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한 청년들

김향수 외 1명 지음 | 오월의봄 펴냄

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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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12.20

페이지

372쪽

이럴 때 추천!

불안할 때 , 외로울 때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고민이 있을 때 읽으면 좋아요.

#다양한몸 #만성질환 #질병 #질병서사 #청년 #청년건강 #청년정책 #청년질병

상세 정보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고, 비염, 허리 디스크, 건선, 크론병, 망막분리, 식도염, 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 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역시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하며,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안 아픈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지나친 혹은 미묘한 배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를 빼고 약속을 만든달지, 몸이 좋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능력을 의심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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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님의 프로필 이미지

자유이

@jayuyi

'골골한 청년들'이라는 책 제목만 봤을 때, '나약한 청년들'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도 뉴스나 매스컴에서 MZ 세대들을 부정적으로 이야기만 하니, 나도 모르게 편견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문자 그대로,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언제 아파도 이상하지 않은 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 (물론 좋지 않은 자세와 운동을 극도로 싫어하는 특성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질병은 가끔 찾아오지만.....)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아프다는 이유로 조퇴를 밥 먹듯이 하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그들의 성격이 나약하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골골한 20-30대 청년들이 나 같은 시선 때문에 아파도 참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지경까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질병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질병과 장애는 영원히 함께 '동반'해야 하는 존재다. 우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사실 오지랖에 가깝지만.....) '아직도 아파?', '힘내, 이겨낼 수 있어.' 라는 말을 무심코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들은 '내가 이러한 질병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처만 될 뿐이다.

오래간만에 편협적인 시선으로 살아오진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골골한 청년들

김향수 외 1명 지음
오월의봄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3년 3월 23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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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책빵

@moonbookbread

  • 달책빵님의 골골한 청년들 게시물 이미지
#책서평 #골골한청년들 #오월의봄

어렸을 적부터 아프다고 말하면, 엄마는 “쓰러져도 학교에 가서 쓰러져”라고 말했다.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며 병가를 내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고, "돌도 씹어 먹을 나이"에 왜 자주 아프냐는 이야기를 상사로부터 듣는다. 아파서 출근을 안 해도 심지어 입원했는데도 회사에서 급한 일이라며 연락이 와 병실에서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한국 사회에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쉴 틈은커녕 ‘아플 틈’도 없이 바쁘게 굴러간다.

그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노동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워라밸을 꿈꾸며 “나답게” 살려고 한다. 여기서 “나답다”라는 말은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더 이상 나를 맞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더구나 몸이 건강하지 못한 청년이라면 더 그러하다.

그렇기에 사회건강연구소는 골골한 청년들의 삶의 경험에 주목했다. 만성질환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게 체력적으로 어려워 일을 그만둔 적이 있는 20~30대 청년을 사회건강연구소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청년들은 워라밸을 넘어 골골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여러 사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실씨(가명)의 이야기였다.
p.75-76
자신을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 표현하며, 허리 디스크와 비염 때문에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닌다. 위궤양은 “한국 여성은 말라야 한다”는 외모 지상주의, 허리 디스크는 지도교수의 집안일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대학원의 조직문화, 우울증은 대학원 생활과 성폭력 피해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병가를 쓸 수 있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는 동료든 눈치에 몸이 회복되지 않은 채 업무에 복귀했다. 후유증을 치료하러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병원에 다녔지만, 여전히 몸이 아프다...“건강을 희생해야 하는 일터”는 좋은 일터가 아니라며, 만성적으로 아픈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보살피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교통사고가 나서 당장 치료해야 할, 그리고 치료가능한 외상이 있지 않는 한 만성질환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짐이 되는 것이다. 성실 씨의 경우 코뼈가 “기형적으로”자라 코로 숨을 쉴 수 없어 입으로 숨을 쉬어야만 하는 비염을 갖고 살아가는데, 타인들은 비염을 작은 병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순히 코를 숨을 쉬기 어려워 냄새를 못 맡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콧물이 종일 나기도 하고, 때로는 집중도 안 되고 머리가 엄청 아픈 경우도 있어 일상생활이 괜찮지 않았다.

