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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엘리 펴냄

영화로도 만들어진 표제작이 탁월하다. 두 시점을 오가는 소설은 하나는 외계인과 조우한 언어학자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앞으로 닥쳐올 인생의 이야기가 된다. 선형적 시간관을 초월한 언어는 그대로 인식과 감각, 사고의 기틀이 된다. 주인공은 외계의 언어로써 오늘을 초월해 세계를 감각한다.

절망적인 오판, 고통스런 기억을 지운다면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실패한 업을 성공으로 바꾸고 떠나간 이를 곁에 둘 수 있을까. 그것이 삶을, 나란 인간을 더 낫게 할까.

거리에서 얻어맞던 늙은 말의 목을 붙들고 오열했다는 늙은 철학자는, 그러나 백번이고 천번이고 되풀이되는 가혹한 운명을 기꺼이 맞이하겠다 각오한다. 테드 창의 소설은 니체의 SF적 다시쓰기다. 너는 네 삶이 여전히 절망 가운데 처박혀 있을지라도 긍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 앞에 쉬이 답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여전히 어리석은 때문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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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행사 관련 책자다. 시 예산이 완전 삭감되며 폐지를 알렸던 이 행사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개봉 및 배급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영화를 관객에 선보이는 드문 자리, 그마저도 큰폭으로 예산이 삭감된 지난해엔 겨우 6차례 진행된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사라질 뻔했다. 내가 서울을 애정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이 행사가 마침내 살아난 것을, 거기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던 시민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나는 다행하다 여긴다.

책은 상영된 작품의 제작일지와 비평, 행사서 진행된 GV까지의 기록이다. 다른 곳에선 접하기 어려운 영화 뒷얘기를 찾아볼 수 있는 건 흥미로운 대목.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겪어낸 결코 만만찮은 지점들을 돌아보자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작은 영화들을 달리 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응원한다 말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겐 몇이나 있는가. 내겐 독쇼케가 그중 하나다.

2025 독립영화 쇼케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편집부 지음
한국독립영화협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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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기준이 후퇴하는 세상이다만 그래도 지켜져야 하는 울타리는 있다. 국가가 노동을 규율하는 방식도 그중 하나다. 노동이 당연한 세상을 살면서도 노동 관계 법령에 무지한 건 꼴불견이다.

노동자가 꼭 챙겨야 할 법률들이 알기 쉽게 들어찼다. 딱딱한 법규와 해석이 아니라 다채로운 사례학습으로 구성한 실전적 가이드북이다. 한국 최초로 세대별 노동조합을 이룬 청년유니온의 경험이 담겼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법령까지 개별 노동의 형태를 이루는 네 층위부터 포괄임금제며 산재, 임금체불, 퇴직금 등 알아두어야 하는 개념을 훑어나가는 과정이 유익하다.

오늘 당연한 모든 게 한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전태일이 분신했던 당시에도 법은 있었다. 아는 이들이 외면하고, 모르는 이들은 알려 하지 않아서 그는 제 몸에 불을 당겼다. 역사를 아는 이들은 법이 피로 쓰였음을 이해한다. 상식의 울타리를 보수해야 하는 이유다.

나를 지키는 노동법

청년유니온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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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알바니아 산악마을에 죽고 죽이는 일이 거듭된다. 돌출하는 사건이 아니다. 운명의 물레가 돌아 방아가 찍고 찍히듯이 복수의 연쇄가 이어진다. 가문과 가문이 번갈아 서로를 죽이는 건 관습법 카눈에 따른 것. 소설은 이 마을과 저 마을, 모든 산지를 가로지르는 핏값의 연쇄를 독자 앞에 펼쳐낸다.

유럽을 가로질러 다양한 문화를 목격하려는 신혼부부의 시선으로 알바니아 산악지대의 관습법을 비춘다. 가문과 명예를 위하려는 마음이 살해와 죽음으로 귀결된다. 갈등하는 두 무리를 모두 납득케 하는 것이 카눈의 출발이었을 테다. 특히나 열악한 산악지대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방지하고 규율하기 위해서였겠다. 그러나 그 법이 오늘에 이르러 인간성을 억압하고 선한 이를 살해한다.

소설 속 무의미한 폭력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운가. 독자가 이 질문을 스스로 묻도록 하는 한 이 작품은 유효하다.

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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