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과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던질 수 있는 책이었다.
왜 삶이 아니라 生일까. 내 앞에 놓여진 생에 대해 어렵지만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물론 답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니 병이 생기고, 병이 생겨서 결국 죽음에 다다르는 것은 생이 주어진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젊었을때는 모두가 아름답고 빛나지만, 나이먹고 병들어서는 살아갈 능력을 잃고 희미해지며 고통받는다.
죽어가는 로자 아주머니 옆을 지키는 모모를 보고 과연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그들에게 사랑은 돌봄이 아니었을까. 가족은 아니지만 그 둘은 서로를 끝까지 보호하고 돌봐준다.(심지어 죽을때까지)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수 있게 존중하고 돌봐주는 것. 그것이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롤라 아줌마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도움 역시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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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6
하지만 이제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목숨은 그녀에게 남아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P.96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161
나는 콜레라에 대해 잘은 몰라도 롤라 아줌마의 말처럼 그렇게 구역질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건 그저 병일 뿐이고 병에는 책임이 없으니까. 적어도 콜레라가 그렇게 무서운 병이 된 것은 콜레라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레라가 되겠다고 결심해서 콜레라가 된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콜레라가 된 것이니까.
P.178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P.178
시간은 낙타 대상들과 함께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고 했다.
P.179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그들도 여러분이나 나와 똑같이 느끼는데
자신들이 더이상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보다 더 민감하게 고통받는다. 그런데 자연은 노인들을 공격한다.
자연은 야비한 악당이라서 그들을 야금야금 파먹어간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것이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을 안락사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이 그들을 천천히 목 조르고 결국엔 머리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게 될 때까지 내버려두어야 한다.
P.256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P.300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앞의 生
에밀 아자르 (지은이), 용경식 (옮긴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1

나에게 장기하는 똑똑한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조금은 특이한 노래를 하는 가수였다.
이 책을 접하고 장기하라는 작가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적어내려간 글을 읽으며 날 것의 생각을 그대로 훔쳐보는 기분도 들고,
장기하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조금은 알게된 느낌이 들었다.(물론 나의 단단한 착각일수도)
내가 책을 통해 느낀 장기하를 정리하자면 양면성을 가진 사람. 본인에 대한 자기검열과 스스로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 그리고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명확히 알고 사는 사람.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
사람은 어떤 사람과 관계하냐에 따라 상대적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장기하는 그 양쪽면에 대해 메타인지기 잘 되는 사람 같달까. 그가 하는 다양하고 많은 생각들이 그의 예술을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별거 아니라고> 라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했다.
참고로, 작가 소개에 나와있는 설명이 이 책을 잘 요약했다.
"자연스러움에 대한 집착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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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 일단 속도가 아주 느리다. 어떤 책인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몇 줄 읽다보면 딴생각에 빠진다. 그것을 깨달으면 마음을 다잡아 다시 글에 집중해본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또 딴 생각.
이런 과정의 반복이다. 다 읽은 문장을 한 번 더 읽을 때도 많다. 시선만 이동했을 뿐 내용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과연 내가 정확히 읽은 것인지 의심이 들어서 앞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P.46
물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그 밖의 무엇에 대해서든, 욕심을 하나하나 줄여나가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에 대한 욕심마저 딱 버리고
죽으면 정말로 멋진 삶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P.52
"기분 탓이야." 이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기분'을 좀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나는 기분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P.79
차를 몰고 도로를 나가보면 내 차보다 고급스러운 차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그 차들을 볼 때마다 내 인생이 그런 차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 차를 타는 분들이 쓸데없는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P.113
매 순간 나의 지상목표는 자유로운 삶이었다.
P.245
나는 나이나 세대는 결국 문화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대와 사십대는 마치 아프리카와 아시아처럼 다른 문화권인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 이사를 왔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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