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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열린책들 펴냄

📃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것을 어린이들이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나름대로의 진지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이 어른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이 어른이 모든 것을,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책까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도 있었는데, 이 어른이 파리에서 굶주리고 추위에 떨면서 살고 있어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유로도 충분하지 않다면, 나는 이 어른의 어렸을 적 어린이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모든 어른은 한때는 어린이였다.

📃 어른들 스스로는 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어른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는 건 어린이들에게 참 피곤한 일이었다.

📃 내가 여러분들에게 소행성 B612호 행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 행성의 번호까지 말해주는 것은 바로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당신이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말하면 어른들은 절대로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좋아해? 그 친구는 나비를 모으니? 같은 질문들 말이다. 대신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 친구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 명이나 있어? 몸무게는 얼마니? 그 친구의 아버지는 얼마나 버시니?’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나면 그 친구를 안다고 생각한다.

📃 “너는 아직 나에게 다른 수만 명의 아이들과 똑같은 작은 아이일 뿐이야.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는 다른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똑같은 한 마리의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거야….”

📃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사냥하고, 사람들은 나를 사냥하지. 모든 닭들은 비슷하게 생겼고, 모든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겼어. 그래서 난 조금 지루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발소리와 다른 네 발소리를 구별하게 되겠지.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는 나를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게 할 거야. 하지만 네 발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를 한 번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그래서 밀은 나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머리에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지. 정말 슬픈 일이야! 하지만 네 머리칼은 황금빛이잖아.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멋질 거야! 황금빛 밀밭을 보면 네가 생각날 테니까. 그리고 밀밭에서 부는 바람도 좋아하게 될거야….”

📃 “인내심이 아주 많아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저기 풀밭에 앉아 있어. 나는 너를 곁눈으로 바라볼 거야. 너는 나한테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든. 하지만 너는 하루하루 나에게 조금씩 더 가까이 와서 앉을 수 있어….”

📃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겠어.” 여우가 말했다. “네가 만약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흥분으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난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를 거야….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야.”

📃 “너희들은 내 장미꽃과 전혀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나에게 아무 존재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수만 마리의 다른 여우들과 비슷한 여우였지. 하지만 그 여우는 친구가 됐고, 이제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장미꽃들은 몹시 마음이 상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장미꽃도, 길을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너희와 비슷한 장미꽃으로 보일 거야. 하지만 내게는 그 꽃만이 너희 모두보다 더 중요해. 왜냐하면 내가 그 장미꽃에 물을 주었기 때문이야. 내가 둥근 덮개를 씌워준 것도, 내가 바람막이로 보호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꽃을 위해 내가 벌레도 잡아주었거든. 내가 불평하는 말이나 늘어놓는 자랑을 들어주고 가끔은 그저 입을 다물어준 건 오직 그 장미꽃뿐이야. 왜냐하면 내 장미꽃이니까.”

📃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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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기억 전달자 게시물 이미지
📃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이 가득 차는 것도 느꼈다.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무엇이 자신이 될지 알지 못했다.

📃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 “하지만 저도 가끔씩 색깔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브리엘도 색깔을 볼 수 있어서 우리 가족이 빨간색, 노란색 물건을 양손에 들고 가브리엘이 그중 더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요. 똑같은 색깔의 물건 대신 말이에요.”

“잘못 선택할 수도 있겠지.”

조너스가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사실 아기 장난감은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중에는 아주 큰 문제로 나타나겠죠? 우리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기억 전달자가 물었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조너스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안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사람들이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다면요?”

계속해서 조너스는 마치 자기 말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말했다.

“아니면 이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기 직위를 스스로 선택한다면 말이에요?”

📃 그런데 지금 조너스는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아마도 굶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간단명료한 사실이었다. 한때 조너스는 선택을 갈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잘못이었다. 떠나기를 선택한 것 말이다. 그 결과 지금 자신은 굶어 죽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면…….’ 

조너스는 계속 생각했다. 

만약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다른 것에 굶주렸을 것이다. 감정, 색깔, 사랑 등에 굶주리면서 평생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가브리엘은? 가브리엘은 마을에서는 절대로 생명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 이제 조너스는 자신이 어쩌면 가브리엘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울었다. 더 이상 자신을 걱정할 수조차 없었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지음
비룡소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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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225905762

📃 시간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왜 항상 바보 같은 연속만 있고, 들끓어 오르는, 충족된 ‘동시’는 없는 것일까? 왜 그는 홀아비처럼, 노인처럼, 이제 다시 홀로 침대에 누워 있는가? 짧은 생애 전체를 통하여 우리는 즐길 수 있고 창작할 수 있지만, 언제나 노래를 연속으로 부를 수 있을 뿐, 결코 수백 가지의 음성과 악기들이 동시에 울리는 완전한 교향곡처럼 소리 낼 수는 없었다.

📃 여보게나, 루이지. 나도 종종 자네처럼 생각한다네, 우리가 하는 예술 행위 전체가 보상일 뿐이라고. 놓쳐 버린 삶, 놓쳐 버린 동물성, 놓쳐 버린 사랑에 대해 힘들고도 열 배나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는 보상이라고 말일세. 하지만 그렇지 않아. 전혀 달라. 우리가 정신적인 것을 감각적인 것의 결핍에 대한 임시 보상책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건 감각적인 것을 과대평가하는 것일세. 감각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양자는 하나이고, 모두 똑같이 좋은 것이야.

📃 클링조어는 다시 한번 청춘의 가장 달콤한 술잔에서 우정이란 음료를 빨아들였다. 클링조어에게는 친구가 많았고, 많은 친구들이 그를 사랑했으며, 그도 여러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자신의 성급한 가슴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 내 말은, 오늘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며 오늘을 먹고 마시고 맛보고 냄새 맡지 않는 사람에게 영원히 절대로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태양은 두 번 다시 오늘처럼 빛나지 않을 거야.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헤르만 헤세 지음
민음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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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218910743

📃 ‘어쩌겠어, 죽었는걸.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생각하거나 느꼈다. 가까운 지인들, 이른바 이반 일리치의 친구들은 이와 더불어 이제 예의상 몹시 따분한 의무를 다해야 하고 추도식에 참석하여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조의를 표해야 한다는 떨떠름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죽어 가고 있음을 깨닫자 계속 절망에 빠져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기는커녕, 그저 이해되지 않았고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의 예를 따르자면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도 죽는다, 라고 했다. 그는 평생 이것이 카이사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지 절대 자기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여겨 왔다. 카이사르는 보편적 인간이므로 이것은 완벽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사르 같은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들과 다른, 완전히 특별한 존재였다.

📃 그가 보기에 자기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죽어 간다는 이 무섭고 끔찍한 사건을 어쩌다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일정 부분 점잖지 못한 일의 수준으로(마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거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 격하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한평생 모셔 온 ‘품위’라는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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