=> 상대가 위로의 원천이지만 감염의 경로이기 때문에 인간은 다가서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소설의 집필에서 70여 년이 지난 2020년대 초반, 지구촌의 후손들은 이 현상을 겪는다.

P262 무대 위에는 전신의 관절들이 풀려 버린 광대의 모습으로 분장한 페스트, 그리고 관람석에는 붉은 의자 덮개 위에 잊어버린 채 놓고간 부채며 질질 늘어진 레이스 세공품들의 모습으로 지금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 사치. 그것이 바로 그들 삶의 이미지였다.
=> 예술이 재앙을 재현하던 무대 위로 재앙이 직접 올라온다. 병마는 재현과 실재의 경계를 허문다.

P284 “정말 우리 힘에는 도가 넘치는 일이니 반항심도 생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P284 “아닙니다, 신부님.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달리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 놓은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겠습니다.”
=> 리유는 아이를 고문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그 질서를 거부하겠다고 밝힌다.

P286 “내가 증오하는 것은 죽음과 불행이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시든 원하시지 않든 간에 우리는 함께 그것 때문에 고생을 하고, 그것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P291 지옥에 빠진 돈 후안과 어린애의 죽음을 놓고 볼 때 탕아가 벼락을 맞아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린애가 고통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다.

P306 그런데 실상 페스트의 기세등등한 불꽃은 화장터의 화덕에서 매일같이 더 신바람을 내며 타고 있었다. 사실 날마다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페스트는 이제 그 정점에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서, 착실한 고나리처럼 매일매일의 살인에서 정확성과 규칙성을 과시했다.

P314 기차역에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만 전기 자동차 두 대가 천막 사이로 커다란 냄비를 싣고 다녔다. 사람들은 팔을 내밀어서 국자 두 개를 그 두 냄비에 담갔다가 두 개의 식기에 갖다 쏟았다. 차는 다시 움직였다. 다음 천막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었다. “과학적이군요.”하고 타루가 소장에게 말했다. “그렇습니다.”하고 소장은 그들의 손을 잡으면서, 만족스러운 듯 대답했다. “과학적입니다.”
=> 인간이 가축처럼 사료를 받는 모습을 타루는 ‘과학적’으로 비꼬지만, 소장은 효율성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여 흡족해한다.

P326 “총살형 집행반은 뜻밖에도 사형수로부터 일 미터 오십센티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사형수가 두 걸음만 앞으로 나가면 가슴에 총부리가 부딪치는 것을 아시나요?”

P334 몇 분 동안 그들은 같은 리듬, 같은 힘으로 세상을 멀리 떠나, 단둘이서 마침내 도시와 페스트에서 해방이 되어서 전진했다.

P339 그해의 크리스마스는 복음서의 명절이라기보다 차라리 지옥의 명절이었다. 텅 비고 불이 꺼진 가게들, 진열장 속에 있는 모형 초콜릿이나 빈 상자들, 음울한 얼굴들을 실은 전차들, 어느 것 하나 과거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것이라곤 없었다.
=> 형식은 남았으나 내용물은 없다. 재앙 속의 일상이 얼마나 허망한지.

P345 여기저기 서까래 위에서 몇 달을 두고 잊고 살았던 바스락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리유는 매주 초에 실시되는 총괄적 통계의 발표를 기다렸다. 통계는 병세의 후퇴를 표시하고 있었다.
=> 쥐가 죽음은 재앙의 전조였고, 쥐의 생존은 재앙의 후퇴를 암시한다. 생명의 신호가 혐오스러운 존재의 소리로 나타난다.

P355 그래서 1월 25일 저녁에는 희색이 넘치는 흥분이 시가를 가득 채웠다. 지사는 전반적인 기쁨에 동조하기 위해서 건강 시대 때와 마찬가지로 등화 관제를 해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우리 시민들은 차고 맑은 하늘 아래, 불이 환하게 켜전 거리로 떠들썩하게 무리를 지으며 웃으면서 쏟아져 나왔다.

P356 그런데 피로 때문인지 그들은 그 덧문들 뒤에서 아직도 계속되는 그 괴로움을, 거기서 좀 더 먼 곳의 거리거리를 메우고 있는 기쁨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었다. 다가오는 해방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닫힌 덧문 뒤에서는 누군가의 고통이, 열린 거리에서는 환호가 있다.

