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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펴냄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몇 번을 못 빌리다가 어제 드디어 빌렸다. 집으로 오는 길 버스에서 두 편을 연달아 읽었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도 글이 잘 읽혔다.
책 제목부터 슬픈 이야기겠다 싶은, 이 책은 정말 슬펐다. 두 편만 읽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표제작 다음으로 나온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역시 목구멍 저 너머에서부터 울컥하고 올라오는 무엇 때문에 더 읽을 수가 없었다.
오늘 넉넉한 점심 시간을 보내면서 카페에 가서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들은 눈앞에 보이는 숫자때문에 신나게 놀지도, 맘편히 사랑하지도 못한다. 오늘의 내가 행복하다면 내일의 나 역시 행복할 거라던 옮긴이의 말에 나온 말이 기억난다. <그 숫자가 가져온 일상의 불안 앞에서 저마다 갈등하고 번민합니다. 그런데 사실 잘 생각해보면 숫자가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바뀐 것은 거의 없습니다. 달라진 마음가짐 빼고는. 결국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잃어버렸던 행복을 되찾습니다. …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덜 중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의 내가 행복하다면 내일의 나 역시 행복할 겁니다.(p.317-318 옮긴이 박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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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뭘 먹고 싶니, 가즈키?"
조금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글쎄, 하고 말했다.
"고기감자조림."
"양파 잔뜩 넣고?"
"카레."
"고기는 쇠고기. 맛을 내는 엄마만의 비법은 커피였어."
"생강 돼지구이."
"넌 감자 범벅이랑 같이 먹는 걸 좋아했지."
"핫케이크 믹스로 만든 머핀. 실은 그거 좋아했어."
"어머, 그리워라. 초코칩이랑... 휘핑크림도 필요하겠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 그리고 주먹밥. 크고 못생긴 주먹밥."
"... 연어랑 육수 계란말이 넣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비로소 조금.
웃고, 웃다가, 울었다.
(표제작 중)
그렇다면 만약 어머니와 단 몇 초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
문득 내가 늘 사 오는 캔맥주와 후부키만주가 떠올랐다. 술을 좋아했으니까, 단것을 좋아했으니까.
…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고작' 다섯 번이라고 생각했다. 이딴 카드는 쓰레기통에 넣어버리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고작 1분이. 혹은 단 한마디가.
나에게는 확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중)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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