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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세기 초 알바니아 산악마을에 죽고 죽이는 일이 거듭된다. 돌출하는 사건이 아니다. 운명의 물레가 돌아 방아가 찍고 찍히듯이 복수의 연쇄가 이어진다. 가문과 가문이 번갈아 서로를 죽이는 건 관습법 카눈에 따른 것. 소설은 이 마을과 저 마을, 모든 산지를 가로지르는 핏값의 연쇄를 독자 앞에 펼쳐낸다.

유럽을 가로질러 다양한 문화를 목격하려는 신혼부부의 시선으로 알바니아 산악지대의 관습법을 비춘다. 가문과 명예를 위하려는 마음이 살해와 죽음으로 귀결된다. 갈등하는 두 무리를 모두 납득케 하는 것이 카눈의 출발이었을 테다. 특히나 열악한 산악지대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방지하고 규율하기 위해서였겠다. 그러나 그 법이 오늘에 이르러 인간성을 억압하고 선한 이를 살해한다.

소설 속 무의미한 폭력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운가. 독자가 이 질문을 스스로 묻도록 하는 한 이 작품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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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행사 관련 책자다. 시 예산이 완전 삭감되며 폐지를 알렸던 이 행사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개봉 및 배급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영화를 관객에 선보이는 드문 자리, 그마저도 큰폭으로 예산이 삭감된 지난해엔 겨우 6차례 진행된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사라질 뻔했다. 내가 서울을 애정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이 행사가 마침내 살아난 것을, 거기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던 시민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나는 다행하다 여긴다.

책은 상영된 작품의 제작일지와 비평, 행사서 진행된 GV까지의 기록이다. 다른 곳에선 접하기 어려운 영화 뒷얘기를 찾아볼 수 있는 건 흥미로운 대목.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겪어낸 결코 만만찮은 지점들을 돌아보자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작은 영화들을 달리 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응원한다 말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겐 몇이나 있는가. 내겐 독쇼케가 그중 하나다.

2025 독립영화 쇼케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편집부 지음
한국독립영화협회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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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기준이 후퇴하는 세상이다만 그래도 지켜져야 하는 울타리는 있다. 국가가 노동을 규율하는 방식도 그중 하나다. 노동이 당연한 세상을 살면서도 노동 관계 법령에 무지한 건 꼴불견이다.

노동자가 꼭 챙겨야 할 법률들이 알기 쉽게 들어찼다. 딱딱한 법규와 해석이 아니라 다채로운 사례학습으로 구성한 실전적 가이드북이다. 한국 최초로 세대별 노동조합을 이룬 청년유니온의 경험이 담겼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법령까지 개별 노동의 형태를 이루는 네 층위부터 포괄임금제며 산재, 임금체불, 퇴직금 등 알아두어야 하는 개념을 훑어나가는 과정이 유익하다.

오늘 당연한 모든 게 한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전태일이 분신했던 당시에도 법은 있었다. 아는 이들이 외면하고, 모르는 이들은 알려 하지 않아서 그는 제 몸에 불을 당겼다. 역사를 아는 이들은 법이 피로 쓰였음을 이해한다. 상식의 울타리를 보수해야 하는 이유다.

나를 지키는 노동법

청년유니온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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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인(認)자를 쓰는 두 단어, 인식과 인지를 떠올린다. 세계와 관계맺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이것이다. 인식하고 인지하는 범위가 곧 우리의 세계다.

소리치는 할배에게 무례함을 읽어내는 이와 그 안에 잠긴 문화며 사연을 읽는 이가 공존한다. 엄연히 존재하고 누구는 이해하는 걸 다른 누구는 감각조차 못한다.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게 인간 사이만일까.

훌륭하다. 책이 가진 미덕이 읽는 이의 세계를 흔들고 확장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그러하다. 처음 쓰고자 한 것이 아닌 곳에 당도한 저자가 제게 닥친 깨달음을 독자 앞에 전한다. 나는 그것이 지혜로움이며 진실과 닿는다 여긴다.

인간과 문명의 세계가 얼마만큼 비좁은가를 깨닫는다. 다른 종의 세계를 하나하나 부순 인류가 급기야 스스로조차 배신하려 든다. 인식하고 인지하는 이는 비명을 지르는데 어리석은 이들은 호들갑이라 한다. 감탄하고 반성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지음
윌북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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