P361 왜냐하면 초기의 승리의 열광이 사라지자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의심이 되살아나서, 도청의 발표에 흥분했던 마음에 그늘을 드리웠기 때문이다. 코타느를 그처럼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 범죄자인 코타르는 재앙의 회복에서 위협을 느낀다. 병마가 걷히기 때문에, 체포의 그물이 코타르를 노리게 되기 때문이다.

P366 투쟁을 위해서 묶어 놓았던 힘의 다발을 자연스레 솟아나는 감정 속에서 하나하나 풀어 간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P376 그에게 그렇게도 친근했던 그 인간의 모습이, 지금은 창 끝에 찔리고 초인간적인 악으로 불태워지고 하늘의 증오에 찬 온갖 바람에 주리 틀리면서 바로 그의 눈앞에서 페스트의 검은 물결 속으로 빠져들어 갔지만, 그로서는 이 난파를 막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 페스트의 마지막 물결에서 누구보다 숭고하게 싸웠던 자가 희생되었다.

P380 리유의 어머니는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울지 말라고 하고,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몹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다만 자신의 고통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여러 달 전부터, 그리고 이틀 전부터 계속되어 왔던 똑같은 아픔이었다.
=> 몇 달의 이별로 리유의 마음은 닳을 대로 닳았다. 리유는 통곡하지 않지만, 그러기에 그의 애도는 더 가슴 아프다.

P381 시의 문들은, 2월의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시민들과 신문과 라디오와 도청의 발표문이 환호하는 가운데 마침내 열렸다. 그러므로 서술자에게 남은 일은, 비록 자신은 거기에 완전히 섞여서 기뻐할 자유가 없었던 사람들 중 하나이긴 했지만, 시의 문이 개방되던 기쁜 순간의 기록자가 되는 일이다.
=> 서술자의 정체에 대한 마지막 복선이다. 기뻐할 자유가 없는 서술자는 기쁨의 기록자가 되는 이중성.

P385 도시 전체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서, 고통의 시간은 종말을 고했지만 망각의 시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그 벅찬 순간을 축복하고 있었다.
=> 애도와 환희의 공존

P392 이 연대기도 끝이 가까웠다. 이제 베르나르 리유는 자기가 이 연대기의 서술자라는 것을 고백해야 할 때가 되었다.
=> 모든 시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과 같은 거리에서 기록하겠다는 일념으로 리유는 익명의 서술자라는 결단을 내렸다.

P401 그래도 그는 이 연대기가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록은 다만 공포와 그 공포가 지니고 있는 악착같은 무기에 대항하여 수행하 나가야 했던 것, 그리고 성자가 될 수도 없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의사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에 대한 증언일 뿐이다.

P417 다시 말해서 ‘연대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페스트라는 질병의 육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곹오을 생생하게 살려 내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산출해 낼 수 있는 작품의 ‘상징적’ 의미는 훨씬 광범하고 다양한 동시에 보편적인 것에까지 확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P434 사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있는 그대로의 작가가 아니라 그의 내면의 갈등과 모순과 이상을 깨어진 거울 조각들처럼 여러 각도로 비쳐 보이고 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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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권. 페스트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2011년 현재까지 외국어 번역을 제외하고 오로지 프랑스어 판만으로 약 500여만 부가 판매되어 <이방인>을 바로 뒤쫓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언젠가부터 거리로 나와 비틀거리다 죽어 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부 당국이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자 무방비 도시는 대혼란에 빠진다.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마주하는 인간 군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불문학 번역가 김화영 교수가 번역하였다.

출판사 책 소개

“신 없이 성자는 존재하는가?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


1947년, 『페스트』가 프랑스에 출간되었을 때, 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출간 즉시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매진되었고, 그해의 ‘비평가 상’의 수상작으로 결정되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페스트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페스트』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현재까지 외국어 번역을 제외하고 오로지 프랑스어 판만으로 약 500여만 부가 판매되어 『이방인』을 바로 뒤쫓는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는 기회에 한국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인 김화영 교수가 이십여 년 만에 “대폭 수정하여 새로 번역하다시피 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다.

