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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다산책방 펴냄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하고, 처음엔 서로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끝내는 이 너른 세상에서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둘이 있던 그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함께했던 모험들, 그들이 갔던 장소들, 그들이 상상도 못 했지만 결국은 보게 되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짜릿하게 전류가 통하는 하늘과 형광색으로 빛나는 바다와 웃음소리와 어리석은 농담들로 가득했던 밤들을 생생히 불러내 그에게 그려주었다.

그를 위한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스위스 산업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그 세계에서는 그가 지금도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나를 위해 그 세계를 창조해 주었다. 기적과 가능성으로 충만한 그 세계를. 나는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어떤 상처가 그로서는 짐작도 못 할 만큼 놀랍게 치유되었다고, 그것만으로도 내 존재의 일부는 그에게 영원한 빚을 져버렸다고 말하면서 나는 알았다. (p.533)



『미 비포 유』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책으로도 이미 읽었고, 영화도 봤던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눈물 콧물을 빼며 읽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죽음’과 ‘이별’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권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 감상에 앞서 많은 분들이 꼭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한 스포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미 비포 유』를 아직 읽지 않은 분들게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소문내기 위해 간략한 줄거리정리를 해둔다. (스포가 싫으신 분은 아래 한 단락을 건너 뛰시길!)

능력있고 건강미넘치던 기업가 윌은 교통사고로 신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는다. 2여 년의 재활과 치료에도 큰 차도가 없자 윌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 안락사를 마음먹고, 가족들은 윌의 마음을 돌리고자 간병인을 구하게 된다. 이 간병인이 바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하는 루이자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남자와, 금전적으로 어려워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배우지 못한 루이자.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며 진정한 사랑,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존재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새드앤딩’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면 새드앤딩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고,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면 새드앤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 비포 유』는 해피앤딩, 새드앤딩 그 너머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또 그 사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잘 ‘죽기’위해 제대로 마무리를 하는 윌의 삶이 과거보다 깊이 이해가 되었다. 과거의 나는 자신이 잘 죽기 위해 타인에게 커다란 슬픔을 남겨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생각했다면, 어느새 그런 슬픔의 크기조차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달까. 만약 윌이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삶을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그 끝이 회복이 아닌 물리적으로 숨만 쉬는 삶, 의학의 힘으로 겨우 심장만 뛰는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단 1%에도 희망을 걸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삶인지를 묻는다면 그 대답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미 비포 유』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루의 『미 비포 유』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가 완료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윌의 삶 역시 루를 만나기 전와 후로 나누고 싶지 않고. 우리의 삶은 언제나 ‘미 비포 OOO’이다. 그 ‘OOO’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매 순간 나를 알아가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시간들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미 비포 유』를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눈물나는 사랑을 읽지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당신에게도 『미 비포 유』가 『미 비포 OOO』임을 느끼는 팁이 되길 바라며, 또 당신의 오늘이 온전히 당신 것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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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루카 7:14)”
여기에는 사명의첫 번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어설 힘을 주시고, 우리 자신에게 굴복한 죽음, 즉 이기심과 게으름, 그리고 형식주의로 인한 마비 중세에서 벗어나라고 요청하십니다. (...) “일어나라!”는 말은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한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의 미래를 향해 다시 출발하라는 의미입니다. (p.232)


나는 가톨릭 신자 40년차지만, 아직도 신앙은 걸음마수준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다보니 그냥 성당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느꼈을 뿐, 내 안에 정말 신앙이 있는지를 생각해본 일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코로나시즌에 자연스럽게 냉담을 했었는데, 아이가 "엄마, 우리 다시 성당에 가자"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꽤 오래 "돌아오지 못한 첫째아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성당으로 돌아간 후 아이의 첫영성체를 준비하며 비로소 나는 내 안에 숨어있던 신앙의 씨앗을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은 나에게 단순한 종교서적으로서가 아니라, "너 지금 하느님의 선물을 옳게 느끼고 사는가"의 물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행복"이 단순히 무엇인가 먹고, 즐기며 느끼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게 주시는 무엇인가"의 감정, 우리가 서로에게 "행복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의미임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비신자들이 만나기 쉽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모두에게 권하는 까닭은, 행복에 대해 조금 더 묵직한 감사, 유의미한 무엇인가를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혹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에서는 책 서두 “15가지 행복의 방법”이라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공동체와 함께하기, 하느님께 나를 위탁하기 등의 신앙적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자신의 내면을 읽기, 내가 단 하나의 사람임을 기억하기, 나를 향해 웃기 등의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진짜 행복을 향해 가는 방법들을 읽으며 지금 이순간의 나를 토닥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교황님의 친근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았고, 교황님이 남기신 강론말씀이나 묵상 등을 만날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 나의 신앙에 대해, 행복에 대해, 삶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라는 교황님의 문장에서, 큰 위로를 얻기도 했고, 또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는 진짜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은 행복지수가 너무나 낮은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모르고 살아가는 것들,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이 책은 분명 묵상집이자 기도로 향하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고, 비신자들에게도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물꼬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단에 적어놓은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루카 7:14)”을 다시 읽는다. 그리고 40년만에, 늦은 대답을 해본다. “네, 제가 일어나서 어디를 향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당신의 행복을 전하는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주세요”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가톨릭출판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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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다양한 시절을 겪고 산다. 똥기저귀차던 시절 올림필을 겪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로 만나기도 했으며,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초등학교로 졸업하는 신기함에서부터, 경제가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할 무렵 IMF를 겪었다. 교복을 입고 2002년 월드컵에서 탄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한반도에 열광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멈춰진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오래도록 회자 될 "계엄의 밤"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날 미친듯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내가 지금 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엮은 책으로,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을 123명의 증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정치인·시민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위기와 저항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사실 정치적 편견이나 견해를 갖지 않고 이 책을 읽고자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집단의 증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기자나 보좌진, 국회 관계자, 시민 등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조각들을 하나의 책을 엮으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계엄령을,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살려낸다. 물론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분석적이거나 학술적이라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을 볼 수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으며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학생이나 노동자 등 각계 각층의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강렬한 체험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때의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의 체험이 주가 되다보니 객관적인 검증이나 사건의 전모 등에 대해 조금 다루었다면 더 좋았지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닌, 민주주의의 의미와 시각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유종훈 외 1명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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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정의 에세이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불안, 상처, 자기 의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니라 마주 앉은 이들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꽤 덤덤한 말투로 이어진다.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그런 점이 더욱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잘난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차분하고 덤덤한 친구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또 개인의 경험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경험할 만한 감정이라 더욱 나를 투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짧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울림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순간에도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래"하고 덤덤히 건내는 위로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위로와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강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고 채우는 순간들에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좀 느꼈던 것 같아서 그 담백한 위로에 마음이 동했다. 혹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김묘정 지음
필름(Feelm)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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