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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194876837

📃 새로 탄생한 종족은 나를 창조자이자 근원으로 축복할 것이고 나로 말미암아 행복하고 탁월한 존재들이 수없이 생겨나리라고 상상했어요. 나는 자식을 낳은 아버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보람을 느낄 테고요.

📃 나의 고통은 피고인의 고통과 비교할 수도 없었어요. 쥐스틴은 결백하다는 사실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의 가슴은 가책의 송곳니에 갈가리 찢겨 벗어날 길이 없었지요.

📃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한쪽 구석에 물러앉아 나를 사로잡은 지독한 고통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절망이라니! 감히 누가 절망을 말하겠습니까? 다음 날이면 삶과 죽음의 무시무시한 경계를 넘어갈 가엾은 희생양도 나만큼 깊고 쓰라린 고뇌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우월한 감성을 지녔을까요? 그래봐야 더욱 얽매이기만 할 뿐인데. 그저 배고픔과 갈증, 욕정만 느낀다면 더 자유로울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마음은 이는 바람에도, 우연히 마주한 말이나 말로 전달되는 풍경에도 속절없이 흔들리지요.

📃 “당신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사람들은 모두 흉측한 것을 증오하지. 살아 있는 존재를 통틀어 누구보다도 추한 내가 얼마나 혐오스러울까! 하지만 나의 창조자인 당신마저 나를 혐오하고 부정하다니. 당신과 나는 한쪽이 죽어야만 풀리는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다. 나를 죽이려 하다니. 감히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치나? 당신이 나에게 도리를 지킨다면 나도 당신과 인간들에게 도리를 지키겠다. 나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다시는 인간들을 건드리지 않겠다. 거절한다면 당신의 남은 친구들을 모조리 죽여 그들의 피로 지옥의 나락을 가득 채울 것이다.”

📃 “진정해라! 내 저주받은 머리에 증오를 퍼붓기 전에 내 말을 들으란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고통받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 셈인가? 삶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소중하니 내 삶을 지킬 것이다. 명심해라. 당신은 나를 당신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당신보다 몸집이 크고 더 유연한 관절을 가졌어. 하지만 당신과 맞서 싸우지 않겠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이 본분을 지킨다면 나의 주인이자 왕인 당신에게 복종하겠다. 아, 프랑켄슈타인.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리를 다하면서 나만 짓밟으려 하다니. 누구보다도 나를 공정하게 대해주고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사람인데.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잊지 마. 나는 당신의 아담이 돼야 하지만 타락 천사가 됐지. 당신은 죄 없는 나에게서 기쁨을 빼앗아 갔어.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한데 오직 나만 지독한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인정 많고 선량했지만 비참한 삶이 나를 악마로 바꿔놓았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다시 선량하게 살겠다.”

📃 “어떻게 해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이렇게 간절하게 아량과 동정을 애원하는 당신의 피조물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는군. 하지만 사실이야,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량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자비로 빛났어. 하지만 처량하게도 지금 나는 혼자다. 나의 창조자인 당신도 나를 이렇게 혐오하는데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들은 어떻겠나? 모두가 나를 멸시하고 증오한다. 이 적막한 산지와 음산한 빙하가 내 은신처야.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돌아다녔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얼음 동굴이 나의 집이지. 인간들이 탐내지 않는 유일한 곳이니까. 나에겐 저 황량한 하늘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어떤 인간보다도 나에게 친절하거든. 내 존재를 알게 되는 인간들은 모두 당신처럼 나를 증오하며 죽이려 들겠지. 나를 혐오하는 인간들을 미워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나는 적과 타협하지 않겠다. 내가 비참한 만큼 그들도 고통받아야 해. 하지만 당신이 내 마음을 달래주면 인간들을 마수에서 구할 수 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분노로 집어삼킬 그 마수의 주인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부디 나를 경멸하지 말고 온정을 베풀어라. 먼저 내 이야기를 들어라. 그러고 나서 나를 버릴지 달랠지 마음대로 판단해도 좋다. 하지만 먼저 들어야 해. 인간의 법에 따르면 아무리 끔찍한 죄인이라도 판결을 받기 전에 변론의 기회를 얻지 않는가? 그러니 먼저 내 말을 들어라, 프랑켄슈타인. 당신은 나를 살인자라고 비난하지만 양심을 가졌다는 당신도 자기 피조물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가. 인간의 영원한 정의라는 게 참 대단하군! 그렇다고 나를 살려달라는 건 아니다. 부디 내 말을 듣고, 그런 다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원한다면 당신 손으로 빚은 나를 파괴해도 좋다.”

