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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지음
북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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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굶기의 미끼는, 그 불가해하면서도 유혹적인 낚싯바늘은, 🌱위안이었다. 나를 인간의 갈망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온갖 위험이 가득한 세계에서 끄집어내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고요함의 내밀한 왕국에 데려다놓는 듯한, 그 안전함과 🌱억제가 주는 온화한 위안.

이런 초월적 위안의 감각이 즉각 생겨났던 것은 아니며, 그 런 위안의 상태에는 그 어떤 행복한 느낌도, 심지어 오래 지속 되는 느낌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굶기는 고통스럽고 인정 사정없는 경험이자 욱신거릴 정도로 따분한 경험이며, 삶 전 체가 단 하나의 감각(육체적 허기)과 단 하나의 집착(음식)으로 졸아드는 일이다.

그러나 내 20대 중반에 걸쳐 지속되었던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서 그토록 기괴한 집착이 지닌 수많은 의미와 의도를 이해해보려 노력할 때, 내게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바로 그 🌱차분함, 대양처럼 광대하면서도 도저히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던, 어떤 불안에서 해방된 것 같았던 느낌이다.

나는 수년간 매일 같은 음식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정확히 같은 시간에 먹었다. 음식에 관해 생각하고, 음식에 저항하고, 다른 사람들이 음식과 맺는 관계를 관찰하고, 내가 정해둔 티끌만 한 양의 음식에 탐닉하는 시간을 기대하는 등 이 모든 노력에 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쏟았다.

이렇게 협소하고 구체적이며 강박적인 엄격함은 내게 🌱비할 데 없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하나의 관심사, 하나의 감정뿐 나머지 모든 것은 배경 잡음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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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그러니까, ✔️차마 하지 못한 일. 나는 언제나 그것에 관심이 갔다. 존재의 진면목이란 그가 한 일만큼이나 하지 않은 일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나는 법이니까.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반비 펴냄

읽고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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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옳은 것을 주장하면 옳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부끄럽지만 그날 처음 맛봤다.

52. 미학의 정점에는 윤리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윤리적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윤리적이지 못한 존재들이 그래도 윤리적이고자 온 힘을 쥐어짤 때, 부끄럽기 싫어서, 차마 부끄러울 수 없어서, 눈 질끈 감고 옳은 일에 자신을 내던지는 어떤 숭고의 순간들을 나는 사랑한다.

누가 보든 말든(봐주면 더 보람차겠지만) 내게 이익이 되든 손해가 되든(이익이 되면 더 좋겠지만) 해야 할 일을 우직하게 하는 사람들, 하기로 약속한 일은 어쨌든 끝내 해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이렇다 할 보상도 없다. 그 일을 우직하게 계속하고 있을 유인이 언 제나 부족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태생이 우직하므로 그렇게 우직하게 일생을 산다. 그들은 승리하지 못한다. 보상도 없이, 보람도 없이, 패배감 속에서, 그렇지만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그렇게 산다.

나는 우직하고 싶지만 마냥 우직하기엔 약아빠진 인간이라서, 언젠가는 흉내 내는 이 짓마저도 때려치울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라서, 이런 사람들을 목격하게 될 때면 울면서 달려가 부둥켜안고만 싶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반비 펴냄

읽고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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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44. "나는 말한 건 꼭 지켜. 그리고 꼭 지킬 것만 말하지.
코끼리는 충직해. 100퍼센트 충직해."

장면마다 반복되는 코끼리 호튼의 독백이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반비 펴냄

읽고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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