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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민음사 펴냄

📚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바다, 온통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물거품으로, 말발굽을 올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는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푸른 표범 일곱 마리
푸른 개 일곱 마리
푸른 바다 일곱 개가
일곱 개 혀로
바위 섬을 훝고
입 맞추고, 적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다라는 이름을 되풀이하네.

네루다는 만족하며 시를 멈췄다.
"어때?"
"이상해요."
"'이상해요'라니. 이런 신랄한 비평가를 보았나."
"아닙니다. 시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에요. 시를 낭송하시는 동안 제가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중략)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바다처럼 말이지."
"네, 그래요.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그게 운율이란 것일세."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멀미가 났다고."
"그럼요! 제가 마치 선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시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바로 그래요."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
"무엇을 만들었죠?"
"메타포."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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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해지고 싶다.
한없이 나태해져서
푸른 표범과 푸른 개가
앞발을 들고 넘실거리는
그 옆에서 실실거리며
응, 아니, 아니.
라고 대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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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어렸을 땐 책장에 두고 정말정말 자주자주 읽어 줬는데 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나니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엄마로서만 존재했던 시절, 이 책을 읽어 줄 때마다
- 힘이 아주아주 세고
- 할 줄 아는 게 많고
-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다
는 내용을 읽어 줄 때면, 작가가 세상의 엄마들에게 위로가 되라고 건네는 말 같았다.

실제로 책 앞부부에 앤서니 브라운은 '존경하는 어머니께'라고 헌사를 썼다.

내가 아직은 어린 엄마였을 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존경 받는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이다지도 희생하며 키우고 있으니 그런 인정은 당연한 것 같았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서 미움만은 받지 않는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몇 년이 더 지난 지금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고 송사 없는 삶을 바랄 뿐. 언젠가 철이 들어 키워준 수고로움을 알아준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또한 나는
나를 키워준 우리 엄마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__________________

나는 아직 빈칸에 들어갈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아마도 내가 더 성숙하면 가능할지도 모를 그 말을 씹고 또 씹는다.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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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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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팟캐스트로 대신 읽는 시대다. 누군가 '대신' 읽어 주는 행위는 아무래도 심층적 독서와 멀어지고 유연성이 강조되는 표피적 독서일 뿐이다.

플랫폼은 모든 구술 언어를 문자로 전환하여 그래프 형식으로 저장한다. 플랫폼은 이를 통해 특권적 위치에서 담론 형성의 과정을 바라본다. 여기에는 상당한 조작 가능성의 위험도 있다. 자연스레 정치적 권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 과연 작가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 국내에서는 도서전이 유례 없이 성황중이고 일인 출판사도 늘어 출판되는 책의 종류들도 다양해졌다.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갸웃거리게 되는 지점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전에 유명한 작가가 문해력에 대해 말하면서, 어려운 말은 다 없어져도 될 말이라 본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쉬운 말만 남는다면 과거의 언어가 되어 버린 지식 도서들과 서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의 발언을 들었을 때에도 정말 그러한지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과 이번 책의 말은 상충한다. 독서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독서를 타인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사고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민주주의의 토대가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 그렇게 무너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기에 봉착하면 사람들은 다시 책을 펼칠 것이다.

읽기의 위기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은이), 김인건 (옮긴이) 지음
헤이북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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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비테이'는 로마의 정치 사상가 키케로가 역사를 정의한 말에서 따왔다. 'Historia Magistra Vitae(역사는 삶의 스승이다)'.

📚 키케로는 역사를 단순히 과거 기록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어 주는 지혜와 교훈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 '히스토리아 비테이'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생명의 역사를 과거, 현재, 미래와의 관계 속에서 조명하여 지혜를 얻는다"는 뜻이다.(14쪽)

제목이 어렵고 제법 두꺼워서 각오를 하고 보았다. 그러나
쉬운 글로 쓰여서 전혀 어렵지 않았다. 두께에 비해 페이지도 그닥 많지는 않다.(327쪽) 그저 친환경 재생 종이를 활용했을 뿐.
중학생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을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역사'를 강조한 이 책은 [1부-생명의 기원]부터 [5부-공생의 미래를 위하여]까지 통사적으로 훑으면서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심비우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의지를 담았다.

AI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동안 잠잠했던 환경 이슈를 다시 들춰 본다. 책에 나온 말처럼 당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AI가 아니라 환경파괴일지도 모른다.

이 위기에서 인류는 지혜를 모아 생존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결국 '공생'이다.

📖 "집단 내에서는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를 이긴다. (하지만) 이타적인 집단이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 - 에드워드 윌슨

히스토리아 비테이

최재천 지음
지식서재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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