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 p.47
자기를 사생아로 만들어 버린 못난 아비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가질 법도 하건만, 아버지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누비며 달리는 중이라고 상상하는 주인공이다. 자기연민따위 모른다는 듯, 유쾌한 상상으로 아버지를 분홍 야광 바지를 입고 달리는, 그러나 누구도 박수치지 않는 대상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엄마는 딸을 농담으로 키웠다 한다. 외할아버지와 끔찍이 미워하는 관계였던 엄마는, '사람은 가정환경을 잘 타고나야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도망간 아빠 얘기를 할 때면 농담이 빠지지 않았다.
아비의 부고를 전해들었을 때, 그간 상상해 오던 아비의 모습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상상 속에서 내내 지구를 달리던 아비에게 선글라스를 끼워 주는 방식으로 나름의 애도를 한다.
미워하는 마음, 자기연민, 불행, 가정불화... 이런 것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갈 수 있었던 방편은 상상과 유머다.
상상과 유머는 <스카이 콩콩>, <누가 함부로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에서도 매력적인 요소다.
2005년 발표된 작품들이다. 젊은 김애란 작가의 독특한 발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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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가 장기화(현재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100만명으로 추정됨)
- 세월이 흐르며 히키코모리 가정의 고령화(80대 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
- '8050'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사회문제로 대두.
이 소설은 중학교 2학년부터 7년간 방에서 나오지 않은 히키코모리 아들(쇼타)과 그 가정에 대한 이야기다.
쇼타의 히키코모리는 이지메(집단 괴롭힘)에서 시작되었다. 심한 상처를 받은 아들은 아버지의 끈질긴 노력 끝에 7년 전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인다. 증거를 모으고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들과 상처들과 예상치 못했던 다른 사건을 마주한다.
학교 폭력 얘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장난과 괴롭힘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학생들은 쉽게 가해자-피해자-방관자의 위치도 넘나든다. 재판에서 원고가 된 쇼타와 아버지는 동창을 두고 증인으로 세울지, 피고인으로 세울지 고민하고, 쇼타를 위해 증언해 주는 다른 증인은 증언대에서 방관자였다는 고백을 한다.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과 소외 문제는 언제나 어렵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소설 속에서 쇼타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방치하다가 딸의 혼사가 틀어질 위기에 처한 뒤에야 적극적으로 나섰다.이러저런 방법이 다 실패한 뒤에 쇼타를 나오게 한 방법은 매일 아들의 방문 앞에서 같이 싸워 보자고 말을 걸었던 것이다.
"결국 8050문제가 되기 전의 갈림길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부모가 체면을 신경 쓰며 허세를 부려 히키코모리 아이의 존재를 숨기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마사키는 아버지로서 고압적이고 미숙한 면도 있지만, 아들의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감수를 맡은 변호사 다카하시 선생이 '이 재판은 이기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여러 번 말해 주었는데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 편집자 후기
자녀가 중고등 시절을 지나며 부모와 없던 갈등을 겪으면서, 주변에서 방을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 드는 요즘이다.
관련기사: https://naver.me/xsZY3FUq
8050
하야시 마리코 (지은이), 이규원 (옮긴이) 지음
북스피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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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를 다룬 작품은 많다.
그러나 그 중에 엄마의 시선으로 딸을 보는 작품은 드물다.
열 아들 안 부럽게 키운 딸. 생을 다 바쳐 키운 딸.
그러나
레즈비언이자 시간강사이자 부당한 해고에 시위하는 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류하는 엄마.
이 둘의 갈등을 풀어내는 계기는 엄마가 요양원에서 돌보는 치매 노인이자 무연고자인 '젠'에게서 온다.
딸이 시간강사 부당 해고 시위에 참여하는 까닭은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으니까".
엄마가 젠을 집으로 데려와서까지 돌보는 까닭도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으니까".
레즈비언, 무연고자, 시간강사, 요양보호사 등 내 일이 아니면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실 내 한 몸 챙기기도 벅찬 시대다.
인물들이 타인의 삶에 끼어드는 결정적 계기는 '현실적 공포'다. 측은지심이나 연민이 아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투사로 이끈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 남겨지고 고독해지는 미래의 두려움 때문에 엄만 딸이 보통 사람처럼 적당한 남자 만나 아이 낳고 사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엄마는 딸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그저 팽팽하던 밧줄을 조금 느슨히 풀어줄 뿐이다.
엄마 시점이기에 딸과 딸 친구의 사정은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뭔가 제대로 해결되는 것도 없다. 달라지지 않는 상황들이 다소 우울하고 답답한 면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소설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끝내 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엄마의 마음이, 딸을 끝내 모르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 그럼에도 나는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묻고 또 묻고 지칠 때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딸애는 내 자식이니까. 끝내는 내가 알고 싶고, 내가 알아야만 한다. 적어도 나는 도망가는 부모이고 싶지 않다. 그런 식으로 회피하고 머뭇거리면서 딸을 잃고 싶지 않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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