📃 깨어보니 주위가 컴컴하더군. 추위를 느끼기도 했고 혼자라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막연히 겁이 났다. 당신의 집을 나서기 전에도 추위를 느끼고 옷을 주워 입었었는데, 밤이슬이 내리자 그것으로는 부족했지. 나는 의지할 데 없이 처량하고 비참한 신세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구분하지 못했지만 사방에서 고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어.

📃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지. 인간은 정말 그토록 강인하고 고결하며 숭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악랄하고 야비한 존재인가? 어떤 때는 악마의 법을 따르는가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고결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더군. 훌륭하고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은 이성을 지닌 존재에게 가장 고귀한 영광인 반면, 기록에 나온 많은 이들처럼 야비하고 악랄한 인간이 되는 것은 가장 지독한 타락, 눈먼 두더지나 힘없는 버러지보다도 더 미천한 상태로 전락하는 일인 듯 보였어.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지 혹은 법과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는데, 악행이나 학살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더는 놀랍지 않더군. 오히려 혐오스럽고 넌더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지.

📃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지. 당신네 인간들이 가장 우러르는 것은 부를 겸비한 고결하고 순수한 혈통이더군. 둘 중 하나만 가져도 존경받을 수 있어. 하지만 둘 다 갖지 못하면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랑자나 노예 취급을 당하며 선택받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재능을 바치는 운명에 처했지! 그렇다면 나는? 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누가 나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돈이나 친구뿐 아니라 무엇 하나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 겉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징그럽고 역겨운 데다 인간과 다른 기질을 지녔지. 인간보다 민첩하고, 더 거친 음식으로도 버틸 수 있었어. 지독한 추위와 더위를 별 탈 없이 견디고 덩치도 인간보다 훨씬 더 컸어. 주위에서 나 같은 존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일까? 지상의 오점일까? 그래서 모든 인간이 피하고 도망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내게 안겨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시하려 했지만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욱 서글퍼졌지. 아, 그냥 처음 머물렀던 숲에서 영원히 살았더라면, 허기와 갈증, 더위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 ‘내가 생명을 얻게 된 날은 얼마나 끔찍한가! 저주받을 창조자! 어째서 스스로도 혐오감에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한 괴물을 만들었단 말인가?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인 인간을 만들었는데, 나는 인간을 본떴음에도 추악하고 오히려 인간과 비슷해서 더 진저리 나는 형상이 됐지. 사탄에게도 칭송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었는데 나는 미움받는 외톨이로 살고 있구나.’

📃 내 슬픔을 달래주거나 내 생각에 공감해 주는 이브는 없었다. 나는 철저히 혼자였어. 아담이 창조주에게 애원한 일이 떠오르더군. 하지만 나의 창조주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나를 버렸다. 비통한 심정에 빠질 때면 나는 그를 저주했다.

📃 당신을 향한 감정은 증오뿐이었지만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도 당신뿐이었지. 냉혹하고 무정한 창조자! 내게 모든 지각과 열정을 부여해놓고 인간의 경멸과 공포 앞에 나를 내팽개치다니. 하지만 내가 동정과 구원을 요구할 사람도 당신밖에 없으니 인간의 형상을 한 누구도 내게 보여주지 않은 정의를 당신에게서 찾기로 했다.

📃 그것이 내 선행의 대가였다! 위험에 처한 인간을 구해주고는 뼈와 살이 으스러져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 조금 전에 품었던 선한 마음이 지독한 분노로 바뀌면서 이가 갈리더군. 통증 때문에 몹시 화가 난 나는 영원히 모든 인간을 증오하고 복수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다 총상의 고통에 짓눌려 맥을 못 추고 정신을 잃었지.

📃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던 것을 파괴했지? 감히 약속을 깨려는 건가?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과 함께 스위스를 떠난 뒤 버드나무 섬들 사이를 지나고 높은 산을 넘기도 하며 몰래 라인강을 따라왔어. 잉글랜드의 히스 벌판과 스코틀랜드의 황무지에서 몇 달을 보내기도 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추위, 배고픔을 견뎠는데 감히 내 희망을 짓밟아?”
“꺼져라! 나는 약속을 깨겠다. 너 같은 괴물, 너처럼 끔찍하고 사악한 존재를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
“넌 노예야. 좋은 말로 설득하려 했는데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군. 내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잊지 마라. 넌 이미 네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네가 햇살조차도 진저리 낼 만큼 더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넌 나의 창조자이지만 난 너의 주인이야. 그러니 복종해!”