나와 친한 친구 하나도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과 입이 심하게 마르고 건조했는데, 점차 몸에 염증이 생겨나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몸 상태를 감지하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쇼그렌 증후군이라고 진단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질환”이기에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염증은 더 심해져서 걷기조차 힘든 날도 있었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받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발병 시 처음에 그의 어머니는 얼른 회복하라며 걱정해주셨지만, 이내 결혼을 반대하셨다. 그 병이 유전은 되어 행여나 손주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또 아픈 몸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들에게 파혼하라고 강요했고, 아들은 그녀에게 이 모든 말을 전했다. 결국 그들은 파혼했다. 그 이후 그녀는 비교적 노동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하기 위해 캔들제작 자격증을 따서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경우 회복하고 다시 일터에 돌아올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 않나. 병이 회복 불가능한 만성질환이라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 낙인이 찍히는 일 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한다.

p.221
회복탄력성이란 어려움이나 실패를 경험한 뒤 그것에서 벗어나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하는데, 기존 연구들은 회복탄력성을 개인의 고유 특성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최근 회복탄력성은 사회에 의해 지원되거나 파괴될 수 있는 것, 즉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능동적 혹은 반응적 결과물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그래서 취업서비스와 같은 공적 제도를 마련할 때 그들의 탄력 회복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p.342
서사는 누군가가 살아가고 경험한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도구다. 아파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아파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질병서사는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 정의부터, 행위, 감정, 사건에 관한 개인적 해석을 드러낸다. 나아가 질병과 젠더가 권력을 분배하는 방식, 골골한 사람들의 삶을 가로막는 방식과 상처 입히는 방식을 드러낸다...그렇기에 아픈 이들을 위한 변화와 실천 요구에 귀 기울이는 “상식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한다.

이 책의 구술자들이 몸이 아파 사회에서 배제되고 상처받은 경험을 이야기한 이유는 하나였다.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으로 육체적 취약성을 인식하며, 나아가 이들의 사회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떤 사회정치적 변화가 필요한지 전하고 싶어 했다.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순응하기 보다, 아프고 골골한 이에게, 아픈 이를 돌보며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에게, 언젠가 아플 수 있는 이에게 용기 내어 말 거는 것이다.

골골한 청년들

김향수 외 1명 지음
오월의봄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3년 1월 15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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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pureunhaneulay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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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우리가 살면서 직면했던 큰 문제가 무엇이었을까하고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가장 큰일이 아니였을까. 비록 아직 완전히 이겨낸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온전했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노력해가는 중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병으로 인해 아프지만 그래도 사회생활하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둔 책이다. 읽는 내내 너무나 공감하면서 마음이 아팠으며 그 시간을 되돌릴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의료상황에서 혜택을 제대로 받을수 있기를. 사회에서 비난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살수 있기를. 그래서 앞으로 우리 20대의 젊은 청년들이 힘차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을 읽을수 있는 기회를 준 오월의 봄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골골한 청년들

김향수 외 1명 지음
오월의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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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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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고, 비염, 허리 디스크, 건선, 크론병, 망막분리, 식도염, 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 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역시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하며,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안 아픈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지나친 혹은 미묘한 배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를 빼고 약속을 만든달지, 몸이 좋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능력을 의심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출판사 책 소개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가는
골골한 청년들의 이야기

청년이 골골하다고?

‘청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마치 “박카스 광고”에 나올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건강하고 활기찬 (비장애인 남성) 청년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N포세대” 같은 말로 상정되는 불안정하고 고된 여정 위의 청년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정이 넘치는 청년, 혹은 불안한 미래 앞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어디에도, ‘건강한 몸’에서 벗어난 청년은 상정되지 않는다.
언제든 아픈 상태가 될 수 있는 청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질환과 함께하는 청년, 자잘한 만성질환을 여럿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어 대체로 ‘몸이 안 좋은’ 청년. 그야말로 ‘골골한’ 상태의 청년들은 이중적인 잣대 속에 놓인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함의 기준에서 탈락한 몸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몸으로 취급되고, 회복할 시간과 기회에도 인색한 이 사회에서, 와병할 정도의 중증 환자도 아닌 젊은 사람이 골골거리고 있으니 게으른 베짱이의 꾀병으로 취급받거나 열정 없는 청년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상적인 청년의 모습에서도 벗어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청년 정책의 대상에 그들의 경험과 상황이 고려되지도 않는다.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가 말한 ‘회복사회(remission society, 만성질환자, 장애인, 그들의 가족 등 계속 회복 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에는 분명 청년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골골한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다. 이 책은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아팠던 경험은 차트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고, 비염, 허리 디스크, 건선, 크론병, 망막분리, 식도염, 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 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역시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하며,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안 아픈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지나친 혹은 미묘한 배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를 빼고 약속을 만든달지, 몸이 좋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능력을 의심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수술과 같이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때는 사회적 지지 체계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고,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이 어려운 경우는 혈연 중심, 가족 중심의 돌봄 문화와 병원 체계로 인해 수술과 입원, 이후의 간병까지 곤란함을 겪곤 한다. 집안의 형편이나 소득 수준, 보건의료 제도의 혜택,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치료 자체가 분투가 되기도 한다. 비싼 검진 비용의 처리가 잘못되는 바람에 병원 서버실 직원과도 싸워야 하거나, 산정 특례를 받지 못하면 원하는 치료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에 거주할 경우,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병원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나인 투 식스’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면 건강 관리에도 더 유리할 것을 알지만 취업이라는 전장에서 아픈 몸은 가려야 할 ‘약점’이다.
취업을 위해 국비 지원 교육을 받으려 해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교육을 포기하게 되거나, 직장에서의 연차는 대부분 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거의 다 병원 검진에 써야 하고, 속도와 생산성이 강요되는 일터에서 몸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쓰기에도 눈치가 보여 몸이 더 나빠지거나 인사고과에서 불리해진다. 여느 한국 사회의 청년들처럼 고용지위가 불안정해 휴가 사용이나 휴게 시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정규직이고 유급 병가나 휴직이 가능해도 대체 인력이 없어 충분히 병가를 쓰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건강한 몸, 정상성에 대한 욕망과 그 기준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인정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지언정,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픈 몸을 관리의 실패나 의지나 노력의 부족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다. 질환의 종류나 사회적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나답게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한계를 지난 몸을 수용하며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 몸의 속도와 회복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터에서 협상을 하고 일감을 조정하고, 일터의 조건도 가늠한다.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의 질병을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한다. 가령 대학원의 수직적 조직문화 때문에 지도교수의 장례식장에 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허리 디스크가 생긴 데 대해, 성추행으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 사회적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기계발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성과 중심 사회가 자신의 몸을 아프게 한 것이고, 질병이 흠집이 되는 사회가 문제라는 점을 제기한다. 가족의 지지와 지원 없이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한 청년은 혈연 중심 가족의 의미를 의문시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고민한다. 또 다른 한 청년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아프면 당연히 쉬는 사회가 온 것을 긍정적 변화로 인식하기도 한다.

