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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어요
[모비딕]은 “크고, 넓고, 깊고, 거칠다.”
“위대하다.”라는 단어를 넣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내가 감히 작품을 평가하는 것같아 넣지 않았다.
아무튼 과거 고래잡이들은 영민하면서도 난폭한 고래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인 “모비딕”도 그렇게 탄생했다.
다시 말해, 모비딕은 매우 영리하고 온몸이 새하얀 향유고래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접하긴 했지만, 작품의 첫 문장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라는 문장은 정말 유명하다.
이스마엘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하녀 하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정실 부인이 아들을 낳자, 바로 쫓겨나 사막을 떠도는 방랑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이스마엘 역시 외롭고 가난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경선 피쿼드호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방랑자 신세가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엔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수많은 은유와 메타포가 넘쳐난다.
작품의 구조 또한 매우 독특하다.
다른 소설처럼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쭉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라 스토리 중간중간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방대한 지식을 다양한 형식으로 펼쳐놓는다.
예를 들면 고래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저자는 고래의 머리, 몸통, 꼬리, 기름과 부속물 등을 부위별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하는데, 마치 눈 앞에서 고래의 해부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고래와 고래잡이에 관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동영상 몇 편을 시청한 후부터 책을 읽는 속도 뿐 아니라 소설 속 장면이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역시 작품을 이해하는데 배경지식 만큼 훌륭한 요소는 없는 것같다.
작품의 줄거리는 꽤 평범한 편이다.
포경선 피쿼드 호엔 총 30여 명의 선원이 타고 있는데, 거기엔 주인공 이스마엘과 더불어 모비딕에게 한 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 1등 항해사 스타벅(스타벅스의 어원), 2등 항해사 스터브, 3등 항해사 플라스크 등의 주요 간부들과 작살잡이, 노잡이, 망꾼, 목수, 요리사, 사환 등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일반 선원들이 타고 있다.
일반 선원들이 포경선에 탑승한 이유는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선장 에이해브의 본심은 따로 있었다.
다시 말해, 선장의 목표는 고래를 잡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불구로 만든 모비딕을 죽여 복수하는 것이었다.
1등 항해사 스타벅은 선장의 무모한 복수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마침내 모비딕과 조우한 피쿼드 호는 치열한 사투 끝에 완파되고, 이스마엘을 제외한 모든 선원들이 물고기밥 신세가 되고만다.
훗날 [모비딕]이 위대한 걸작으로 추앙받게 된 이유는 이처럼 단순한 줄거리 너머로 무수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작가의 독특한 서술 기법 덕분이다.
그렇다면 '모비딕'이 가리키는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거대한 고래라는 생명체를 넘어 대자연, 신, 실존, 혹은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 등 다양한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책 뒷부분의 작품 해설에 이러한 해석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래에 대한 지식이 늘어 기분이 좋다.
만약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고래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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