■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마주하는 인간 군상

평범하기 그지없는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언젠가부터 거리로 나와 비틀거리다 죽어 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부 당국이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자 무방비 도시는 대혼란에 빠진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쓰는 가운데 고립되어 버린 도시에서는 재앙에 대응하는 이들의 각기 다른 모습들이 묘사된다. 그중 하나는, 이 도시에서 이렁난 사태가 ‘이 고장 사람이 아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확신하는 기자 랑베르의 ‘도피적’ 태도이다. 랑베르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즉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려고 한다. 둘째로, 파늘루 신부의 ‘초월적’ 태도다. 파늘루 신부는 어느 비바람 치는 일요일, 설교를 통해 이 재앙은 사악한 인간들에 대한 신의 ‘징벌’임을 역설하면서(“여러 형제들, 여러분은 그 불행을 겪어 마땅합니다.”(128쪽)) 재앙이 오히려 인간의 “길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도피, 초월적 태도에 이어 재앙에 대응하는 세 번째 태도는, 이 작품의 주요 주제인 ‘반항’이다. 토박이도 아니면서 마을에 머무는 미지의 인물 ‘타루’는 의사 리유를 찾아가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보건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유는 파늘루 신부의 태도를 빗대 “체념하고서 페스트를 용인하는 것은 및니 사람이나 눈먼 사람이나 비겁한 사람의 태도일 수밖에” 없다며 그에 동의한다. 타루와 리유는 페스트, 즉 질병과 죽음에 맞서 싸우며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려는(170쪽) 카뮈의 세계관을 그대로 보여 주는 인물들이다.

■ 질병, 전쟁, 절망 ―죽음이라는 엄혹한 인간 조건 앞에서도 억누를 수 없는 희망의 의지

사실상 『페스트』 착상의 기폭제가 된 것은 2차 세계 대전이라고 볼 수 있다. 카뮈는 자신의 ‘작가수첩’에 이렇게 기록했다. “전쟁이 터졌다. 어디에 전쟁이 있는가? 마땅히 믿어야 할 소식들과 마땅히 읽어야 할 벽보들 이외에 그 부조리한 사건의 징조들을 대체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이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전쟁의 혐오스러운 모습이 어디에 있느냐고 우리는 자문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가 마음속에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작가수첩』 1권)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소설 『페스트』에서는 오랑에서 페스트가 점점 사라져 가고 사람들도 서서히 희망을 품기 시작할 때 마지막 희생자들이 결국 목숨을 잃고, 거대한 희망 앞에서 더욱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패배’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타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329쪽)

페스트(죽음)와 맞서 싸우다 죽어 간 사람들, 그에 맞서 싸워 이겨 낸 사람들, 희망과 기쁨 속에서 맞보는 고통과 절망. 결국 그 근원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카뮈는 『페스트』의 마지막에 의사 리유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 연대기가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록은 다만 공포와 그 공포가 지니고 있는 악착같은 무기에 대항하여 수행해 나가야 했던 것, 그리고 성자가 될 수도 없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의사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에 대한 증언일 뿐이다.(401쪽)

『페스트』는 결국,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 즉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다 할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며 우리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임을 보여 준다.

■ 한국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전면 개정판

카뮈의 『페스트』는 『이방인』과 함께 프랑스 내에서도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카뮈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99년 우리나라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김화영 교수는 “열다섯 살 때 영문 모르고 처음 읽”은 『이방인』이 “줄곧 운명처럼 나의 삶을 동반해” 왔다고 밝혔다. 이십여 년 전 처음 번역했던 『이방인』과 『페스트』를 이번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수록하며 김화영 교수는 작품을 “새로 번역하다시피 대폭 수정”했다.
수십 년 동안 강단에서 카뮈의 소설을 학생들과 함께 다시 읽고 가르쳤으며, 이제 새 번역을 내면서 “마치 처음 대하는 독자가 된 듯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는 김화영 교수의 “새로운 번역”은 독자들에게 『이방인』과는 또 다른 거대하고 엄중한 『페스트』의 세계관이 던져 주는 충격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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