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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이소영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읽고있어요

날씨가 감정에 주는 영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햇빛이 자잘하게 나를 감싸는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들뜨고, 온종일 비 오는 날은 이유 없이 울적해진다. 맑은 날에 울적해지면 날씨에게 미안해지기 마련인데, 비 오는 날은 울적해져도 날씨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마음을 뻥 뚫리게 해서 시원하지만, 온종일 내리는 비는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부터 날씨와 시간의 변화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날씨가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에 민감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p.77)⁣


읽고 나면 책꽂이에 정리하는 책이 있고, 다 읽고 나서도 넣지 못하고 늘 식탁에 두고 틈틈이 펼쳐보는 책이 있다. 아마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완전히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 분명 다 읽었는데도 식탁 위의 책꽂이에 두고 오가며 펼쳐보게 되는 책. ⁣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의 저자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님은 『그림은 위로다』, 『미술에게 말을 걸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서를 출간하셨고, 나 역시 몇 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책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고를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그림을 나란히 투영해 보는 기분이랄까. 많은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예술적인 지식이 부족하기만 한 나지만, 그래도 예술을 가까이하고 싶고, 좋아하는 나에게 '그림'을 조금 더 가까운 대상으로 느끼게 하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만약 당신이 미술을 감상하고 싶지만 어렵다고 느껴왔다면, 속는 셈 치고 이 책을 펼쳐보시길. 분명 당신도 '일출'과 '일몰'이라는 특별하고도 평범한 순간(생각해봐라. 분명 해가 지고 뜨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인데, 우리는 그것들을 '느낄 때마다' 멋진 풍경이라고 말하지 않는가!)을 만나듯, 그림이 특별하고도 일상이 되는 순간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

마치 도시락처럼 그림 하나와 이야기 하나를 담아놓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는 것도 좋고, 그날그날 마음에 닿는 그림을 먼저 보아도 좋다. 나같은 경우는 전체를 읽고 난 후 식탁 위에 두고 오가며 넘겨보고 있는데, 때로는 가만히 그림만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내용을 같이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나는 어떨 때 오늘의 소중함을 떠올려보는지, 어떨 때 이해와 용서의 마음을 가지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커피 한잔을 마시다보면 나의 하루가 조금 더 풍요롭고, 내 생각이 조금 더 향을 가진다. 문득 작가님이 말하는 '그림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견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

최근 내가 가장 자주 바라본 그림은 암브로시우스 보스샤르트의 <꽃다발>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 아래에 “죽음은 피할 수 없고 한 번뿐인 삶이니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적혀있는데, 우리 삶을 피고 지는 꽃에 비유한 것이라 더욱 마음에 닿는다. 이것이 부질없다는 것이 아닌,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삶은 한 번이니, 최선을 다해 피고, 행복하라고 풀이하는 것을 읽으며 그야말로 완벽한 비유가 아닐까 싶어지는 것. ⁣

내일은 또 어떤 그림에 마음이 닿을지 모른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니. 다만 어느 페이지에 내 눈이 닿든, 그 그림마다 담긴 이야기가 나를 환영할 것이고- 나는 또 나의 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인생그림으로 하나의 작품을 고르지 못하면 어떤가. 오래도록 좋아한 사임당의 그림 말고도, 다른 그림들도 너무 좋으면 어떠한가. 매일 다른 그림을 야금야금 맛보며 사는 삶도 충분히 행복한 데 말이다. 작가님 덕분에 나도 나의 하루를 그림으로 시작하고 있어 참 행복하다.
2023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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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다양한 시절을 겪고 산다. 똥기저귀차던 시절 올림필을 겪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로 만나기도 했으며,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초등학교로 졸업하는 신기함에서부터, 경제가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할 무렵 IMF를 겪었다. 교복을 입고 2002년 월드컵에서 탄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한반도에 열광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멈춰진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오래도록 회자 될 "계엄의 밤"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날 미친듯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내가 지금 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엮은 책으로,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을 123명의 증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정치인·시민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위기와 저항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사실 정치적 편견이나 견해를 갖지 않고 이 책을 읽고자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집단의 증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기자나 보좌진, 국회 관계자, 시민 등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조각들을 하나의 책을 엮으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계엄령을,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살려낸다. 물론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분석적이거나 학술적이라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을 볼 수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으며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학생이나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강렬한 체험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의 체험이 주가 되다보니 객관적인 검증이나 사건의 전모 등에 대해 조금 다루었다면 더 좋았지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닌, 민주주의의 의미와 시각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유종훈 외 1명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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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정의 에세이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불안, 상처, 자기 의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니라 마주 앉은 이들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꽤 덤덤한 말투로 이어진다.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그런 점이 더욱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잘난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차분하고 덤덤한 친구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또 개인의 경험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경험할 만한 감정이라 더욱 나를 투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짧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울림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순간에도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래"하고 덤덤히 건내는 위로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위로와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강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고 채우는 순간들에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좀 느꼈던 것 같아서 그 담백한 위로에 마음이 동했다. 혹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김묘정 지음
필름(Feelm)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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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나는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쓰리게 했을 공허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은 대체로 이렇게 허하고 절망적이라 조금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늘 읽으면서도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그의 문장을 다시 이해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앞서 몇 권이나 읽은 "문장의 기억" 새 시리즈가 무려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다자이의 문장은 늘 차갑고 절망적인데, 그러면서도 어디인가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그의 글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지않나. 그런데 박예진의 해설이 덧붙여지면서, 채 소화하지 못했던 문장들까지 소화하게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몇 권의 다자이 오사무 책을 읽었으나, 그의 문장에 짙게 깔린 정체성 고민이나 사회적 소외, 내적 공허함 등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가며 더 이해하게 되곤 하는데, 이번에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다시 읽으며, 그의 문장에 담긴 힘이나 의미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사실 종종 그의 문장에 상처받아오곤 했는데, 박예진 작가의 해설덕분인지 그의 문장이 아프기보다는 이해로 다가왔고, 그 울음 뒤의 시원해짐이랄까 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원문 전체를 읽는 깊이는 없지만, 핵심문장들을 곱씹어 보는 매력이 있지 않나. 나 역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읽으며 작가의 해설로 조금 더 깊은 이해, 현대 사회와 연결짓는 통찰 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나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 있기에 작가의 해석이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끄덕여지기도 하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은 단순한 문장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다자이의 고독과 절망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요즈음, 작가로 인해 조금 더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문장을 맛보는 계기가 될테고, 이미 그의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다자이 오사무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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