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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글냥글 책방 (책 팔아 고양이 모시고 삽니다)의 표지 이미지

냥글냥글 책방

김화수 (지은이) 지음
꿈의지도 펴냄

•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사람은 현재를 산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누워 곤히 잠든 고양이를 지켜보는 순간, 누워서 책을 읽는 내 곁으로 토독토독 달려오는 고양이의 발소리를 듣는 순간,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을 때 갸르릉하는 소리로 화답받는 순간, 서로 두 눈을 마주보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아무런 기대 없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이 순간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아주 먼 미래, 내가 힘을 잃고 슬퍼졌을 때, 그것은 내 연금이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 현재 덕분에 덜 슬플 미래를 상상한다.(김화수, <냥글냥글 책방> 261쪽)

🙏

3년 전쯤엔가. 사무실 한쪽이 북적북적하던 날이 있었다. 복도 끝자리에 위치한 사무실의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서 옹기종기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에요? 무슨 일 있어요?” 궁금함을 참다가 우선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곳에는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고양이가 있었다. 눈을 뜨지도 못한 고양이는 몸집만큼이나 작은 소리로 야옹 비슷한 소리를 내며 꼬물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동료는 비 오는 날 회사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만났다고 했다. 당시 고양이 옆에는 형제로 보이는 다른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며 다니다가 차에 깔려버렸다고. 급한 마음에 얘라도 살리려고 번쩍 들어올려왔는데 너무 어린 아이라 난감하다고. 어제 동물병원에 다녀온 후에도 밤새 우유를 주고 배변을 도왔는데 일하는 시간에는 보살필 방법이 없어 임시 보호처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며칠을 사무실과 구조자의 집을 왔다 갔다 한 끝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구한 임시 보호처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갓 태어난 동물을 보기만 하면 “아구 귀여워. 나만 고양이 없어. 나만 강아지 없어.” 했던 나는 “혹시 댁에서 고양이 임시 보호 가능하세요?”라는 동료의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다. 2시간마다 자다 일어나서 우유를 먹일 자신도, 밤새 낑낑거린다는 아기 고양이를 혼자 책임질 자신도. 무엇보다 나의 일상이 많은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움이 필요한 아기 고양이를 외면했다.

한 생명에게 내가 대체할 수 없는 누군가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금방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냥글냥글 책방을 읽고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잠과 시간을 쪼개어 작은 생명을 기꺼이 살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그 작은 생명들에게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으면 노년에 외롭지 않을까 생각하던 나는 김화수 작가의 글을 읽고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의 이기심이 징그럽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뒤에 되돌려 받을 큰 보상이 있을 거라 기대하던 마음이 딩크가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는 사실을 들킨 것만 같았다.

나에게 돌아올 무엇을 바라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어 주기만을 바란다는 그녀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알기에 영원한 5살 랏샤는 엄마를 가장 좋아했던 게 아닐까.

고양이를 기르고 싶고 기르고 있고 고양이별로 보낸 모든 집사님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고양이 키우기 예습, 복습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고양이를 불멸화시키고 싶어하는" 애도가 필요한 분들께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김화수 #냥글냥글책방 #꿈의지도 #고양이 #집사 #고양이책 #책스타그램 #독서 #에세이 #북리뷰 #서평
👍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추천!
2021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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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나희덕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바람이 와서 자꾸만 살을 저며 간다
누구를 벨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

꽃들을 지키려고 탱자는 가시를 가졌을까
지킬 것도 없이 얇아져가는 나는
내 속의 칼날에 마음을 자꾸 베이는데
탱자 꽃잎에도 제 가시에 찔린 흔적이 있다

...

🙏 오늘의 이야기

상처받는 것만 기억하고 상처 낸 일은 금세 잊는다고 한다. 대부분 그렇게 산다고 들었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개정판 시인의 말에 쓰인 것처럼 그때의 시인은 "왜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마음을 찔리면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 줌의 재와 침묵을 겪고 있었던 것일까."

내 안에 언제 자리 잡은 줄 모르던 가시가 나를 찌르고 타인을 찌르고. 그렇게 살이 얇아지면서도 동그랗게 웅크려 "누구를 벨지도 모르는 칼날"을 껴안으려 했던 시인.

나 또한 시인이 "안쓰러운 생각에 책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산문집 하나, 시집 하나를 가방에 넣어 다닌다. 화나거나 슬퍼지면 시집을 꺼내는데. 만나는 페이지가 그날의 마음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시집을 열어보는 것이다.

피어나는 꽃들이 꿀 향을 풍기는 요즘. 당신의 가방에도 시집 한 권이 필요할 것이다. 꽃이 기어이 피는 오늘 같은 날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당신의 마음을 수호하기 위해.

시인도 탱자 꽃잎도 그리 생각할 것이다.

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지음
문학동네 펴냄

👍 외로울 때 추천!
2022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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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과 연초를 고스란히 이책에 바쳤다. 전쟁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통과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시간을 지나 다시 나를 뚫고 지나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썼던 리뷰도 쓰지 못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가 여러 목소리를 담은 전투에 참여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전쟁을 온 몸으로 겪었지만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은, 타락한 여성으로 취급받던 성노예 '비랑가나'의 이야기다.

