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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펴냄

여느 사랑이 그렇듯, 구구절절 풀어놓자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 그녀가 파티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상대는 투자금융업계에서 잘 나가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에릭이다. 제법 잘 생긴 외양에다 이미 일에 있어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좋을 만한 에릭의 자신감이 앨리스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관계는 그렇게 수월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소설이 주목하는 건 그들의 낭만적 연애가 아니다. 에릭이 지닌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앨리스의 모습, 그들이 빚어내는 크고 작은 갈등과 위기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진단해낸다. 박식한 작가답게 기후와 건축, 쇼핑과 종교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빗대며 연인관계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내는 솜씨가 상당하다. 사랑에 대한 거의 맹목적이라 해도 좋을 찬동을 과감히 거부하고 그 보잘 것 없는 실체를 드러내는 모습이 부분적으로는 신랄하다 해도 좋을 정도다.

알랭 드 보통을 뛰어난 소설가로 바라보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를 수는 있겠다. 묘사와 서사에서 서투름이 많고 단조로운 전개가 주는 극적재미의 부족도 아쉬움을 남기는 탓이다. 그러나 3부작 뒤에도 에세이와 인문도서에서 성취를 거둔 인문학적 역량이 소설 가운데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문학 안에 녹아든 지식과 재치가 그를 이 시대 스탕달로 불리게 할 만큼 매력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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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잘 나와서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커선지 실망도 컸다. 그래도 나는 다정하기로 했으니 좋은 점을 적어본다.

하나는 엔딩. 같은 규격 프레임으로 진행되는 영화보다 엄마의 얼굴이 한 장 가득 펼쳐지는 만화의 감흥이 훨씬 더 크다. 여운이 길다.

미추의 구분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만화가 겨냥한 게 내 바깥 세상이 아니라 읽고 있는 내 안에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모를 것 같으냐고, 아름다움은 존경받고 추한 건 멸시당한다'고 말하던 맹인의 말 또한 인상 깊다. 가만 보면 그러하다. 못보는 이일 수록 보여지는 것에 집착한다. 추한 이가 아름다움에, 어리석은 이는 지혜로움에 매달린다. 나조차도 어리석어서 지혜를, 매정하여 다정함을 구하려 든다. 억지로 작은 나를 부풀리려 하기보다 제 못남을 직면하는 게 먼저여야 하겠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다. 상호와 성호는 그렇게 달라도 나는 홀로 그를 좋아라 한다.

얼굴

연상호 지음
세미콜론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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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뉴스는 선별적으로 접하는 나는 매일 아침 1년 전 뉴스를 일률적으로 듣는다. 미래를 예견한 책도 신간보다 10년쯤 지나 읽길 즐긴다.

2017년 쓰인 이 책도 마찬가지. 파리기후협약 뒤 포스트 2020 기후체계가 새 패러다임이 될 걸 의심하는 이는 얼마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딴판. 저자의 예측 대다수가 빗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적 합의를 두 차례나 깬 미국과 그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국제사회를 맨 정신으론 예상할 수 없었던 지성인의 한계다.

이로부터 독자가 가져야 할 태도가 비웃음이어선 안 될 일. 인류는 불과 10여 년 전 파리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세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 각국의 퇴행적 전원믹스는 그 약속이 실질적으로 무너졌음을 보인다.

이 책으로부터 내가 구하려 한 건 현실이 되지 못한 기회, 그를 뒤집어낼 아직은 남은 희망의 단서다. 아쉽게도 충분치가 못하였다.

새로운 에너지 세계

조석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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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둘러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풀어가는 방식만으로도 저자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일부는 동의한다. 진실 앞에 겸손하지 못한 인간은 온 세상을 왜곡하기 십상. 비좁은 눈에 비친 비틀린 풍경에 모두를 짜맞추다보면 언젠가는 저 자신조차 비트는 날이 오겠지.

물론 이성도 인간을 배신한다. 퇴행처럼 보이는 것도 진화의 일환일 수 있듯, 오늘 진보라 부르는 것도 절멸에 다가서는 길일 수 있다. 그러나 실패의 위험에도 범주를 짓고 이름을 붙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다가서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므로.

데스조가 비열한 놈인 것과 물고기에 대한 열정은 다른 문제다. 별개의 문제를 관련된 것처럼 의미지은 이 책의 결말이 스스로 비판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분류학적 구분과는 별개로 물고기는 존재한다. 책이 내게 와닿지 않은 건 나는 물고기가 존재하는 이유에 더 관심이 있는 까닭이겠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지음
곰출판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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