왜 질병서사인가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질병 경험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함께해온 이들의 입체적인 삶의 경험에 주목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질병은 삶의 조건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병이기에, 단편적 일화로 아픈 이의 경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팠던 경험은 단순히 차트와 처방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아픈 개인이 그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지, 어떤 희망과 두려움을 갖고 분투하는지, 어떻게 협상하며 세계를 살아내는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 때 우리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건강함이라는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알게 된다.
이에 저자들은 이 서사라는 도구, 즉 질병서사라는 방법론을 통해 골골한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서 겪은 장기간의 고통과 경험을 마주했고, 그들 각각의 생애를 기록하는 글쓰기를 택했다. 아파야 보이는 것들, 아파야 알게 되는 것들이 이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질병과 함께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아주 명확히 깨닫게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와 구조가 개개인의 몸, 질병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질병, 다양한 신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책은 ‘정상적’ 신체, ‘이상적’ 청년이라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에 사회정책부터 사회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비가시화된 이들을 호명하는 작업이며, 그와 동시에 정상과 건강함의 기준을 되묻는 작업이다(선천성 심장장애와 살아가는 한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난 숨 쉬는 게 헐떡헐떡거리는 게 정상이고. 근데 얘네들은 이게 정상이 아니래. 그게 좀 이상한 거예요. 애초에 난 출발점이 다른데 정상적인 심장은 어떤 거지?”). 또한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한 몸과 차이에 대한 상상력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론병과 살아가는 한 청년은 동생에게 “누나 임신도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되게 심각한 병인데 밝으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도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는 명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질병은 완치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 증상의 완화가 악화가 반복되며 골골한 채 살아가야 하는 몸들이 살아갈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민은 부재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쉴 권리에 인색했던 한국 사회에서도 아프면 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나아가 쉬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몸, 골골한 채 삶을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아픈 몸 때문에 비난받는 문화 역시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아픈 애인 줄 알았으면 우리 부서에 안 데려왔을 거다”),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는 일은 못할 것이라거나 무조건 쉬라는 배려 역시 골골한 몸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드러내는 태도일 수 있다. 비난이든 지나친 배려든 한 개인의 특성을 그의 질환이나 몸 상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곤 하는 워라밸에 대한 이해도 생각해보자. 워라밸은 ‘MZ세대’의 특성, 가족 돌봄의 문제, 긴 노동시간의 문제라고 주로 여겨지나, 골골한 청년들에게 워라밸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몸과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와 욕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력의 부재가 드러나는 순간들은 이 책에 담긴 일곱 명의 생애 곳곳에 깔려 있다.
이 책은 골골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상력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환기한다. 결국 건강한 이들의 변화와 상상력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더 깊이 톺아볼 수 있도록 이들의 생애사를 기반으로 자아, 질병서사, 돌봄, 사회적 관계, 노동, 생활시간, 사회정책 문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골골한 청년 개개인의 생애를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 사회복지 제도의 맥락 안에서 설명하고, 사회학적 이론들과 연결 지어 이것이 개개인의 불운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나아가 고립된 기분으로 있을지 모를 골골한 청년들이 이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길, 이 책이 제기하는 과제들이 현실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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