📃 나는 그의 희망을 짓밟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욕망을 채운 것도 아니었다. 늘 끝없이 갈망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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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기억 전달자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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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이 가득 차는 것도 느꼈다.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무엇이 자신이 될지 알지 못했다.

📃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 “하지만 저도 가끔씩 색깔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브리엘도 색깔을 볼 수 있어서 우리 가족이 빨간색, 노란색 물건을 양손에 들고 가브리엘이 그중 더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요. 똑같은 색깔의 물건 대신 말이에요.”

“잘못 선택할 수도 있겠지.”

조너스가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사실 아기 장난감은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중에는 아주 큰 문제로 나타나겠죠? 우리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기억 전달자가 물었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조너스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안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사람들이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다면요?”

계속해서 조너스는 마치 자기 말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말했다.

“아니면 이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기 직위를 스스로 선택한다면 말이에요?”

📃 그런데 지금 조너스는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아마도 굶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간단명료한 사실이었다. 한때 조너스는 선택을 갈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잘못이었다. 떠나기를 선택한 것 말이다. 그 결과 지금 자신은 굶어 죽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면…….’ 

조너스는 계속 생각했다. 

만약 계속 마을에 머물렀다면 다른 것에 굶주렸을 것이다. 감정, 색깔, 사랑 등에 굶주리면서 평생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가브리엘은? 가브리엘은 마을에서는 절대로 생명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 이제 조너스는 자신이 어쩌면 가브리엘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울었다. 더 이상 자신을 걱정할 수조차 없었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지음
비룡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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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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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왜 항상 바보 같은 연속만 있고, 들끓어 오르는, 충족된 ‘동시’는 없는 것일까? 왜 그는 홀아비처럼, 노인처럼, 이제 다시 홀로 침대에 누워 있는가? 짧은 생애 전체를 통하여 우리는 즐길 수 있고 창작할 수 있지만, 언제나 노래를 연속으로 부를 수 있을 뿐, 결코 수백 가지의 음성과 악기들이 동시에 울리는 완전한 교향곡처럼 소리 낼 수는 없었다.

📃 여보게나, 루이지. 나도 종종 자네처럼 생각한다네, 우리가 하는 예술 행위 전체가 보상일 뿐이라고. 놓쳐 버린 삶, 놓쳐 버린 동물성, 놓쳐 버린 사랑에 대해 힘들고도 열 배나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는 보상이라고 말일세. 하지만 그렇지 않아. 전혀 달라. 우리가 정신적인 것을 감각적인 것의 결핍에 대한 임시 보상책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건 감각적인 것을 과대평가하는 것일세. 감각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양자는 하나이고, 모두 똑같이 좋은 것이야.

📃 클링조어는 다시 한번 청춘의 가장 달콤한 술잔에서 우정이란 음료를 빨아들였다. 클링조어에게는 친구가 많았고, 많은 친구들이 그를 사랑했으며, 그도 여러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자신의 성급한 가슴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 내 말은, 오늘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며 오늘을 먹고 마시고 맛보고 냄새 맡지 않는 사람에게 영원히 절대로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태양은 두 번 다시 오늘처럼 빛나지 않을 거야.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헤르만 헤세 지음
민음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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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체님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게시물 이미지
https://m.blog.naver.com/typeface_/224218910743

📃 ‘어쩌겠어, 죽었는걸.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생각하거나 느꼈다. 가까운 지인들, 이른바 이반 일리치의 친구들은 이와 더불어 이제 예의상 몹시 따분한 의무를 다해야 하고 추도식에 참석하여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조의를 표해야 한다는 떨떠름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죽어 가고 있음을 깨닫자 계속 절망에 빠져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기는커녕, 그저 이해되지 않았고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의 예를 따르자면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도 죽는다, 라고 했다. 그는 평생 이것이 카이사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지 절대 자기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여겨 왔다. 카이사르는 보편적 인간이므로 이것은 완벽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사르 같은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들과 다른, 완전히 특별한 존재였다.

📃 그가 보기에 자기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죽어 간다는 이 무섭고 끔찍한 사건을 어쩌다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일정 부분 점잖지 못한 일의 수준으로(마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거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 격하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한평생 모셔 온 ‘품위’라는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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