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관찰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자주 나다니는 골목에 인간 아닌 생명이 몇이나 살아가고 있는지를 나와 같이 무심한 인간은 영영 알지 못할 텐데. 저자는 다르다. 인왕산 초입에 자리한 계곡엔 들개들이 산다는 걸, 서촌에 어둠이 깔리면 고양이들의 시간이 도래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든 고양이가 털에 용변을 묻히고 다니는 모습에서 생에 허술해진 쇠락의 징후를 읽어내고, 인간의 관계맺음이며 위계에 결코 편입되지 않는 본성으로부터 각각의 생이 다만 스칠 뿐인 이색적 광경을 묘사한다.
어느날 주차장에서 다른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공격당하던 작은 고양이를 구출한다. 고양이 입장에선 사선을 넘나든 증거일까. 귀 한 쪽이 잘려 있는 그 없음에서 도리어 보리란 개체를 특징짓는 있음을 발견하는 글쟁이의 시선이 흥미롭다. 그러고보면 과연 그러한데, 우리네 인간들에게서도 가진 무엇보다도 갖지 못한 어떤 것이 스스로를 존재짓는 순간이 쉬이 목격되곤 하는 것이다.
먼저 기르던 나이든 고양이 일다가 뒤늦게 들여온 어린 고양이 보리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다. 저자는 철저히 영역 동물인 두 고양이의 공존이 개처럼 위계질서 강한 무리 안에 편입되거나 인간처럼 가족 구성원에 드는 것이 아닌 기묘한 우정에 가깝다고 말한다. '함께 있음의 감각을 받아들'여 '천천히 환대'한다는 표현을 찾아내기까지 글쟁이로서 얼마만큼 많은 관찰과 고심이 있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 '고양이 하기' 혹은 '고양이 되기'라는 이룰 가망이 없어서 시도하고픈 글쓰기는 이토록 세심하고 진득한 관찰을 통해서만 가 닿을 수 있는 것이었을 테다.
너는 우연한 고양이
이광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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