(*비랑가나 :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에서 파키스탄 군에 의해 성노예로 학대당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전후 방글라데시 국가에서 부여한 '여성영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

이 책은 마리암이라는 한 여성이 큰 줄기가 되어 그녀의 옷깃을 스친 여성들이 살거나 죽게 된 서사를 다룬다. 그 과정은 소년과 함께 영화관에서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고향에서 쫓겨나듯 떠나온 어린 마리암을 시작으로 대학 시절 임신 후 버려진 마리암을 통과한다. 이어 전쟁 속으로 끌려다닌 마리암과 여성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살아내고 싶었던 마음이 복잡하게 얽힌다.

이 책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딸을 향한 엄마를 포함한 가족, 친척들이 지닌 양가적인 감정이 세심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이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틀에서 한 세월 이상을 견뎌왔을 우리 나라의 여성 어른들과 "그렇게 힘들었으면 왜 자살하지 않았지?" 라는 말로 괴로움을 끊임없이 저울질 당하던 책 속의 인물들이 겹쳐진다. 위안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나에게 너무 먼 일이라고 생각했음에 죄책감이 더 크게 남는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읽지 않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한다.

159쪽. 과거의 날들이 소맷부리에 매달려 그들을 잡아당긴다. 시험공부를 하고 암기하는 지루하고 피곤하게 공부하던 일상. 아니면, 연애편지를 쓰다가 들켜 무척 당황했던 날들. 조원들 모두에게 기만과 거부의 경험이 있다. 때때로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자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앞에서 이 모든 낡은 슬픔은 증발하고 만다. 단조로운 과거는 다채로운 색깔로 넘치고 꿈처럼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된다.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샤힌 아크타르 (지은이), 전승희, 파르하나 라흐만 샤시 (옮긴이) 지음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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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원

@mahyewon

“이 시선집은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시인이 펴낸 시집 가운데 절판된 아홉 권의 책에서 가려 뽑은 시로 엮었다.”(알려두기 中)

장석주 시선집,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쩌다 시를 쓰게 됐을까?”

내가 시인이 될 운명이라 믿고 지내던 몇 날이 있었다. 일상의 모든 일이 낯설고 새삼스러웠다. 벅찬 해가 떴다가 무장 슬프게 지는 날도 있었다. 그냥 그런 날들이 “우연의 일이고 신기한 사건”처럼 나에게 왔다. 실감 나지 않은 일은 나를 스치듯 지나갔고. 그 뒤 잘 읽지 못하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시인이 말한 “눈꺼풀만큼 가벼운 우울로 빚은 시”를 몇 달에 걸쳐 곱씹다가는 바위만큼 무거운 우울로 가득 찬 이제야 내뱉게 되었다. 하도 오래 씹어 단물이 빠진 글자들이 이제야 마구 달려온다.

시를 짓는다는 것과 시를 먹는다는 것은. 아마 “달의 엉덩이가 구릉에 걸리”는 일. 내주는 자리에 엉덩이 온기 꾹 눌러놓고 가는 것, 넘겨받은 자리의 온기를 느끼며 기꺼이 앉는 일. 어제의 나는 “함부로 몸을 버려 오늘의 물속에 휘어져 숨”었고 오늘의 나는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며 내일의 나는 다시 “허리를 곧추세울 것” 이다. 아프고 적확한 시의 배치는 나의 입을 벌려 시를 먹게했다. 나는 순서대로 성실하게 씹었던 것이다. 그렇게 단물 빠진 글자들을 만나게 된 것이고 나는 또 읽는다.

시 없이 살아온 날보다 시와 살아진 날이 긴 시인은 말한다. “나는 문장노동자다, 라고 뻥을 쳤으나 / 두루마리 휴지 기백 기천 개나 쓰고 / 떠날 자들에 속할 따름이다 / 구두 밑창 몇 개도 닳아없앨 예정이다.” “노동으로 등이 휜 적이 없”는 절박한 문장노동의 증거를 4부에 남긴 단상으로 증명한다. 애써 알아봐 주어라 한 일 없지만 깊이 살피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고라니의 울음 따위를 숙성시켜” 시로 빚어내는 시인의 둥그런 등을 본다. 시를 시인 줄 모르고 만지던 열다섯 소년의 등이 맞닿는다. 그들은 이제 막 서로를 기대어 앉는다. “그건 우연의 일이고 신기한 사건”이다.

시는 제때 온다.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111쪽)

어쩌다 시를 쓰게 됐을까?(4쪽)
시가 내 차가운 이마를 콕 찍어 호명했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내 안에 시의 싹이 조그맣게 돋아났으니 그건 우연의 일이고 신기한 사건이었다.(4쪽)
눈꺼풀만큼 가벼운 우울로 빚은 시를 골라 엮은 시집 한 권을 펴낸다.(5쪽)
(그리운 나라) 달의 엉덩이가 구릉에 걸리고(13쪽)
(나의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하여) 어제의 물은 함부로 몸을 버려 오늘의 물속에 휘어져 숨고(17쪽)
(태안 저녁바다) 과거가 된 시간은 결코 돌아갈 수 없다(79쪽)
(물오리 일가) 나는 문장노동자다, 라고 뻥을 쳤으나 / 두루마리 휴지 기백 기천 개나 쓰고 / 떠날 자들에 속할 따름이다. / 구두 밑창 몇 개도 닳아없앨 예정이다.(108쪽)
138. 어둠 속의 울부짖는 고라니의 울음 따위를 숙성시켜 질박한 몇 줄의 언어를 얻겠다.(188쪽)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장석주 (지은이) 지음
난다 펴냄

👍 외로울 때 추천!
202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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